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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초구가 지정한 푸드트럭 존 중 한 곳인 ‘강남역 지오다노 뒷길’에 노점상 대신 푸드트럭 다섯 대가 들어서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강남역 지오다노길’ ‘강남역10번 출구’.
서초구 강남역을 자주 오가는 젊은층이라면 말만 들어도 어디인지 바로 떠올리는 곳이다. 유동인구가 많아 상징성을 띄다 보니 자연스레 떡볶이, 어묵, 인형은 물론 강아지 옷까지,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노점상이 모이면서 가뜩이나 좁은 길이 더 좁아졌다. 지나가기 불편한데다 쌓여 있는 음식물들로 거리는 지저분해졌다. 그랬던 길이 올 1월부터 부쩍 밝아졌다. 노점이 있던 자리를 푸드트럭이 대신하면서 시작된 변화다.
20년 넘게 계속된 불법 노점상 문제에 서초구가 팔을 걷어붙인 건 지난해 8월이었다. “불법 노점상을 푸드트럭으로 전환시키는 게 목표였습니다. 공식 면담만 40번이 넘고, 개인 만남은 100번이 넘죠.” 서초구 건설관리과 정관웅 가로정비팀장이 쉽지만은 않았던 정비 과정을 설명했다. 서초구는 문제가 가장 심각한 강남대로 일대 노점 현황을 전수조사한 뒤, 노점상을 일일이 찾아가 푸드트럭으로 전환을 설득했다. 노점상 조직인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도 만났다.
초기에는 노점상들의 거부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2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드는 푸드트럭 비용 부담과 자리 문제 때문이다. 서초구는 ‘푸드트럭 존’을 만들어 총 43곳에서 트럭이 돌아가며 영업하게 했다. 자리마다 유동인구가 달라 매출 차이가 크게 났다. 소위 대목 자리에서 고정으로 장사하던 노점상들의 불만은 커졌지만, 매출이 적은 곳에 있던 점주들의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이에 조금씩 푸드트럭으로 바꾸는 점주들이 늘어 지난 8월부터 올해까지 40개 노점상이 푸드트럭으로 전환을 마쳤다.
“노점상 영업할 때는 단속에 걸리면 어떡하나 늘 노심초사했죠. 푸드트럭으로 바꾸고 나니 그러지 않아도 돼서 일단 좋습니다.” 지오다노 골목 초입에서 영업 중인 ‘매실닭꼬치집’ 주인 태동수(61)씨가 말했다. 옆에서 어묵을 먹던 손님 공금록(40)씨는 거리가 깨끗해진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고 했다. “근처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쉬는 시간에 가끔 와서 먹었어요. 확실히 거리가 밝아졌네요. 비둘기도 없고 좋아요.”
노점상 정비라 하면 격한 몸싸움과 시위가 있을 법도 한데, 서초구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정비를 마치면서 큰 소리가 없었다. 서초구 조은희 구청장이 무력으로 노점을 없애는 대신 생계 문제에 부딪힐 노점상과 상생할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푸드트럭 전환. 이 방법을 토대로 부서 전체가 현장을 찾아가 설득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밥 먹고 술 마시고, 노점상들의 애로사항 다 들었어요. 자리가 문제다? 로테이션해주겠다. 트럭 비용이 없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해주겠다. 이렇게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갔죠.” 정 팀장은 이제 불쑥 찾아가도 주인이 떡볶이나 오뎅을 권할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건 구청이나 푸드트럭 주인들이나 마찬가지다. 푸드트럭 높이가 낮아 긴 시간 일하기 불편하다, 좋은 자리 순환을 해달라, 예전처럼 정겨운 맛이 사라졌다 등 푸드트럭 주인들의 크고 작은 불만이 있다.
서초구 역시 강남역 지오다노 뒷길, 7~8번 출구, 서초초등학교 주변 등 총 3곳을 푸드트럭 존으로 설정하고, 푸드트럭을 서초구 먹거리 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달라진 거리에 시민들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황선우(21)씨는 “원래 길거리 음식 잘 안 사먹는데, 푸드트럭으로 바뀌고는 벌써 두 번 정도 먹었다. 길도 넓어져서 걷기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초구 역시 강남역 지오다노 뒷길, 7~8번 출구, 서초초등학교 주변 등 총 3곳을 푸드트럭 존으로 설정하고, 푸드트럭을 서초구 먹거리 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달라진 거리에 시민들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황선우(21)씨는 “원래 길거리 음식 잘 안 사먹는데, 푸드트럭으로 바뀌고는 벌써 두 번 정도 먹었다. 길도 넓어져서 걷기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