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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방정부 맏형 노릇 선도적으로 해야”

등록 : 2016-09-04 08:21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복지 사무 관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논쟁이나 갈등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착잡하다. 지방분권 이슈가 얼핏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밥그릇 싸움이자 힘겨루기 또는 권한 다툼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시민의 자리에서 보면,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행정서비스만 잘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일상생활에 분주하고 지친 시민들이 왜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자치분권이 이 시대에서 그리 중요한가?

오늘날 자치분권이 절실한 이유는 시민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품질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 시민들은 추상적인 거대담론, 국가 전체의 부나 총량적 지표보다 지역 실정에 맞고 피부에 와 닿는 행정서비스를 기대한다.

일상생활에 밀착되어 있고 신속하며, 전문적인 체감형 맞춤서비스가 요구되므로, 현장에 가까운 지방정부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는 실질적인 자율권이 확보될 때 이뤄질 수 있다. 지역의 행복이 곧 국가경쟁력이자 시대적 과제인 이유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역량 강화이다. 민주주의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모든 공직자의 월급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시민 스스로 ‘내가 우리 지역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정책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할 때 찾아온다. 민주시민의 역량은 지방자치를 통해 생활정치를 경험하고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될 때 비로소 쌓인다.

역대 모든 정부가 지방분권이 중요하다고 외쳐왔지만 민선 자치 21년의 교훈은 중앙정부가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을 동기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개선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소 지방자치주의로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지방자치의 입법권인 조례 제정은 정부 법령의 범위 내로 제한되어, 기존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책 실험이나 시도는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치재정인 지방세는 조세법률주의로서 자율적인 세목 설정이 불가능해 자주 재원 확보가 어려운 구조이다.

특히,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무상보육, 교육사업, 기초연금 등 보편적 복지사업은 재정부담을 지방정부에 전가해 재정자립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방정부의 조직 구성도 일률적인 기준과 지침으로 지역적 특수성을 살리거나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핵심은 말보다 지방자치의 실현 가능성과 실천 의지이다. 중앙정부의 자체 동기가 미약하다면 누가 앞장서야 할까?


서울시는 우리나라의 수도이자 지방정부의 맏형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첫째, 주민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현대 행정의 요체는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밀착형 서비스에 있다. 현장성, 신속성, 전문성을 살려 주민의 만족도를 높여야 공감한다. 둘째, 지방자치는 민주시민의 역량 강화가 강조되어야 한다. 시민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민주적 거버넌스(협치)를 구축하고 참여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서울시는 지방정부의 맏형으로서 지역 상생과 균형발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서울도 중앙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넷째, 서울은 수도로서 국정의 파트너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정책 조율은 물론 지방정부의 창구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협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읍소하는 방식은 한계에 와 있고, 서울시의 솔선수범과 선도적 노력도 시작일 뿐이다. 지방자치는 좁게는 자치입법권, 재정권, 조직권 등 제도적인 틀을 바꾸는 일이고 넓게 보면 지역의 다양성,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려가는 국가적 과제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희윤 서울연구원 상생발전분권연구센터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