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동네 구멍가게 살린 추진력…웃는 얼굴 대민 접촉

을지로 활성화 사업 담당 이경숙 중구청 주무관

등록 : 2016-12-01 16:09 수정 : 2016-12-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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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유람’을 기획한 중구청 시장경제과 이경숙 주무관이 22일 낮 ‘한밭식품’ 주인인 박영관씨와 함께 을지유람 안내도를 펼쳐보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한밭식품’이라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박영관씨는 얼마 전 가게 운영 22년 만에 신장개업을 했다. 한밭식품은 을지로 4호선 2번 출구에서 15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해 목 좋은 곳임을 자랑하지만, 비좁고 또 칙칙하기까지 해 초라해 보이는 동네 구멍가게였다. 이 구멍가게가 어엿한 슈퍼마켓으로 환골탈태하기까지, 중구청 시장경제과 이경숙(47) 주무관의 노력이 컸다.

을지로의 도심산업과 맛집, 문화유산, 청년 예술가의 활동을 엮어 ‘을지유람’ 코스를 기획한 이 주무관은 “한밭슈퍼는 을지유람의 마지막 코스로, 참가자들이 쉬어가는 장소인데, 너무 허름해 볼 때마다 안타까웠어요” 하고 말했다. 자칫하면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밀려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주무관은 잘 리모델링하면 골목상권과 어울리는 가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2016 서울시 우리가게 콘테스트’ 공모 사업에 한밭식품을 추천했고, 시비 1300만원 지원이 결정됐다. 지난 6월 컨설팅 전문가가 점포주를 만나 리모델링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를 토대로 낡은 간판을 바꾸고 창호와 문, 차양(어닝) 등을 같은 색으로 맞췄다. 가게 안쪽도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상품을 잘 배열하고 조명도 설치해, 8.25㎡(2.5평)밖에 안되는 작은 가게가 커 보이도록 했다.

“예전에는 돈이 날아다니던 동네인데, 경기도 안 좋고 사람도 많이 빠져나가서 장사도 예전만큼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가게가 좋아졌다고 칭찬해주니 저야 기분이 좋죠.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인데, 그 사람들에게도 깨끗한 인상을 줄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박씨는 이 주무관 같은 공무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며 “인상 한번 쓰는 일 없이 항상 상냥하고, 내 일처럼 일해 줍니다” 하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3년 반쯤 휴직하고 복직한 뒤, 시장경제과로 자리를 옮겨 을지로 활성화 사업을 담당하게 됐을 때만 해도 막막했다고 한다. “기존에 하던 사업도 아니고 가만있는 지역 상인들에게 함께 해보자고 제안해야 하는데, 협의체도 없어서 누구랑 이야기해야 할지도 몰랐죠.”

빈 사무실 공간이 많은 을지로 뒷골목을 활성화시켜 보라는 최창식 구청장의 지시에, 공간에 예술인들을 유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다. “을지로는 30분 안에 예술 활동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곳이에요. 이들이 들어오면 을지로 전체가 활기를 띨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는 지역 건물주들에게 공문을 보내 건물주를 상대로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예술가들에게 빈 공간을 싸게 임대해줘서 지역을 활성화시켜 보려고 하니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해서 시세 50% 임대료로 빈 공간을 빌려주는 ‘을지로 디자인/예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현재는 을지로 6곳에 8개 팀이 폐자전거 활용 공방, 유리공예, 도자기, 가구 제작, 문화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호평을 얻으면서 지금은 을지로에 들어오겠다는 팀들을 다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주무관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사업을 확대했다. 을지로에 조명가게가 몰려 있는 지역적 특성을 살려 서울디자인재단과 협력해 조명축제 ‘을지로 라이트웨이’를 기획하고, 5개월간의 기획 끝에 ‘을지유람’이란 지역답사 코스를 만들어 을지로 지역의 매력과 지역적 가치를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얼마 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디디피)에서 열린 제2회 조명축제와 관련해 171개 버스킹 공연 팀의 실력을 확인하고, 그중 7개 팀을 선발하는 음악 프로듀싱 몫까지 해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구예산만으로는 을지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서울시와 국토해양부 등의 공모사업에 관심을 기울여 각종 공모사업에 지원해 10억가량 예산을 따냈다.

이 주무관의 포부는 현재 진행형이다. “충무로 지하보도에 안 쓰는 공간이 212평쯤 있는데, 내년에 청년·대학생 창업 동아리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미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됐습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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