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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면(同行) 더불어 행복(同幸)하다. 성북구 동아에코빌아파트 서성학(왼쪽)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안덕준 회장이 아파트 단지 안 ‘동행공방’에서 행복플러스발달장애인센터 장애인들이 손질한 가구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입주민들이 저희를 좋게 대하려는 태도가 느껴져서 모두 고맙게 생각해요. 월급 올려주지 않아도 좋으니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죠. 우리도 주민들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합니다.”
올해 3년째 성북구 월곡동 아파트 ‘동아에코빌’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김서현(62) 씨는 지난해 8월 이후 입주민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져 해고의 불안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갑과 을로 대표되는 기존의 수직적인 계약서 대신, 함께 행복하자는 ‘동행(同幸)계약서'를 쓴 뒤 입주민들은 경비원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해고 불안에서 벗어난 경비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동아에코빌 입주자대표회의 안덕준 회장은 “‘동행’ 두 글자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동행계약서를 쓴 뒤로는 주민들이 말이나 행동에 앞서 동행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동아에코빌 서성학 관리소장은 가장 큰 변화로 주민과 직원 사이의 신뢰 관계 형성을 꼽았다. “지난해 동행계약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난 뒤 전국에서 문의 전화와 계약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직접 찾아오기도 하고…. 지난 1년간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주민과 직원 사이에 믿음이 생긴 거지요. 덕분에 입주민 동의를 받지 못해 두 번이나 못했던 개별난방 전환공사도 할 수 있었어요.”
동아에코빌이 동행계약서를 쓰게 된 것은, 2015년 경비원에 대한 최저임금 100%(시간당 5580원) 지급에 따른 임금 인상으로,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이 늘어 경비원 해고 같은 사회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장석춘 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관리규약을 개정했다. 그리고 성북구청에서 공모를 통해 확정한 상생아파트 브랜드 ‘동행’의 의미를 살려 동행계약서를 채택하자고 제안해 이를 성사시켰다.
같은 해 7월 ‘개별난방 전환공사 도급 계약’에 처음으로 동행계약서를 적용하고, 8월에 관리업체 위·수탁 계약서에서도 ‘갑을’이 아닌 ‘동행’을 사용했다. 동아에코빌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은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하고, 지역 장애인과 함께하는 ‘동행공방’과 ‘공구 공유사업’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입주민에게 재능기부를 받아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모아서 ‘영어 놀이 교실’도 열었다. 아파트 107동 지하주차장 한쪽에 자리 잡은 ‘동행공방'에서는 격주로 수요일마다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한 가구 조립이 한창이다. 이 수업에는 행복플러스 발달장애인센터 장애인 15명 남짓이 참여해, 망치질과 사포질로 땀을 흘리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을 돕는 강사들은 지난해 8월 동행공방에서 ‘손수제작(DIY) 가구’ 만드는 법을 배운 아파트 주민들이다. 동아에코빌은 지난해 서울시 ‘2015 공동주택 활성화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동행계약서는 시행 1년여 만에 확산되는 추세다. 올 9월 기준으로, 성북구 관내 31개 아파트에서 동참해 142건의 동행계약서를 썼다. 성북구도 지난해 9월부터 관청 계약서를 동행으로 바꾸고, 구와 동·산하기관에서 254건의 동행 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7월 ‘개별난방 전환공사 도급 계약’에 처음으로 동행계약서를 적용하고, 8월에 관리업체 위·수탁 계약서에서도 ‘갑을’이 아닌 ‘동행’을 사용했다. 동아에코빌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은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하고, 지역 장애인과 함께하는 ‘동행공방’과 ‘공구 공유사업’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입주민에게 재능기부를 받아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모아서 ‘영어 놀이 교실’도 열었다. 아파트 107동 지하주차장 한쪽에 자리 잡은 ‘동행공방'에서는 격주로 수요일마다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한 가구 조립이 한창이다. 이 수업에는 행복플러스 발달장애인센터 장애인 15명 남짓이 참여해, 망치질과 사포질로 땀을 흘리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을 돕는 강사들은 지난해 8월 동행공방에서 ‘손수제작(DIY) 가구’ 만드는 법을 배운 아파트 주민들이다. 동아에코빌은 지난해 서울시 ‘2015 공동주택 활성화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동행계약서는 시행 1년여 만에 확산되는 추세다. 올 9월 기준으로, 성북구 관내 31개 아파트에서 동참해 142건의 동행계약서를 썼다. 성북구도 지난해 9월부터 관청 계약서를 동행으로 바꾸고, 구와 동·산하기관에서 254건의 동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7월 성북구 동아에코빌아파트에서 시작된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의 첫 번째 ‘동행계약서’. 동아에코빌아파트 제공
또한 성북구와 성북구아파트입주자연합회가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휴식 공간 개선 사업에도 함께 나섰다. 아파트 단지와 구청이 비용을 나눠 내어, 휴게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도배와 장판도 새로 해 쾌적한 환경에서 쉴 수 있도록 했다. 올 10월에는 동행계약서의 지속성과 일반주택으로까지 확장하기 위해 ‘동행계약서의 공공기관 채택 의무 및 민간 분야 확산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공표했다. ‘동행’이라는 브랜드는 성북구청의 산물이다. 지난 5년간 공동체 복원을 위해 공을들이고 있는 성북구는, 공동주택 공동체에서 일어난 자발적인 갈등 해소 노력을 브랜드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공개모집으로 성북구 상생 아파트 브랜드 ‘동행'이 탄생했다.
3월에는 경비원 상생과 공동체 활성화사업을 위해 입주자대표, 관리소장, 공무원을 중심으로 민관 협력 거버넌스인 ‘공동주택활성화협의회'를 구성했다. 또한 경비원 고용안정 재정 지원을 위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단지별로 1000만 원까지 지원했다. 최대 80%까지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
동행계약서는 사회적 갈등을 풀기 위해 주민자치에서 시작한 공동체 활동이다. 이를 구청에서 도입하는 것은 물론 확산과 재정 안정을 위해 지원하고, 다시 공감을 통한 주민참여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