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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를 내세운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16일 저녁 해금협회 단원들이 리허설 무대에 올라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을 연주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
지난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독특한 이름의 축제가 시작됐다. 23일까지 열리는 ‘제3회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다. 전국의 생활 오케스트라들 가운데 예선을 거친 42개 팀이 실력을 뽐내는 본선 무대다. 대부분이 아마추어인 생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다.
2013년 윈드케스트라를 계기로 모이기 시작
아마추어(amateur)의 어원은 ‘애호가’를 뜻하는 라틴어 ‘아마토르’(amator)다. 아마추어 연주자의 사전적 정의는 ‘금전적 이유가 아닌 즐거움을 위해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비전문성이나 미숙함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학계에서 아마추어 대신 ‘생활예술’이란 단어가 퍼지고 있는 이유다. 생활 오케스트라는 일상에서 즐거움을 목적으로 연주한다는 것에 강조점을 둔다. 세종문화회관 쪽은 현재 서울 176개, 전국 400개가 넘는 생활 오케스트라가 활동 중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풀뿌리에서 제각각 자라난 생활 오케스트라가 모이기 시작한 해는 2013년이다. 그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윈드케스트라 축제’가 계기였다. “모여서 연주하니 굉장했습니다. 한 차례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워 네트워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봉원일(62) 한국생활예술음악인협회(KOAMA·코아마) 이사장이 협회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봉 이사장 역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며 색소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인 ‘생활음악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생활 오케스트라들의 응집력은 강했다. 코아마를 주축으로 생활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주체가 돼 ‘제1회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가 이듬해 첫발을 내디뎠다.
3회째인 이번 축제는 예선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5월부터 한 달간 예선이 열렸고, 전국에서 모두 62개 오케스트라가 참가해 경연을 펼쳤다. 전문가 4명의 심사를 통해 42개 오케스트라가 예선에 통과해 14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본선을 진행 중이다. 세종문화회관 쪽은 예선 심사에서 연주 실력 외에도 단원들의 하모니에 큰 비중을 뒀다고 귀띔했다.
본선에서는 관객 심사 40%, 전문가 심사 60%로 점수를 매겨 상위 14개 팀을 선정하는데, 이 팀들에게는 내년 3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단독공연을 하는 ‘어마어마한’ 기회를 준다. “저요? 지난 2년 동안 저희 팀이 연거푸 본선 진출에 실패해 올해는 아예 예선 출전을 안 했습니다. 이사장이 단원인 오케스트라도 떨어지니 심사 공정성에 대해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아요. 하하.” 봉 이사장이 축제의 공정성을 힘주어 말하며 크게 웃었다.
연습 장소 부족이 가장 큰 고민
“세종문화회관은 모든 연주자의 꿈이죠.” 본선 무대에서 만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프로 연주가도 몇 달을 기다려야 대관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통상 9대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곳이 세종문화회관이기 때문이다. “생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주체가 돼 만드는 축제라는 전제 아래서 생활 오케스트라 생태계를 만드는데, 세종문화회관은 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축제도 3100명의 참가자가 발로 뛰어 만들었다는 게 박승현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본부장의 설명이다. 기획력과 지원이 없어지면 금세 시들해지는 관 주도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세종문화회관은 생활 오케스트라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에는 4~5개 나라의 생활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세계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로 판을 키울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렇다고 생활 오케스트라의 토대가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마음 놓고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게 모든 오케스트라의 고민이다. 봉 이사장은 “10명에서 많게는 80명까지 구성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악기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도 힘든데, 그마저도 시간당 몇 십만 원을 내야 하니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미국의 경우, 생활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60% 이상 대학교수나 강사가 맡고 있어 대학 연습실을 쉽게 연습장이나 공연장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지역에 기반을 둔 생활 오케스트라 활동이 활발하다. 코아마는 이런 어려움을 풀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시설에 연습실을 마련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아마는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2가1동 주민센터에 연습 공간을 내달라고 요청했고, 주민센터 쪽은 흔쾌히 토요일에 유휴 공간을 개방했다. 덕분에 MS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몇몇 생활 오케스트라가 1만 원 정도의 사용료만 내고 주민센터를 사용하고 있다. 생활오케스트라 역시 그에 대한 보답으로 주민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세종문화회관은 모든 연주자의 꿈이죠.” 본선 무대에서 만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프로 연주가도 몇 달을 기다려야 대관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통상 9대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곳이 세종문화회관이기 때문이다. “생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주체가 돼 만드는 축제라는 전제 아래서 생활 오케스트라 생태계를 만드는데, 세종문화회관은 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축제도 3100명의 참가자가 발로 뛰어 만들었다는 게 박승현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본부장의 설명이다. 기획력과 지원이 없어지면 금세 시들해지는 관 주도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세종문화회관은 생활 오케스트라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에는 4~5개 나라의 생활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세계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로 판을 키울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렇다고 생활 오케스트라의 토대가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마음 놓고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게 모든 오케스트라의 고민이다. 봉 이사장은 “10명에서 많게는 80명까지 구성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악기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도 힘든데, 그마저도 시간당 몇 십만 원을 내야 하니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미국의 경우, 생활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60% 이상 대학교수나 강사가 맡고 있어 대학 연습실을 쉽게 연습장이나 공연장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지역에 기반을 둔 생활 오케스트라 활동이 활발하다. 코아마는 이런 어려움을 풀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시설에 연습실을 마련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아마는 지난해 서울 성동구 성수2가1동 주민센터에 연습 공간을 내달라고 요청했고, 주민센터 쪽은 흔쾌히 토요일에 유휴 공간을 개방했다. 덕분에 MS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몇몇 생활 오케스트라가 1만 원 정도의 사용료만 내고 주민센터를 사용하고 있다. 생활오케스트라 역시 그에 대한 보답으로 주민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