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 도쿄라이프
일본 초교의 ‘데쓰쿠리’ 교육에 힘든 한국 엄마들
등록 : 2016-09-08 16:35
얼마 전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온 40대 젊은 엄마가 일본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 줘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일본에 유학을 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아 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 교육 때문이었다. 1999년 내가 호세이대학 객원연구원이었을 때, 아들은 중 3, 딸아이는 다섯 살이었다. 당시 아들은 서울에서 학교 수업 뒤 학원에서 종합반을 다니고 있었는데, 얼마나 혹독하게 공부를 시키는지 아들은 대략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학교 숙제와 학원 숙제를 하면 12시를 넘기는 일은 예사였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있으면, 학원 수업은 ‘특별수업’이라고 해서 자정을 넘겨 마치기 일쑤였다.
결국 나는 연구원 생활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을 일본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아들은 일본어가 안 돼 일본 내 한국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딸은 일본 일반 초등학교에 보냈다.
일본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부딪혀, 내가 그만 절절매고 말았다. 아이의 숙제, 아니 엄마 숙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던져진 것이다. 가령 교실 마룻바닥을 닦는 걸레나 실내화 주머니 같은 경우, ‘데쓰쿠리’(手作り, 손으로 만드는 것)라고 해서 엄마가 직접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느질이 서툰 나는 혹시나 싶어 학교 앞 문방구에 가서 사 보내려고 했지만, 옆집 일본 엄마가 “대부분의 엄마는 직접 걸레를 만들어 학교에 보낸다. 나도 어렸을 적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었고, 내 아이들에게 나도 똑같이 그렇게 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눈치가 보여, 밤늦도록 수건을 반으로 접어 한 땀 한 땀 꿰매어 손걸레로 만들어 학교에 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날마다 그날의 학교생활을 적은 기록장이 아이 편으로 부모에게 전달된다. 그 기록장에는 아이의 학교생활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고, 부모는 그 기록장을 읽어 본 뒤 가정에 특별한 일이 있거나 담임에게 전하고 싶은 의견이 있으면 ‘부모 의견란’에 써서 보낸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의 학교생활 기록장을 보고 담임선생님의 자상한 지도력에 깊이 감동했다. 그래서 나도 엄마로서 나름대로 의견을 날마다 적어 보냈다.
그러나 이런 열정은 한 달도 안 돼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하루하루 꼬박꼬박 부모가 기록장을 봤다는 확인 글을 써서 보내지 않으면 안 됐다. 1년 후 1학년이 끝나는 날, 아이는 담임선생님에게서 그 기록장을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그 기록장에는 아이의 1년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기록장은 지금도 딸아이의 학교 보물 1호다. 앞의 주재원 부인처럼 한국에서는 간단히 문구점에서 사면 될 용품들이 일본에서는 대부분 엄마가 만들도록 한다. 그래서 이 같은 학교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한국 엄마들이 당황할 때가 많다. 강제는 아니지만, 일본 초등학교의 기본 교육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딸아이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들에게는 입학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집 안에서 사랑만 받다가 학교라는 조직에 들어와 규율, 자제, 인내, 공부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힘들지요. 그래서 1학기에는 오로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재미난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하고, 아이들이 쓰는 학용품 가방이라든가 실내화 주머니 같은 것은 엄마 체취를 느낄 수 있도록 엄마가 만든 것을 쓰게 합니다. 물론 고학년이 되면 취향 따라 캐릭터 상품 가방을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 유재순 <제이피뉴스>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러나 이런 열정은 한 달도 안 돼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하루하루 꼬박꼬박 부모가 기록장을 봤다는 확인 글을 써서 보내지 않으면 안 됐다. 1년 후 1학년이 끝나는 날, 아이는 담임선생님에게서 그 기록장을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그 기록장에는 아이의 1년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기록장은 지금도 딸아이의 학교 보물 1호다. 앞의 주재원 부인처럼 한국에서는 간단히 문구점에서 사면 될 용품들이 일본에서는 대부분 엄마가 만들도록 한다. 그래서 이 같은 학교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한국 엄마들이 당황할 때가 많다. 강제는 아니지만, 일본 초등학교의 기본 교육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딸아이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들에게는 입학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집 안에서 사랑만 받다가 학교라는 조직에 들어와 규율, 자제, 인내, 공부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힘들지요. 그래서 1학기에는 오로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재미난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하고, 아이들이 쓰는 학용품 가방이라든가 실내화 주머니 같은 것은 엄마 체취를 느낄 수 있도록 엄마가 만든 것을 쓰게 합니다. 물론 고학년이 되면 취향 따라 캐릭터 상품 가방을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 유재순 <제이피뉴스>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