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할 때 행복해진다”

인터뷰 | 이동진 도봉구청장

등록 : 2017-02-10 08:51

크게 작게

도봉구청장실에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회의 탁자가 있다. 주민들이 직접 쓴 희망 메시지가 빼곡한 탁자에는 ‘학교가 안전했으면 좋겠어요’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 등 아이들이 쓴 글들도 눈에 띈다.

이동진 구청장(사진)은 아이들의 이런 바람을 구정에 반영하려 애써왔다. 이 구청장의 노력은 지난해 11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으로 결실을 보았다. 지난달 17일 도봉구청장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구청장은 아동친화 관점에서 행정을 하려 노력해온 과정을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아동친화도시 조성이 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와 맥을 같이한다고 본다. “민주주의 영역이 자치 영역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주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며 “아동이 권리를 가진 시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아이들의 생각이 생활 터전에서 자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어린이청소년 의회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의회를 꾸려가는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도봉구 청소년희망위원회에서는 ‘아동청소년의회’의 대표는 몇 명으로,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 아이들 스스로 토론해 결정했다. 올해부터 아이들이 정한 방식으로 도봉구 ‘아동청소년의회’가 열린다.

도봉구가 아동친화도시 인증 심의를 보완 요청 없이 단번에 통과한 것에 대해 이 구청장은 “그간 아동친화 관점에서 행정을 하려 노력해왔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개장을 앞두고 시범 운영에 들어간 도봉구 모험놀이터에도 이런 관점이 반영됐다. 모험놀이터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놀이터와 달리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놀이터이다. 학부모, 아이들이 참여해 오랫동안 논의해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주체가 되어 창의적인 활동도 해보았다.

이 구청장은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걸림돌로 지방정부의 제한된 권한을 꼽았다. 다른 나라 지방정부는 교육과 경찰 업무까지 권한을 갖는 게 보통이다.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 기준은 이런 수준의 지방정부 권한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아동 학대만 해도 지방정부가 조사와 가해자 처벌 권한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도봉구는 아동권리를 온전히 지켜주는 아동권리옹호전담관인 ‘옴부즈퍼슨’ 제도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하고 있다. 옴부즈퍼슨이 제대로 일하려면 사법적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법제도에서는 어렵다. “아동친화도시 조성 과정에서 한국 지방분권 수준이 유럽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실감했다”고 그는 말한다.

아동친화도시를 만들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이 구청장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아동권리 교육과 홍보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동권리를 모르는 주민이 많다. 도봉구는 올해부터 아동인권강사를 양성한다. 교재도 시민단체 활동가, 교사 등과 함께 지역 특성을 반영해 만들려 한단다. 도봉구 아동친화도시 홍보에는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가 함께한다. 인증식 때 공연을 펼쳤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동권리를 재미있게 알리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을 넓혀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 구청장은 힘줘 말했다.

글 이현숙 기자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