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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인류의 기나긴 여정.’
스위스의 문학비평가이자 의학사가인 장 스타로뱅스키(1920~2019)의 저서<멜랑콜리 치료의 역사>(김영욱 옮김, 도서출판 濱 펴냄)의 내용이다. 스타로뱅스키는 1959년 ‘멜랑콜리 치료의 역사’로 스위스 로잔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 1년 전인 1958년에는 제네바대학에서 <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에 따라 그의 박사 논문을 기초로 1960년에 출간한 <멜랑콜리…>에도 의학과 인문학에 뛰어났던 그의 역량이 잘 드러난다.
그는 우울증 등 정신병리의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 호머(기원전 800년께~기원전 750년께)의 <일리아스>를 꼽는다. <일리아스> 10편에 나오는 벨레로폰 이야기가 그것이다. 벨레로폰은 헤라클레스 이전의 가장 뛰어난 영웅이었지만, 올림포스의 신에게 버림받은 뒤의 상황은 비참하다. “그는 홀로 알레이온 평야를 떠돌았으니, 고뇌에 삼켜진 마음으로, 인간의 발자국을 피했다.” 이렇게 오래전의 인류는 인간의 고독과 고뇌 등 정신질환을 ‘신으로부터 버림받는 것’과 연관 지어 생각했다.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년께~기원전 370년께)는 신과 연관 지어 인식됐던 정신질환을 인간의 힘으로 치유하고자 했다. 히포크라테스 의학에서는 인간의 체액이 혈액, 점액, 황담액, 그리고 흑담액의 네 가지로 구성된다고 봤다. 이때 흑담액의 이름이 바로 우울증이나 슬픔을 뜻하는 ‘멜랑콜리’다. 검은색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멜랑(melan)과 담즙을 의미하는 콜레(chole)의 합성어를 기원으로 한다.
흑담액이 많거나 적은 게 우울증 등의 원인이었으므로, 이 흑담액을 정상화하는 것이 히포크라테스 이후 오랫동안 그 치료법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흑담액 배설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던 배설제 복용을 권했다. 현대적 시각에서 볼 때 이상한 치료법이지만, 이 치료법은 19세기 말까지 강하게 세계를 지배했다.
과학의 시기인 20세기에도 정신질환 치료법은 불충분했다. 20세기 전반부에는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을 제거하는 시술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 시술을 받은 사람은 정신병리 증상은 호전됐지만, 언어 능력 상실 등 부작용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 수술을 개발한 포르투갈의 신경학자인 에가스 모니스는 1949년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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