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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락희거리에는 1950~1960년대에 유명했던 국내 영화 9편의 주인공들을 그린 락희거리 벽화가 있어 어르신들의 거리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2 락희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크고 선명하게 디자인된 어르신 지도가 탑골공원 옆에 세워져 있다. 3 어르신들에게 개방된 스타이발관의 화장실에는 지팡이 거치대가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김치찌개 3000원, 선지해장국 2500원,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
20년 전쯤과 어울릴 법한 ‘추억의 가격'들이다. 하지만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100m 남짓한 거리에선 2016년 12월에도 이 가격을 만날 수 있다. 흔히 ‘어르신들의 거리’로 알려진 이곳이 지난달 ‘락희(樂喜)거리’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머리는 꼭 여기서 해. 싸고 잘해주니까 경기도에서도 와.” 지난 12일 락희거리의 ‘스타이발관’은 오전 10시를 갓 지난 이른 시각에도 자리가 꽉 찼다. 이발 3500원에 염색이 5000원이어서 “다 해도 만원이 안 넘는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이심전심 매뉴얼 등 곳곳에 어르신 배려
락희거리 가게들의 매력은 ‘착한 가격’만이 아니다. 거리와 가게 곳곳에 ‘고령화 서비스 디자인’이 처음으로 적용돼, 어르신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편하고 자유롭게 공간을 누리고 있다. 서울시가 1억6000만원을 들여 거리를 어르신 친화적으로 탈바꿈시킨 덕분이다.
거리에 있는 스무 개 남짓한 상점들 가운데 11곳은 ‘상냥한 가게’로 지정됐다. ‘상냥한 가게’ 가운데 한 곳인 카페 ‘추억 더하기’에서는 이색적인 메뉴판을 만날 수 있다. 메뉴판의 글자와 사진이 다른 곳보다 훨씬 크고 굵직하다. 돋보기 없이도 어르신들이 편하게 주문하라는 배려다.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테이블에 ‘지팡이 거치대’도 마련했다. 이곳에서 자주 식사를 한다는 김병심(68)씨는 “노인들 편하라고 바꿔줘서 기분이 좋아” 하며 반겼다.
이 카페는 생수도 무료로 준다. “우리 나이가 되면 제때 약 먹는 게 중요해. 약 먹으려면 갑자기 물 찾아다녀야 할 때 있지요.” 이곳에서 서빙을 맡고 있는 정광섭(76)씨의 말이다. 정씨는 물만 마시고 가는 손님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스타이발관은 내부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다. 화장실에는 안전을 위해 ㄹ자 모양의 안전 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타일을 설치했다. 소지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어락 선반도 달았다. 거리 곳곳에서도 다양한 배려들이 눈에 띈다.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높이가 낮은 ‘어르신 이정표’,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자동심장제세동기 사용법을 간단하게 그려넣은 ‘심장 응급소’, 점주와 직원, 손님이 함께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 담긴 ‘이심전심 매뉴얼’ 등이다. 거리의 전체적인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4층 건물 벽에 그려진 1960년대의 영화 포스터나 ‘국민 진행자’ 송해(89)씨가 그려진 담벼락은 노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락희거리가 되고 나서부터 깨끗해진 거예요. 원래는 얼마나 지저분했는지 몰라.” 집보다 탑골공원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박두성(71)씨는 락희거리가 꾸며진 뒤부터 점주들이 상점 앞을 청소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고 했다. 탑골공원 주변 보행 환경도 개선 락희거리는 영어로 행운을 뜻하는 ‘Lucky’를 옛사람들이 ‘라키’ 또는 ‘락키’라고 발음한 데서 따왔다. 거리 모습은 일본 도쿄의 ‘스가모 거리’가 모델이다. 쉼터가 많고 안전해 중장년층의 ‘하라주쿠’(젊음의 거리로 널리 알려진 곳)로 알려진 곳이다. 서울시는 지역 현황과 이용자 관찰 조사, 행태 분석, 시민 체험단 활동 등을 통해 미리 문제를 진단하고 디자인에 반영했다. 내년 8월부터는 락희거리를 포함한 탑골공원 주변의 보행 환경도 개선될 예정이다. 상가번영회가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신청한 ‘어르신 친화거리 참여 프로그램’에 선정돼 필요한 예산도 확보했다. 다만 거리 조성에 스스로 참여한 점주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한 점주는 “생수 제공이나 개방 화장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지금보다 많아지면 관리비 부담이 생길 것 같다. 시에서 수도세나 전기세를 조금이나마 지원해주면 계속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스타이발관은 내부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다. 화장실에는 안전을 위해 ㄹ자 모양의 안전 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타일을 설치했다. 소지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어락 선반도 달았다. 거리 곳곳에서도 다양한 배려들이 눈에 띈다.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높이가 낮은 ‘어르신 이정표’,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자동심장제세동기 사용법을 간단하게 그려넣은 ‘심장 응급소’, 점주와 직원, 손님이 함께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 담긴 ‘이심전심 매뉴얼’ 등이다. 거리의 전체적인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4층 건물 벽에 그려진 1960년대의 영화 포스터나 ‘국민 진행자’ 송해(89)씨가 그려진 담벼락은 노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락희거리가 되고 나서부터 깨끗해진 거예요. 원래는 얼마나 지저분했는지 몰라.” 집보다 탑골공원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박두성(71)씨는 락희거리가 꾸며진 뒤부터 점주들이 상점 앞을 청소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고 했다. 탑골공원 주변 보행 환경도 개선 락희거리는 영어로 행운을 뜻하는 ‘Lucky’를 옛사람들이 ‘라키’ 또는 ‘락키’라고 발음한 데서 따왔다. 거리 모습은 일본 도쿄의 ‘스가모 거리’가 모델이다. 쉼터가 많고 안전해 중장년층의 ‘하라주쿠’(젊음의 거리로 널리 알려진 곳)로 알려진 곳이다. 서울시는 지역 현황과 이용자 관찰 조사, 행태 분석, 시민 체험단 활동 등을 통해 미리 문제를 진단하고 디자인에 반영했다. 내년 8월부터는 락희거리를 포함한 탑골공원 주변의 보행 환경도 개선될 예정이다. 상가번영회가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신청한 ‘어르신 친화거리 참여 프로그램’에 선정돼 필요한 예산도 확보했다. 다만 거리 조성에 스스로 참여한 점주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한 점주는 “생수 제공이나 개방 화장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지금보다 많아지면 관리비 부담이 생길 것 같다. 시에서 수도세나 전기세를 조금이나마 지원해주면 계속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