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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열린옷장에서 취업 면접을 앞둔 한 청년(오른쪽)이 의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면접용 정장을 빌리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안녕하세요. 몇 시간 전 면접을 보고 와서, 감기는 눈과 피곤한 몸이지만 덕분에 면접을 잘 마쳤다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기증자님들의 기운까지 다 받아 부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좋은 날개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이유리)
“좋은 옷 좋은 취지로 기증해주신 박재영, 김수빈 님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생애 첫 면접을 여러분 덕에 잘 치렀습니다. 기증자분들의 운을 빕니다.” (설윤석)
지난 21일 두 청년이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있는 공유기업 ‘열린옷장'에 보낸 감사 글이다. 두 사람은 취업 면접을 앞두고 이곳에서 정장을 무료로 빌렸다. 이 씨는 재킷과 바지, 블라우스, 구두를 빌렸고, 설 씨는 재킷과 바지, 셔츠, 넥타이, 벨트, 구두를 빌렸다.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면접 차림새를 열린옷장의 도움으로 아무런 부담 없이 해결한 것이다. 한만일 열린옷장 이사장은 “두 청년이 입은 옷과 소품은 상당 부분 기증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열린옷장에서 면접용 정장을 공짜로 빌릴 수 있게 된 것은 서울시가 4월부터 시작한 ‘취업날개' 서비스 덕분이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KEB하나은행이 제공하는 사회공헌기금을 열린옷장에 전달했다. 이 기금을 토대로 열린옷장은 남성 청년의 경우 3만 원 남짓하는 정장 대여금(재킷, 바지, 셔츠, 넥타이, 벨트, 구두 일체)을 받지 않고 복장을 빌려준다. 서울시는 “취업날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0월21일까지 모두 2371명의 취업준비생이 공짜로 면접용 정장을 빌렸다”며 “청년 구직자들이 비싼 정장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질 좋은 옷을 필요한 시기에 빌려주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밝혔다.
취업날개 서비스는 만 18~34살의 서울에 사는 청년 구직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1인당 두 차례 옷을 빌릴 수 있으며, 대여 기간은 3박4일이다. 서울시 누리집(www.seoul.go.kr)이나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job.seoul.go.kr)에서 날짜와 시간을 예약한 뒤 열린옷장을 방문하면 된다. 열린옷장에는 정장 1000여 벌과 넥타이, 벨트, 구두 등 액세서리 3500점이 갖춰져 있다.
정진우 서울시 일자리정책과장은 “올해 말까지 모두 4000명의 청년들에게 정장을 대여할 계획”이라며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구직 과정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철저하게 분석해 꼭 필요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