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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철 신월5동 방문복지팀장(왼쪽)과 임명순 통장(가운데)이 도배를 새로 한 백용자 할머니(오른쪽) 댁을 방문해 집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10월28일 오후 3시께 서울 양천구 신월5동 방문복지팀의 이동철 팀장과 황미경 주무관은 혼자 세 들어 살고 있는 양천구 심아무개(56)씨 집을 방문했다. 집주인 박근석씨에게서 “전등 2개가 며칠 전부터 계속 켜져 있는데, 심씨의 안부가 걱정된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한 것이다.
방문복지팀은 안부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이미 세 차례나 심씨 집을 방문했다. 10월14일 심씨의 지인이 “심씨가 아픈 것 같다”며 방문 요청을 해, 황미경·윤미경 주무관 등 복지팀 담당자들이 찾아갔으나 심씨가 “나는 괜찮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고 도움을 거절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후에도 신월5동 방문복지팀은 두 번 더 심씨 집을 찾아갔지만, 문을 두드려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결국 네 번째 방문 끝에 심씨 집 창문을 열고 안을 보고서야 그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확인했다. 방문복지팀은 경찰관 입회 아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심씨는 탈진 상태로 거동이 불가능하고 의사소통도 어려운 상태여서 곧장 병원으로 이송해 입원 조처했다. 이 팀장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로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던 심씨는 만성 알코올의존증으로 탈수, 요로 감염, 알코올성 간질환 등 복합적인 건강 문제를 안고 있었다. 만약 발견되지 못했다면 큰일을 당했을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6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50살 이상 1인 가구 거주자들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아픈 경험을 한 방문복지팀으로서는 심씨의 소생에 더욱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옥탑방에 사는 오아무개(63)씨 배에 물이 차고 얼굴이 붓는 등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해 병원에 옮겼으나 12일 만에 숨졌다. 그래도 “동생이 고독사할 뻔했는데 구해줘서 고맙다”는 오씨 누나의 말에 방문복지팀은 보람을 느꼈다.
심씨는 이대목동병원과 보라매공원, 서남병원을 거쳐 서울시립병원인 서울의료원에 최종 입원했다. 심씨는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서울의료원에서 뇌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 촬영했더니 종양이 발견돼, 지난달 21일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최성덕 신월5동장(가운데)과 박웅열 통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복지 대상자 현장 방문의 날에 허점분 할머니(왼쪽) 댁을 찾았다.
방문복지팀은 심씨가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주민등록 재등록 조처를 하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긴급복지신청을 해서 심씨의 의료비를 처리했다. 또한 심씨가 가방을 만드는 기술이 있는 점을 고려해서 양천구의 가방협동조합과 협의해 회복되는 대로 일자리를 알아봐줄 계획이다. 심씨의 사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겨냥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동주민센터 담당 직원들이 찾동 사업 이전에는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생계비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차상위계층 등을 찾아가 어려움을 듣거나 안부를 살피는 일이 없었다. 최성덕 신월5동장은 지난 7월 찾동 사업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양천구 통반장들을 대상으로 ‘통·반장님! 멋진마을! 우리함께 만들어요!’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9차례 개최해, “찾동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방문간호사 1명, 복지플래너 4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신월5동 방문복지팀은 통반장과 함께 수시로 취약계층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현황을 파악한 뒤, 동장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는 기획순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우리 동네 제대로 알기’(10월) ‘복지 대상자 방문하기’(11월) 등 월별 순찰 주제를 정해서 나눔가게도 방문하며 복지 대상자의 사정을 세밀하게 파악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은 최 동장이 방문복지팀 직원과 통장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는 기획순찰 날이었다. 곧 쓰러질 듯한 집에서 살고 있는 백용자(74) 할머니도 인근 임명순(60) 통장의 도움으로 10여년 만에 집 안을 도배했다. 백씨는 “너무 황송해서 무슨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마워했다. 임 통장은 “한동네에서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집 안까지 들여다본 것은 처음인데, 집 안 상태를 보고 너무 놀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보다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더 열악한 주거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 통장의 제보를 받은 신월5동 방문복지팀은 서울시 복지재단의 ‘희망온돌 행복한 방 만들기’ 사업의 조성 기금으로 백 할머니 집을 깨끗하게 도배해줬다. 글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