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음악특성화도서관인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에서 신강초등학교 학생 셋이 음악자료실을 이용하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
양천구 신월4동에 있는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 살금살금 발소리 죽이며 4층 음악자료실로 들어서자 스피커에서 최신 대중가요가 흘러나온다. 도서관에 클래식도 아니고 대중가요라니…. 낯선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니 헤드폰 쓴 아이들이 음악 삼매경에 빠져 있다.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은 서울시 최초의 음악특성화도서관이다.
2006년 신월4동주민센터를 복합청사로 세우며 3~5층을 디지털정보도서관으로 활용하다가, 2014년 리모델링 후 4층을 음악자료실로 꾸몄다. 음악 관련 책뿐 아니라 엘피(LP)부터 시디(CD), 디브이디(DVD)에 이르기까지 7700장이 넘는 음악 자료가 있다. 여기에 엘피를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과 시디플레이어, 디브이디를 볼 수 있는 피시(PC) 등이 있어 그 자리에서 바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양천구 통합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한 뒤 이용할 수 있으며, 시디와 디브이디는 대출도 되지만, 엘피는 자료실 내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클래식, 팝, 재즈, 가요 등 장르와 시대를 망라한 음악자료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가요와 동요다. 육지혜 사서는 “음악특성화도서관이라고 하면 대부분 클래식을 떠올리는데,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신월동 아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흥미를 심어 주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쉽게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요와 동요 음반이 많다”고 설명한다. 10대에게 ‘엑소’ ‘여자친구’와 같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인기라면, 미취학 어린이들에게는 동요가 강세다. 헤드폰으로 영어 동요를 듣고 있던 진서윤(7) 양은 “재미있는 음악이 많아서 좋다”며 여름 내내 음악자료실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 도서관에서는 음악 감상뿐 아니라 직접 디지털피아노도 연주할 수 있다. 8살 딸아이와 함께 온 이지혜(40) 씨는 “3층에 있는 어린이자료실에서 책을 읽다가 피아노를 치러 음악자료실에 왔다. 이 도서관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동네 엄마들에게 아주 인기”라고 귀띔한다.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음악을 초등 사회 교과와 접목시킨 ‘세계음악여행’과 어린이·성인 대상의 ‘통기타 교실’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책만 읽던 도서관이 문화 인프라로 변신한 사례는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천구는 2014년부터 ‘1동 1특성화도서관’ 사업을 진행하며 일상과 가까운 곳에 도서관을 만들고 저마다의 개성을 입히기 시작했다.
음악 외에도 진로탐색(신월1동 ‘고운달도서관’), 만화(신월2동 ‘고운맘도서관’), 창의체험(신월3동 ‘달빛마을도서관’) 등 7곳의 특성화도서관이 생겨났다.
2014년 신정7동에 문을 연 갈산도서관은 밤에 가는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별자리, 천체에 관한 책을 갖춘 천문학특성화도서관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의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도 인기다. 올 4월 개관한 ‘영어특성화도서관’은 스마트 디지털 어학 장비를 비롯해 어린아이들이 읽기 쉬운 동화책부터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영어 원서까지 1만9500권의 영어 관련 책들을 갖춰놓았다. 주중 오후, 토요일에는 청소년들이 미취학 아동들에게 영어책들을 읽어 주기도 한다.
‘그린 듯이 아름다운 날개’라는 뜻의 ‘그린나래도서관’도 1동 1특성화도서관 사업에 따라 올 7월 문을 열었다. 기존 동주민센터에 있던 도서방을 미술특화도서관으로 새로 꾸몄다. 미술 관련 책과 석고상, 미술 작품뿐 아니라 주민들의 작품까지 전시할 수 있는 주민갤러리도 마련했다.
양천구는 올 하반기에 신정3동과 신월5동에, 내년에는 신정4동, 목1동과 목4동에 특색 있는 작은도서관을 세울 계획이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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