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학과 함께 물장구치는 도심 물놀이장

리모델링 끝낸 송파구 ‘성내천 물놀이장’

등록 : 2022-07-21 15:54

“아빠, 너무 더워. 에어컨 켜줘.” 장마 끝나고 찜통더위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에어컨 켜 달라고 성화다.

쥐꼬리 월급에 에어컨을 자주 틀면 지금은 행복하지만 한 달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왜 또 전기료가 오른다고 하는지….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인터넷에만 떠도는 ‘괴담’이 아니었다. 집 앞 성내천 물놀이장이 개장했다던데. “우리 물놀이장 갈래?” 아이들이 좋아한다.

“와~ 신난다~.”

오전 11시인데 벌써 사람들이 돗자리에 그늘막까지,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고 있다. “여기 있다, 여기.” 아내가 그늘이 걸쳐져 있는 쉼터에 돗자리를 깔았다. 아이들과 음료수 한잔 마시며 주위를 둘러봤다. 중앙에 욕조처럼 기다란 물놀이장이 있다. 양옆으로 돗자리나 그늘막을 치고 아이들이 잘 노는지 ‘감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자 출발~.” 아이들을 튜브에 올리고 물놀이장을 한 바퀴 탐방했다. 길이가 160m나 되는데, 부드러운 곡선으로 좁아졌다 넓어지기를 반복하는 재미가 있다.

“아빠, 차가워. 똑바로 운전 좀 해!” 아이들이 튜브에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물높이는 물이 바닥에 졸졸 흐르는 정도에서부터 30~80㎝까지 다양한데, 깊지 않아 7살 미만인 우리 아이들이 놀기에 딱 알맞다.


“에잇, 도망가야겠다!” 한참을 놀다 지쳐 튜브를 놓고 뛰어가는 나를 아이들이 잡으러 온다. “아빠 잡아라~.” 물속에서 뛰어다닌 게 얼마 만인가! 물을 참방거리며 뛰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다. 빨간 옷을 입은 안전요원도 6명이나 배치돼 있어 든든하다.

“아빠, 물이 진짜 시원해~.” 막내가 물에 엉덩이를 대자 턱을 덜덜 떨었다. 그러고 보니 물에서 소독약 냄새도 안 난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물놀이장으로 끌어와 쓴다. 지하수가 많이 버려진다는데, 그 물을 물놀이장에서 쓰고 다시 하천에 방류하니 친환경적이다. 수질검사도 매주 1회 한다.

“아빠 저게 뭐야?” 아이 말에 옆을 돌아보니 목이 긴 새가 날아다닌다. 백로인가, 학인가. “왜가리 같은데…, 저기 뭐라고 쓰여 있네. 가 보자.” 물놀이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물빛광장도 있고 잉어도 있고 생태안내판도 있다. 정보무늬(QR코드)를 활용해 실감나게 사진도 봤다.

“아빠 우리 저번에 수족관에서 봤던 수달이 산대.” 성내천에 수달도 산다고? 헉! 정말 도심지 하천이 맞니. 물고기도 많고 고둥도 많고 계곡보다 더 좋은 생태학습장이다. 예전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었는데 2004년부터 생태하천 복원공사를 해 이렇게 바뀌었다고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고기 구경, 자라(태어나서 처음 봤다!) 구경을 하고 새도 구경하다 보니 땀이 또 난다. 물놀이장으로 다시 돌아와 물장구치고 놀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물놀이장 군데군데 그늘막이 20개나 쳐져 있다. 물놀이할 때도 햇빛을 피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무려 4시간이나 놀았다. 더 놀고 싶지만 배가 고파 집에 가기로 결정했다. 집에 가기 전에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여긴 뭐 피서지 온 거나 다름없다. 이번에 리모델링으로 화장실, 샤워실, 탈의실 싹 바뀌어서 시설도 깔끔하고 좋다. 올해는 8월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이용료는 무료다. “아빠, 나 다음에 또 올래~.” “그래, 이번 여름 피서는 성내천 물놀이장이다~.”

임원석 송파구 치수과 하천시설팀 주무관, 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