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표 코액터스 대표가 7월29일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인터뷰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컴퓨터공학 전공, 사회 문제 해결 관심
우버에서 영감…2018년 소셜벤처 설립
2020년 ‘고요한M’ 서비스 출시하면서
청각장애인 기사 직접 고용하기 시작
손님이 목소리로 목적지 등 얘기하면
앱을 통해 문자로 변환, 기사에게 전달
전체 직원 중 60% 이상이 장애 가져
“장애인-비장애인 차별 없는 직장 꿈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널리 쓰일 만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계가 점차 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인간의 업무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종업원이 있던 자리를 키오스크(무인 주문·계산대)가 대신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러한 예측은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계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간 업무의 침범’을 초래할까?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는 이러한 예측에 의문을 품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논문과 보고서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이 곧 일자리 감소를 뜻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송 대표는 “기술이 사람을 향할 때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기술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오히려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때 주목한 것이 바로 장애인 일자리 문제다. 송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관심이 있었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만큼 기술로써 장애인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플랫폼이 바로 코액터스가 운영하는 ‘고요한M’(고요한 모빌리티)이다.
코액터스는 2018년 설립한 소셜벤처다. 초창기 사업 모델은 청각장애인 기사와 승객이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태블릿피시(PC)를 공급하고 청각장애인의 택시운전면허 취득과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2020년 고요한M 서비스를 출시하고 청각장애인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확대했다.
고요한M 차량에 설치된 승객용 태블릿PC. 승객들은 태블릿PC를 통해서 음성인식, 타자 입력, 터치 펜 필기 등의 방식으로 기사와 소통할 수 있다. 코액터스 제공
고요한M 서비스의 핵심은 기술을 통해 청각장애가 있는 기사와 비장애인 승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요한M 앱을 통해 택시를 예약·호출하여 탑승하면, 승객은 기사석과 조수석의 머리 받침대인 헤드레스트에 각각 설치된 태블릿PC를 통해 기사와 소통할 수 있다.
자판을 누르거나 터치 펜으로 필기하는 방식으로 기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면 된다. 승객들은 음성인식 방식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승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말’로 전하면 해당 메시지가 ‘문자’로 변환돼 기사에게 전달된다.
아이디어는 차량 호출을 통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우버’나 ‘리프트’ 등의 사례에서 얻었다. 해당 업체들의 사업 구조를 보면 일정 요건을 갖춘 차량 소유자라면 손쉽게 기사로 등록할 수 있는데, 따라서 청각장애인들 역시 기사로 다수 가입한 상태다. 목적지 등은 앱으로 차량을 호출할 때 미리 지정하기 때문에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그 외 필요한 의사소통은 필담 방식으로 이뤄진다.
송 대표는 “국내에서 택시를 탔는데 할 말이 있을 때 기사가 수첩을 내밀면서 적어달라고 하면 대부분 당황할 것”이라며 “이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회사가 승객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청각장애인 기사 고용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코액터스는 기술 개발을 통해 편리한 의사소통 방법을 솔루션으로 제안한다.
코액터스는 고요한M 앱을 통해 자동 배차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를 통해 기사들의 영업 부담을 덜어준다. 또 사납금 없이 월급제로 운영하기에 소속 기사들은 안정감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코액터스는 차량과 기사 수를 늘려가고 있다.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규모를 확대한다. 노동시장에서 청각장애인이 받는 ‘차별’에 주목했던 송 대표는 이제 청각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서 유니버설 디자인(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적용된 일터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직접 고용을 시작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정한 채용 기준에 적합하다면 장애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일하는 데 장애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기술로 해결하자는 마음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을 구상한다는 것은 곧 ‘장애’가 구별 요소가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현재 코액터스 직원의 60% 이상이 장애가 있는 직원이다. 자연스럽게 코액터스가 제공하는 시스템과 서비스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접촉이 늘어나고 있다. 접점이 늘어날수록 서로 잘 알게 된다. 잘 알게 될수록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더 좋은 사회가 되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선천적으로 혹은 사고나 질병 같은 후천적 이유로 장애를 가진 이들도 있지만, 노화로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신체 장애가 생긴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 장애 인구도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장애인이 활동하기에 편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송 대표의 철학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는 ‘블랙캡’ 차량으로도 잘 알려진 영국의 LEVC TX5를 도입한 것이다. TX5는 전기로 구동되는 친환경 차량이자 슬라이딩 레일을 탑재해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탑승이 가능한 차량이다. 장애인은 물론 유아, 고령층 등 다른 교통약자도 모두 편하게 탑승할 수 있다.
코액터스가 도입한 블랙캡 차량. 슬라이딩 레일이 탑재돼 휠체어를 탄 채로 승하차할 수 있다.
코액터스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굳이 ‘장애인 전용’이라고 구분하지 않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말은 장애인들에게 선택권이 폭넓게 주어진다는 뜻이다. 코액터스의 사업 방향은 우리 사회가 보다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새겨야 할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사업을 디자인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봤을 때도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20년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10명 중 3명이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다. 송 대표는 이와 관련해 “교통약자까지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전체 시장의 100%를 타깃으로 할 수 있다”며 “사회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대표는 고요한M 서비스의 성공을 자신한다.
“누군가가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면 위험하지 않냐고 우려를 보일 때, 특별히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일단 타보라고 합니다. 왜 수만 명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경험해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노윤정 <라이프인>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