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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심의 때문에.” 드라마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여러 번 들어봤을 말이다. 최근 이영애가 출연한 사전 제작 드라마 <사임당>도 <에스비에스>에서 10월 방영 예정이었다가 중국 심의가 나지 않아 내년 1월로 연기됐다. 대체 중국 심의가 뭐기에, 한국 드라마 편성까지 좌지우지하는 걸까?
중국은 한국과 달리 완성본을 사전에 심의한다. 심의는 라디오, 티브이, 영화산업 등을 관리·감독하는 국무원 직속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담당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린다. 한국이 중국 심의를 신경 쓰기 시작한 건 중국에 한류 열풍이 불면서다.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를 얻은 이후 한국 드라마 포맷이 속속 중국에 팔렸다. 드라마로 시작한 한류는 예능으로 이어졌고, 중국에 한국 프로그램 리메이크 열풍이 불었다. 연예인들은 중국에서 회당 억대의 출연료를 받기 시작했고, 피디들은 거액의 돈을 받고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점차 가세가 기우는 방송사에 중국은 오아시스였다. 한국 시청자들이 외면해도 중국에 팔리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중국이 좋아하는 내용의 드라마를 만들고, 중국이 좋아하는 한국 배우들을 기용했다. 중국 심의 때문에 사전 제작도 시도했다. 한국에서 방영된 이후 중국 동영상 사이트 등에 방영권을 팔았는데, 불법 복사본이 유통되면서 손해를 보자 한중 동시 방영을 시작했다. 6개월 걸리는 사전 심의에 통과하려면 미리 만들어야 했다. 수십 년 동안 쪽대본이 난무해도 하지 않던 사전 제작이, 중국 심의 때문에 정착되는 ‘웃픈 현상’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반드시 착해야 하고, 사회 탓을 할 수 없는 등 중국 심의에 맞춘 드라마가 쏟아졌다. 통속극이 쏟아졌고 장르, 액션물 등은 줄어들었다.
그렇게 온 기운을 다해 중국에 맞췄건만, 그런 방송사들이 요즘 중국 심의 때문에 속앓이하고 있다. 사드 등에 대한 보복성인지 중국이 최근 한국 콘텐츠에 심의를 내주지 않고 있다. 방송 날짜를 미룬 <사임당>도 혹여 내년 1월 심의가 나지 않아 중국에서 방영되지 않으면 투자자 등의 손실이 크다. 12월 한중 동시 방송을 목표로 사전 제작된 <화랑>도 앞날이 깜깜하기는 매한가지다.
중국 입맛만 맞추는 방송사들을 향해, 한국 시청자는 시청자도 아니냐는 일부 비난도 있었다. 중국은 언젠간 돌아선다며 중국 의존을 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귀를 닫았다. 중국 심의만 바라보며 중국 맞춤형 콘텐츠를 쏟아내던 방송사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중국 입맛만 맞추는 방송사들을 향해, 한국 시청자는 시청자도 아니냐는 일부 비난도 있었다. 중국은 언젠간 돌아선다며 중국 의존을 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귀를 닫았다. 중국 심의만 바라보며 중국 맞춤형 콘텐츠를 쏟아내던 방송사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