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홀몸 할머니의 든든한 딸, 방문간호사
복지생태계 다시 쓰는 ‘찾동’ 1년, 서울형 복지에 희망꽃 활짝
등록 : 2016-09-08 16:34 수정 : 2016-09-08 17:38
나이 든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외로움에 더해 괴로움도 커져간다. 어르신들의 이런 몸과 마음을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는 방문간호사가 보살펴 주고 있다. 도봉구 방학3동 방문복지팀에서 일하는 정주혜 간호사가 기력이 약해 크게 다친 적이 있는 김광숙 할머니 집을 찾아가 혈압, 혈당 등 건강 상태를 점검한 뒤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를 살갑게 껴안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집사람은 편의점을 하고, 저는 비닐봉투 납품하는 일을 했어요. 둘 다 자영업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지요. 아내가 사채를 감당 못 해 가출을 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어요. 제가 일을 하는 낮 동안 아이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서 아버지께 부탁드렸는데, 너무 엄하게 하셔서….” 부모의 맞벌이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던 둘째 아이는 1년 전부터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 떼를 썼다. 아내가 가출하고 두 달 사이 아이 상태가 심각해졌다. 아빠와 떨어지면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잠시도 아빠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김 씨 사정을 들은 방학3동 방문복지팀은 ‘도봉구건강가정지원센터’에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반 가정은 다달이 100만 원가량을 부담해야 하고, 한부모 가정이면 자기 부담금을 조금만 내면 된다. 방문복지팀은 김 씨에게 아내의 가출을 신고해 아버지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증빙하도록 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소아정신과 심리검사를 했다. 언어장애와 지적 기능 저하, 애착 장애로 1년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도봉아동심리발달센터’에서 언어치료와 심리치료를 받는 아이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 어린이집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조금씩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오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아이돌봄서비스를 받는다. 아빠는 그래도 불안해 집 거실에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보안카메라(CCTV)를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다행히 올해 9살인 큰아이가 형 노릇을 톡톡히 해 둘째를 제법 잘 돌본다. “이 사례는 아버지가 양육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지켜봐야지요.” 김 씨가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한 방학3동 방문복지팀 오진석 복지플래너는 지난해 7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1단계 사업을 위해 서울시에서 채용한 사회복지 공무원 452명 가운데 한 명이다. “무작정 길을 나선다고 대상자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사전에 전화로 방문 목적과 취지를 설명하고 약속을 잡아야 해요. 올해 65세가 돼 복지 대상자에 편입되는 어르신만 390여 명이에요.” 오 복지플래너는 청소년쉼터에서 7년 동안 사회복지 사례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베테랑이다. 정 간호사 역시 2008년부터 도봉구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의료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오 복지플래너와 정 간호사는 오늘도 골목을 누빈다. “막상 만나면 만족도가 높아요. 그런데 만나기까지가 어려워요. 전화해서 미리 약속을 잡지만,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를 받을 때도 있구요.” 그래도 정 간호사와 오 복지플래너의 발걸음은 씩씩하다. 2016년 9월 현재 골목을 누비는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는 모두 1788명이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