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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 여자탁구단, 실업탁구 휩쓸어

춘계회장기 실업탁구대회에서 단식 1·2위, 복식 1위, 단체 3위

등록 : 2022-07-28 15:00
금천구청 여자탁구단 선수들이 독산고 탁구전용관에서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강희경, 송마음, 정유미선수.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창단 3년째 2019년 ‘단체 우승’ 경험

송마음·정유미 조, 복식 세 차례 우승

월 1회 구민 위해 동호회 레슨 참여

“감독님, 선수들 좋은 환경 위해 애써”

“일반부 단식에서 2위를 세 번 하다가 처음 1위를 해 정말 기분이 좋았죠.”

지난 6월13일부터 17일까지 강원도 인제군 다목적경기장에서 열린 춘계회장기 실업탁구대회에 출전한 금천구청 여자탁구단(감독 추교성)은 여자 개인복식에서 송마음(30)·정유미(27) 선수 조가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개인단식에서는 정 선수가 우승했고 강희경(20) 선수가 준우승했다. 여자 단체전에서도 3위에 올랐다. 특히 정 선수에게는 아주 뜻깊은 대회였다. 정 선수는 여태껏 일반부 대회 여자부 단식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었으나, 올해 춘계회장기 실업탁구대회에서 처음 우승 맛을 봤다. 지난 15일 금천구 독산동 독산고 탁구전용관에서 만난 정 선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무척 기뻤다”고 했다. 상대 선수가 같은 팀 강희경 선수였다. 강 선수도 “2위였지만 지난해 입단해 개인전에서 처음 성적을 낸 것이라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금천구청 여자탁구단은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7월12~15일 전남 강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내셔널 한국실업탁구대회 여자 개인단식에서는 송 선수가 우승했고, 정 선수가 3위를 차지했다. 송마음·정유미 선수는 여자 개인복식에서 3위에 올랐다.


금천구청 여자탁구팀은 앞서 1월28일부터 5월17일까지 열린 ‘2022 두나무 한국 프로탁구 리그’에서 내셔널리그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1위 수원시청에 아깝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해 처음 시작된 프로리그 경기인 두나무 한국 프로탁구 리그는 1부 격인 코리아리그(기업팀)와 2부 격인 내셔널리그(지방자치단체팀)로 나뉜다.

금천구청 여자탁구단은 2017년 1월 창단했다. 창단 3년째 되던 2019년 9월 서초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추계회장기 실업탁구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송 선수와 정 선수가 2019년 함께 금천구청 여자탁구단에 입단한 뒤 이룬 성과였다. 송 선수는 여자 개인단식에서도 우승했고 정 선수가 3위를 했다. “돌이켜보면 창단 이후 처음이라 가장 뜻깊은 해였죠.” 두 선수는 당시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밖에도 두 선수는 2019년 8월 전북 무주군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시도 탁구대회 여자 개인복식에서도 우승했다. 송 선수는 여자 개인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금천구청 여자탁구단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2021년에는 딱 한 번 대회에 나갔다. 2021년 추계회장기 실업탁구대회 여자 개인복식에 출전한 송마음·정유미 선수 조가 다시 우승을 일궜고, 여자 단체전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송마음·정유미 조는 금천구청 여자탁구단 창단 이후 벌써 세 차례나 개인복식 우승을 일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손케 듀오’가 있다면, 금천구청 여자탁구단에는 송마음과 정유미가 있는 셈이다.

누가 제일 실력이 좋냐고 묻자, 송 선수는 “모두 잘한다”고 했다. 세 명 모두 실력은 같은데,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의 차이 정도만 있을 뿐 경기하는 날 컨디션이 많이 좌우한다고 했다. 송 선수는 “그래서 해봐야 아는 시합이 많다”고 했다. 강 선수는 “언니들이 구질 좋다고 칭찬도 해주고, 작전이나 게임 운영하는 부분에서도 조언을 많이 해준다”며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배울 점이 무척 많다”고 했다.

세 선수 모두 경기 스타일이 다르다. 송 선수는 서브부터 득점을 노리는 공격형, 정 선수는 좋은 스피드와 영리한 경기 운영, 강 선수는 포핸드에 이은 백푸시를 사용한 빠른 전진 속공이 특기다.

선수들에게 부상은 가장 큰 ‘적’이자 근심거리다. 송 선수는 목과 무릎, 정 선수는 어깨에 부상을 입었고, 강 선수는 어깨와 발가락 사이에 난 티눈이 고민이다. 정 선수는 3월 말 ‘두나무 대회’ 때 어깨 근육이 찢어져 힘들었다.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전한 것이 화근이었다. “타고난 건강 체질이 아니면 대부분 선수가 부상을 달고 살죠. 기계도 오래 쓰면 망가지는 것과 같아요.” 정 선수는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했다.

“성적이 좋고 하니 관심도 많고 동호회 회원들이 레슨을 많이 받아요.” 금천구청 여자탁구단은 매월 1회 2시간 정도 금빛나래후원회(탁구동호회)에 참석해 회원들을 지도한다. 송 선수는 “인원이 많아서 10분 내외로 짧게 배우고 싶은 것 위주로 피드백해준다”고 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레슨을 중단했는데,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금빛나래후원회는 탁구를 좋아하는 구민들이 금천구 내 초중고와 실업 탁구팀을 후원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2010년부터 활동한 금빛나래후원회는 500여 명의 회원이 지금까지 3억여원을 후원해 금천 탁구 발전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더니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여자의 길을 가야죠. 아이 셋 낳기, 하하.” 송 선수는 오는 10월 결혼한다. 송 선수는 “아이를 낳으면 탁구를 시키고 싶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시키고 싶다”고 했다. 강 선수는 “아직 어린 나이라서,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경기에서 상대 선수로 언니들만 안 만나면 된단다.

송 선수는 “감독님이 섬세하고 꼼꼼하다”며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어 우리도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또한 “저랑 정유미 선수가 뛰지 않더라도 후배들 기량이 좋아져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