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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13일 낮 동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들은 한국어 수업과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을 ‘학급 헌법’으로 만들어 지켜나가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수업시간 동안에는 최대한 한국어를 사용하겠습니다.’(제1조 2장)
‘혼자 해내는 것이 어려운 일들은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해결할 것입니다.’(제2조 4장)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봉사활동에 참여하겠습니다.’(제3조 3장)
지난 9일 찾아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동작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한국어학당. 이곳 교실에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법조문 형식의 글이 벽에 걸려 있다. 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이주여성들이 함께 지키겠다고 만든 ‘학급 헌법’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안진경 부센터장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다 보니 학급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스스로 규범을 만들어 지키자는 취지로 학급 헌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헌법 ‘제정'의 직접 계기는 지난해 법무부가 주최한 ‘제7회 우리 헌법 만들기 공모전'이었다. 법무부는 가족과 학급, 직장 구성원들이 스스로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약속이나 규칙을 정하는 ‘우리 헌법 만들기’ 공모전을 해마다 연다.
지난해 8월 한국어학당의 이주여성 20여 명은 학급 헌법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출신 국가만큼이나 다양한 관심사와 생각이 쏟아져나왔다. 헌법 만들기를 함께한 안 부센터장은 “나를 보호하려는 사람, 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봉사활동 등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은 사람 등 의견이 다양했다”고 전했다. 이런 의견들의 갈래를 잡으니 ‘나와 우리, 다 함께’라는 주제로 정리됐다고 한다.
이주여성들의 다짐은 3조 12개 항목(장)으로 구성된 ‘나와 우리가 다 함께 행복하기 위한 학급 헌법'으로 구체화됐다. 1조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겠다는 ‘나’에 대한 다짐이다. 2조는 ‘우리’를 주제로 친구에 대한 배려를 담았고, 3조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다 함께’로 표현했다. 이들이 만든 학급 헌법은 법무부의 공모전에서 학급 헌법 부분 최우수상을 받았다. 필리핀에서 이주해온 박윤아(크리스티나 조이·33)씨는 “한국어를 배우는 여러 나라 친구들과 함께 모두가 지키기로 약속한 규범을 만드는 것 자체가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상까지 받아 더 즐거웠다”며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학급 헌법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라 학급 헌법을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챙기고 주도하기가 어려워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을 적잖이 받았다. 그래서 이주여성들은 이번에 좀 더 적극적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논의 시작 단계부터 학급 헌법 정리의 마지막 단계까지를 이주여성들이 모두 맡아서 학급 헌법 개정판을 만들 작정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1년에 두 차례 다문화 가족과 함께 가까운 지역으로 캠핑을 간다. 이 캠핑에 참여하는 다문화 가족들은 캠핑 기간 내내 서로에게 필요한 말,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가족 간의 규칙을 만든다. 일종의 ‘가족 헌법’이다. 이렇게 만든 규칙은 액자로 만들어 보관한다. 안 부센터장은 “가족 간의 규칙을 만드는 것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라 대개 엄마와 아빠의 주장이 많이 담긴다”며 “그래도 대화 과정 등을 거쳐 약속을 만들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1년에 두 차례 다문화 가족과 함께 가까운 지역으로 캠핑을 간다. 이 캠핑에 참여하는 다문화 가족들은 캠핑 기간 내내 서로에게 필요한 말,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가족 간의 규칙을 만든다. 일종의 ‘가족 헌법’이다. 이렇게 만든 규칙은 액자로 만들어 보관한다. 안 부센터장은 “가족 간의 규칙을 만드는 것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라 대개 엄마와 아빠의 주장이 많이 담긴다”며 “그래도 대화 과정 등을 거쳐 약속을 만들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