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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학자 “성북구 동행계약서, 세계로 확산 기대

일본 오카야마에서 열린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서 주목…1년 새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

등록 : 2016-11-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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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일본 오카야마 시 오카야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8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 본회의 사례 발표자로 나선 김영배 성북구청장. 성북구는 이날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하고 관에서 도입한 ‘동행계약서’로 3국의 주목을 받았다. 성북구 제공

지난해 성북구의 한 아파트 공동체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작한 ‘동행’(同幸)은 1년 사이 상생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행 전도사를 자청하고 나선 성북구 김영배 구청장은 ‘함께 행복하자’는 동행의 의미를 구의 주요 사업 전반으로 확산시킬 준비를 마쳤다.

종이 한 장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

지난달 18~21일까지 일본 오카야마 시에서 열린 ‘제18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에 참석한 3개국 135개 지자체는 성북구에서 발표한 ‘동행' 사례에 주목했다. 성북구 김영배 구청장은 19일 오카야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지난 1년간 종이 한 장이 몰고온 성북구의 변화 사례 발표에 나섰다.

이날 발표 자리에 참석한 성북구청 주택정책과 맹홍재 팀장은 “예상외의 반응에 저희도 놀랐다. 중국 상하이 서가회구 관계자는 발표 도중에 찾아와 명함을 건네며 교류를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민 스스로 ‘갑'과 ‘을'의 사회적인 갈등 해소에 나섰다는 점과 민간에서 시작해 관에서 도입했다는 부분에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보였다”고 현장 반응을 전했다.

본회의 패널토론 코디네이터로 참석한 야마나시 현립대학 국제정책학부 요시다 히토시 교수는 자신의 아버지도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하고 있어 더욱 감명 깊게 듣게 된 사례라며, “일본에서도 공동주택 공동체의 붕괴가 큰 사회문제가 되는 가운데 성북구의 ‘동행' 활동이 공동주택의 공동체의식을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발표였다”며 “3개국의 발표 중 성북구의 ‘동행’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중국 상하이 서가회구청에서는 구청 소개 자료와 함께,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성북구 대표단의 상하이 방문 요청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국내에서 참석한 29개 지자체에서도 성북구에 자료를 보내달라며 관심을 보였다.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는 1999년 한국과 중국, 일본 지방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회의와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일본 (재)자치체국제화협회 3개 기관이 주관하여 본회의를 돌아가면서 여는 방식이다. 다음번 교류회의는 2017년 7월 울산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강서구는 올 1월부터 함께 성장하는 건전한 동반자 관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상생계약서를 도입했으며, 종로구도 1월부터 민관이 동반자 관계를 맺어 아름답고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명품계약서를 선택했다. 충북 충주의 한국교통대학교에서도 올해부터 올바른 계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동행계약서 사용에 동참했다.

이름은 달라도 의미는 ‘동행’

최근에는 ‘갑을’ 관계를 고민하는 일반 기업에서도 동행계약서에 관심을 보인다. 성북구는 여행업계의 경우 ‘여행가이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여행사와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동행계약서 도입과 관련해 업무협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17일 차량 정비 서비스 브랜드 ‘오토큐'(AUTO Q) 10주년을 기념하는 동행 협약식을 열었다. 이번 협약식을 통해 자동차 가맹사업 최초로 가맹계약서의 갑을 표현을 ‘동행'(同行)으로 바꾸고, 파트너로서 관계 맺기에 나섰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계약서에서 ‘갑'과 ‘을'을 대신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하지만 ‘갑질'이라는 수직관계의 부정적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동반성장', ‘동행', ‘상생' 등의 의미는 다르지 않다. 모두가 똑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김영배 구청장은 성북구에서 시작된 동행의 가치에 대해 경제적·재산적 가치가 아닌 함께 사는 공존의 가치이자 시민 주도의 가치라고 설명한다.

그는 “아파트가 폐쇄적이고 나만의 공간이 아닌 우리의 공간이자, 같이 살아가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간임을 일깨워준 계기”라며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단절된 문화가 아닌 내 이웃과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낮은 곳에서 작게 시작한 의미 있는 동행의 발걸음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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