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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달 지역 건축사회와 시·구 공무원 합동으로 장애인 거주 침수위험 반지하 주택 상태 조사를 했
다. 현재는 아동 양육 및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 제공
2022년 8월은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유례없는 폭우에 시내 곳곳이 물에 잠겼고, 저지대 반지하 주택에 물이 들어차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이제 가랑비만 와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고지역 주민 인터뷰를 보며, 세상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집’이 생명을 앗아가는 끔찍한 공간이 됐다는 사실에 많은 건축인이 아파했다.
그러던 터에 서울시가 반지하 주택 상태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해왔고 지역 건축사회는 흔쾌히 참여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알았던 것 이상으로 ‘반지하 주택’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반지하 주택은 급격한 경제성장과 인구 집중으로 집이 부족한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태어났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어 선호됐고, 건축법상 층수에 포함되지 않아 임대나 분양 수익을 낼 수 있다 보니 건축주로서도 집을 지을 때 반지하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명백히 ‘주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공간이었고 침수·화재 등 재난 위험이 반복되다 결국 일가족이 생명을 잃는 참사가 생기고 말았다.
반지하는 ‘절반 이상’ 땅에 묻혀 있다 보니 365일 볕 드는 날이 하루도 없고, 습기를 막아내기 위해 땅에 묻힌 부분에 방수처리가 필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외면받아 곰팡이가 핀다. 또 사생활 보호, 방범, 먼지, 소음 등 여러 이유로 창문을 열어둘 수 없어 자연 환기가 불가능하니 창문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그보다 더 취약한 것이 있는데 바로 재난시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반지하는 방범에 취약하다보니 ‘방범창’을 설치하는데 유일한 탈출구인 현관에서 화재나 침수가 시작되면 꼼짝없이 갇힐 수밖에 없다.
경사지에 있어 어느 쪽에서는 지하지만 다른 한 면에선 지상주택으로 볼 수 있는 반지하는 그나마 낫다. 문제는 저지대 반지하 주택인데 모든 창문에 방범창을 설치해 외부에서 침입을 못할 뿐 아니라 긴급상황 때 안에서 밖으로 탈출하기도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서울시가 시범 설치하고 있는 창문형 개폐식 방범창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틀 전인 10월5일 서울시가 지난달 건축사회와 함께 주택 상태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반지하 거주가구 지원대책 중간발표를 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가호호 현장 조사를 나갔던 건축사회의 노력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책을 만드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현장 조사 때가 생각난다. 애매한 위치의 반지하 주택은 몇 번을 빙빙 돌아가며 폭우에 취약한 지점을 집어내고, 도면 위에 알맞은 침수방지시설을 표시했다. 이 작은 펜 끝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쓰라렸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이번 주택 상태 조사는 침수 등 재난에 취약한 반지하에 거주하는 장애인 37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폭우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 침수가 시작됐을 때 곧바로 대피가 어려운 지체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반지하 침수는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밤새 물 차는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대피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장애인 가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사이자 대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반지하를 단계적으로 조사하고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이어나가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반지하 거주가구 지원대책에서 서울시는 중증 장애인이 사는 반지하 370가구에 대한 침수방지시설 설치, 지상층 이주 등 지원을 시작했다. 또 노인과 아동양육가구 등 순차적으로 조사 대상을 넓혀나가 사각지대에 놓인 주거취약가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주거안전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서울시의 행보에 지역 건축사회도 계속 동참할 것이다. 인간이 모든 재해를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위험은 사전에 막고 줄이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재난에 대비하고 보완할 수 있다. 전문가와 공공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졌을 때 우리 사회가 안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이틀 전인 10월5일 서울시가 지난달 건축사회와 함께 주택 상태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반지하 거주가구 지원대책 중간발표를 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가호호 현장 조사를 나갔던 건축사회의 노력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책을 만드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현장 조사 때가 생각난다. 애매한 위치의 반지하 주택은 몇 번을 빙빙 돌아가며 폭우에 취약한 지점을 집어내고, 도면 위에 알맞은 침수방지시설을 표시했다. 이 작은 펜 끝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쓰라렸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이번 주택 상태 조사는 침수 등 재난에 취약한 반지하에 거주하는 장애인 37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폭우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 침수가 시작됐을 때 곧바로 대피가 어려운 지체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반지하 침수는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밤새 물 차는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대피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장애인 가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사이자 대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반지하를 단계적으로 조사하고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이어나가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반지하 거주가구 지원대책에서 서울시는 중증 장애인이 사는 반지하 370가구에 대한 침수방지시설 설치, 지상층 이주 등 지원을 시작했다. 또 노인과 아동양육가구 등 순차적으로 조사 대상을 넓혀나가 사각지대에 놓인 주거취약가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주거안전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서울시의 행보에 지역 건축사회도 계속 동참할 것이다. 인간이 모든 재해를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위험은 사전에 막고 줄이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재난에 대비하고 보완할 수 있다. 전문가와 공공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졌을 때 우리 사회가 안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이용주 ㅣ 건축사·용산구 건축사회 회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