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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생물 보호, 자연과 사람 공존의 길”

서울시 환경상 받은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의 이정숙 대표

등록 : 2022-08-04 15:28
풀뿌리 환경단체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이 올해 서울시 환경상 기후행동 분야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15년 동안 활동가로 참여하며 2년 전 대표직을 맡은 이정숙 대표는 지역주민, 청소년들과 자발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온 활동을 인정받아 뜻깊다고 했다. 사진은 7월13일 노원구 상계동 중랑천 녹천교 인근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상패를 든 이정숙 대표의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23년째 중랑천 지킨 풀뿌리 환경단체

2007년 활동가 참여, 2년 전 대표 맡아

정화·감시, 생물종 보호 캠페인 추진

“야생생물 살 수 있는 터전 늘어나야”

지난 6월 기후위기 대응과 쾌적한 환경 조성에 기여한 시민·단체·기업이 ‘서울시 환경상’을 받았다. 기후행동 분야에서 우수상을 받은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중랑천사람들)은 20곳의 수상자(기관) 가운데 유일한 풀뿌리 환경단체다. 중랑천 생태계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다양한 환경교육과 캠페인을 펼쳐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일인데 상을 받으니 의미가 큽니다.” 지난달 13일 노원구 상계동 중랑천 녹천교 인근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숙(54) 대표가 수상 소감을 말했다. 중랑천은 자치구 7곳(노원·도봉·성북·중랑·동대문·광진·성동구)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하천으로 다양한 어류와 조류, 곤충과 양서·파충류가 사는 도시 안의 생태계이기도 하다. 중랑천사람들은 노원·도봉구 지점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23년 전 오염 하천의 대명사였던 중랑천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가 중랑천사람들이다. 2012년 환경정의 북부 지역조직으로 결합해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을 이어왔다. 한때 참여회원이 1천 명을 넘기도 했다. 현재는 회원 약 140명과 활동가 17명이 지역 청소년, 주민과 하천 정화와 감시 활동을 하며,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와 캠페인을 꾸준히 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성인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환경교육도 해왔다.


이 대표는 2007년 중랑천사람들의 활동가로 시작해 2년 전 대표직을 맡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전남 강진에 살았던 그는 자연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로 올라와 결혼 뒤 아이들이 크면서 생태해설사 양성 과정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부터 10년가량 식물, 조류, 곤충,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을 차례로 공부했다. 이 대표는 “표범장지뱀,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을 도심 하천에서 찾아 보호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09년 활동가들과 함께 중랑천에서 표범장지뱀을 발견했다. 중랑천사람들은 ‘멸종위기 표범장지뱀 등 야생생물보호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에 발 벗고 나섰다. 노원구는 2015년 전국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특정 생물 보호 조례를 만들었고, 서울시도 중랑천 녹천교에서 상계교 일부를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2019년엔 중랑천 안 모래톱에서 흰목물떼새와 둥지를 여럿 확인했다. 흰목물떼새와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서식지를 훼손하는 준설 공사에 민원을 넣기도 하고, 노원구·도봉구 관련 부서와 협력회의도 했다.

보호구역 지정을 제안하고 토론회도 열었다. 이 대표는 “야생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상류까지 추가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중랑천에서 자전거를 닦거나 낚시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요즘은 하천에서 뭔가를 하면 바로 자치구로 신고가 들어간다. 이 대표는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며 “모니터링이나 어류 조사 등을 할 때 미리 신고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정도로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교육이나 체험활동 때 참여자들이 새 이름을 묻는 등 관심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청소년봉사자들이 하천 정화활동에서 가장 많이 줍는 쓰레기가 담배꽁초다. 드러내놓고 아무 곳에나 버리는 일은 줄었지만, 대신 눈에 띄지 않는 구석구석에 꽁초가 버려져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던져 버리는 행위도 여전하다. 이 대표는 “담배꽁초 미세플라스틱이 바다 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공익광고 등으로 더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단체 운영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활동가가 4명만 남아 단체 존폐를 고민해야 할 정도의 위기도 겪었다. 현재 17명의 활동가는 절반 넘게 10년 이상 동고동락한 사이다. 더위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란종 제거나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하고, 공모사업에도 참여한다. 이 대표는 “환경보호 활동에 소신이 있는 이들의 열정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오래 이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미래 세대가 표범장지뱀이나 흰목물떼새 등을 책에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대표의 바람은 흰목물떼새의 서식지인 중랑천 상류가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야생생물 보호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길”이라며 그는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약간의 불편을 참아내고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했다. 단체 대표로서의 바람도 있다. “단체가 알려지고 좀 더 많은 활동가와 주민이 함께해 10년 뒤에는 회원이 5배쯤 늘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