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경단녀도 저소득 청년도 “일자리 생겨 삶에 활력 넘쳐요”

금천구 금천일자리주식회사가 만든 커피전문점 ‘카페인’

등록 : 2022-07-21 15:51
15일 금천구 가산동 가산데이터허브센터 1층 카페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카페인은 금천일자리주식회사가 만든 커피전문점이다.

대행·펫간식 이어 세 번째 사업

임대료 없어 맛 좋은 원두 사용

판매 지역 넓혀 배달 판매도 계획

“다른 지자체 롤모델 되도록 할 것”

“전업주부로만 있을 때는 아이 키우고 남편 내조하고 봉사활동하는 게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카페인에서 일하고부터 인생이 좀 달라졌어요.” 독산3동에 사는 민영옥(가명·54)씨는 3월 중순부터 카페인에서 일하고 있다. 전업주부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카페인 모집 공고를 보고 일할 결심을 했다. 민씨는 15일 “내 나이 때는 집에만 있으면 우울한데, 밖에서 일하니 삶에 활력이 생겨 좋다”고 했다.

평소 커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던 민씨는 카페인에서 일하면서 지난 5월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조금 더 나이 먹기 전에 자격증을 따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았죠.” 민씨는 마침 인터뷰 다음날이 자격증이 나오는 날이라며 기뻐했다.

“일반 카페와 달리 3평 정도 되는 ‘실내정원’도 있어요. 꽃과 식물을 보면서 숲속 향기를 느낄 수 있죠.” 카페인에는 여느 커피전문점과 달리 다양한 식물이 심겨 있는 실내정원도 있다. 녹색 식물 때문에 다른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쾌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금천일자리주식회사는 지난 2월 금천구 가산동 가산데이터허브센터 1층에 카페인을 개장했다. 161㎡ 규모에 내부에 정원이 딸린 커피전문점으로 커피를 비롯한 식음료와 다양한 디저트를 판다. 매니저 1명과 직원 2명이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근무한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팀워크도 좋죠.” 민씨는 “크게 힘든 일은 없다”며 “적은 시간이나마 일할 수 있는 데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출근해서 일하는 거라면 일하는 시간이 좀 더 늘어나기를 바랐다. 민씨는 카페인에서 일주일에 13.5시간, 출근하면 보통 하루 3~4시간 일한다. 민씨가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어 하는 데는 하루 4시간을 일하는 것이나 그 이상 일하는 것이나 집을 나와서 하루를 보내는 데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란다.

“제과제빵이나 디저트 만드는 것도 배우고 싶죠. 자격증도 따고 싶어요.” 민씨는 자격증이 있는 것과 없는 게 마음가짐에서 차이가 난다고 했다.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자기계발 차원이죠.” 민씨는 앞으로 섣불리 도전할 일은 아니지만 가게도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다.

카페인은 금천일자리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사업 중 하나다. 금천일자리주식회사는 청소·경비·시설관리 등을 맡아 하는 공공업무 대행,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펫푸드사업 ‘멍이냥이얌얌’ 등을 운영한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총 66명이 근무하는데, 대부분 60살 이상으로 장애인 9명도 함께 일한다. 금천일자리주식회사는 지역 내 취업 취약계층인 경력단절 여성, 저소득 청년 등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자체 사업을 통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고, 수익금은 다시 지역 사회에 재투자한다.

금천구는 지난해 12월 가산데이터허브센터 건물 관리를 맡아 하는 지엘가산메트로와 사용 임대차 협약을 체결해 5년 동안 카페인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한다. 내년 2월까지는 관리비도 내지 않는다. 대신 카페인은 카페 내에 가산데이터허브센터를 홍보할 수 있는 자료나 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 “이곳은 임대료가 없어요. 주변에서 이 정도 크기 공간을 빌리려면 월 350만~400만원은 줘야 하죠. 게다가 관리비도 내지 않아요.” 윤길상 금천일자리주식회사 사업관리팀 대리는 카페인은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고스란히 음료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고 했다. 윤 대리는 “원두를 최상품으로 사용한다”며 “다른 곳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고 커피 맛이 좋다”고 했다. 카페인에는 가산데이터허브센터에 입주한 회사원이나 주변 현장 노동자가 많이 찾는다. “커피 맛을 몰랐는데, 이곳 커피를 마셔보면 다른 곳에 못 가겠더라구요.” 이곳 주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손님은 다른 곳과 비교해 카페인 커피 맛이 “좋은 편”이라고 칭찬했다.

윤길상 금천일자리주식회사 사업관리팀 대리가 15일 카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팅룸 겸 세미나실도 있어 회사원들이 자주 이용해요.” 카페인에는 별도 공간을 찾는 손님을 위해 회의도 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2개의 미팅룸도 있다. 윤 대리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의 방해를 받지 않고 회의하기에도 좋다”고 했다.

카페인도 다른 커피전문점과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이나 저녁 퇴근 무렵이면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하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원하는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손해는 안 보죠. 재료비와 인건비를 빼면 많이 남지는 않아요.” 가산데이터허브센터는 서버와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있는 건물이라 입주 인원은 많지 않다. 건물에 입주한 손님만으로는 기대만큼 이익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해, 외부 손님들이 찾아올 방안을 찾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메뉴 개발과 배달 판매, 다양한 방법의 홍보 등으로 매출을 늘릴 생각입니다.” 카페인은 우선 손님의 소비 취향을 분석해 판매 품목이나 가격, 운영 시간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윤 대리는 “다양한 손님 입맛에 맞는 디저트를 몇 가지 더 추가해 6월부터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하반기에는 매출 추이에 따라 배달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싸고 맛있는 집으로 소문나면 주변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도 늘릴 방침이다.

“카페인을 보고 다른 지자체에서 연락이 많이 와요.” 금천일자리주식회사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세 번째로 만든 회사다. 윤 대리는 “많은 지자체에서 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 설립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금천일자리주식회사와 카페인이 좋은 롤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