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이 집무실에서 ‘공영도매시장 경쟁력 확보와 활성화’를 담은 ‘점프 업! 비전2030’ 경영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롯데마트 공채 출신 유통·물류 전문가
최근 도매시장 ‘물량 감소 추세’ 위기에
‘디지털 전환’ 등 선제 대응 비전 내놓아
모든 유통인 힘 모으는 ‘비전 미팅’ 개최
가락·강서시장은 전국 250만 농어민에게 판로를 제공하고 수도권 2천만 시민에게 안전한 농수산물을 공급하는 등 국민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영도매시장이다.
그동안 가락·강서시장은 개장 이후 매년 거래물량이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을 지속해왔으나 최근 들어 거래물량이 감소하면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거래물량은 2015년 이후 매년 감소 추세로 가락시장의 최근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2.6%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유통전문가들은 이처럼 도매시장 성장세가 정체를 보이는 현상에 대해 외부 환경의 변화를 주요인으로 분석한다.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정대용식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원물보다는 가공간편식품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소비가 가속화해 도매시장의 거래물량이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도매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도매시장을 둘러싼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락시장이다. 가락시장을 관리·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그동안 전직 관료들이 맡았으나 지난해 12월 민간 전문가인 문영표 사장이 부임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 사장은 롯데마트 공채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오르는 등 민간 유통업계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유통, 물류 전문가출신이다.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유통 현장의 최일선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유통환경 변화와 트렌드를 빨리 읽고 잡아낸다는 평가다.
문 사장이 공사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도매시장의 ‘경쟁력 확보’와 ‘활성화’이다. 도매시장이 외부유통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사전에 대응해야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매시장의 경쟁력 확보는 바로 ‘고객 만족’과 이어진다. 고객이 만족하고 다시 찾고 싶은 시장이 돼야만 시장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문 사장은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영도매시장 경쟁력 확보와 활성화’를 담은 ‘점프 업! 비전 2030’ 경영 목표를 세우고 100대 실행 과제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경영 목표는 단순히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모든 목표를 계수화해 실행력을 높였다는 특징이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가락시장 재건축 사업이 끝나는 2031년까지 유통 물류시스템을 혁신해 수작업으로 진행해온 송품장 관리와 물류하역 등 시장관리시스템을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과 시스템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농수산물 수급을 정밀 예측함으로써 시장운영을 과학화하는 것도 포함됐다. 다음은 ‘안전 품질 및 산업안전 보건 고도화’로 각종 사고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340개의 액션 플랜을 수립해 문 사장이 직접 진도율을 관리함으로써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가락시장을 재건축하는 현대화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모든 부문에 뿌리를 내리게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회공동체로서 공영도매시장의 특색을 살려 공헌활동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최근 가락시장에서는 공사와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과 지혜를 모으기 위한 비전 미팅이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냉철한 원인 분석과 함께 상호 소통으로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로 노력하기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비전 미팅을 추진한 이유를 문 사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장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사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출하자, 구매자,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등 모두가 원팀이 되어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통’입니다.”
가락시장의 최근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까지 시장 내 소송이 21건이 발생할 정도로 서로 간의 갈등과 불신이 심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공사에서는 이번 비전 미팅이 단순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성과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심층 토론 미팅으로 발전시키고 향후 핵심 과제를 선정해 관리할 예정이다. 도매시장에 새로운 시도와 도전들이 바람을 불러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유통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공영도매시장의 물량이 감소하는 등 위기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저는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에서 ‘위’는 위험을 의미하지만 다른 글자는 ‘기회’를 나타냅니다. 현재의 위기를 공영도매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문 사장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굳은 각오와 의지가 전해졌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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