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커피잔 분리수거함 서초구에만 있어요”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산뜻한 거리, 서초구 도시디자인기획단

등록 : 2017-02-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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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도시디자인기획단은 주민의 삶에 녹아드는 디자인을 목표로 한다. 17일 기획단이 제작한 서초구 강남대로의 커다란 재활용수거함 앞에 모인 기획단 멤버들. 왼쪽부터 이정택(41) 주무관, 유미경(33) 주무관, 권성은(45) 팀장, 장재영(48) 단장, 신연우(36) 주무관, 정상훈(34) 주무관, 권수경(36) 주무관.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여기에만 있는 쓰레기통이에요. 볼 때마다 재밌어요.” “음료 테이크아웃을 자주 하는데, 먹고 나서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이제는 마스코트처럼 커피잔 수거함이 떠오르니 여기에 버리죠.” 지난 17일 일행인 강현주(21), 조성아(21)씨가 독특한 재활용수거함에 다 마신 커피잔을 익숙한 듯 버리며 말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9호선 신논현역까지 이어지는 강남대로에 높이1.2m, 폭 0.5m 크기 초대형 커피잔 10잔이 놓였다. 유명 커피전문점들의 종이컵 모양을 그대로 따온 커다란 커피잔은 바로 재활용수거함이다. 지난해 5월 놓인 뒤 독특한 아이디어와 귀여운 모양새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은 물론 에스엔에스(SNS)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엄청난 유동인구만큼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던 길이 깨끗해진 것도 이때부터다. 거리 환경 개선에 행인의 시선까지 사로잡은 커피잔 재활용수거함은 서초구 도시디자인기획단의 ‘작품’이다.

서초구에 도시디자인기획단이 꾸려진 시기는 2015년 1월로 2년이 갓 넘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의 활동은 왕성했다. 2년 연속 경부간선도로 입체화 국제 콘퍼런스 개최, 고속버스터미널 이전 계획 수립, 구립 시설 디자인까지 도시디자인기획단 손이 닿지 않은 사업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기 다른 주무부서에 도시디자인기획단이 항상 함께하는 데는 서초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곳곳에 접목하기 위함이다.

5개국 32개 모든 부서와 협업 중인 도시디자인기획단 팀원은 단장을 포함해 총 7명이다. 7명 전원이 디자인, 인테리어, 도시시설, 통계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석·박사로, 서초구 ‘브레인’으로 통한다. 팀원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장재영 단장이 말했다. “팀원 한 명이 만들어내는 아웃풋(결과물)이 어마어마하다고 봅니다.” 물론 인원이 충분하지는 않다. 작년에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외국 유명 석학들의 운전기사까지 도맡아야 할 정도였다.

도시디자인기획단은 그 역할이 크게 도시디자인과 도시기획으로 나뉜다. 도시디자인은 양재천 환경 개선, 서초 홍보물 디자인 매뉴얼 수립, 구립 경로당 디자인 등 세부 디자인 가이드를, 도시기획은 일명 ‘나비플랜’으로 알려진 경부간선도로 입체화 계획, 고속버스터미널 이전, 양재 R&D 특구 조성 등 기간 사업 전략을 만든다. 도시 경관 등은 도시기획단이 공통으로 맡는 부분이다.

커피잔 재활용수거함에서 엿볼 수 있듯 서초구 도시디자인기획단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구민 생활에 녹아드는 디자인이다. “외관으로 구현되는 디자인이야 당연하고, 그 디자인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구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구민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권성은 팀장이 서초구의 기본 디자인 원칙을 설명했다.

때문에 10번이고 100번이고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현장조사를 하며 주민들의 요구를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커피컵 재활용수거함 역시 강남대로에 함부로 버려지는 쓰레기를 분석하니 테이크아웃 커피컵이 가장 많다는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제작 비용은 쓰레기 원인자인 커피전문점 4개 업체(스타벅스코리아, 커피빈, 엔젤리너스, 파리바게트)가 대고, 총 10개 수거함(종이컵, 아이스컵 5세트)을 해당 가게 앞에 설치해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다.

“디자인은 편리함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전자만 해도 뚜껑을 어디에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편의성은 천차만별이지요. 도시디자인도 마찬가지예요. 공공시설에 어떤 디자인을 입히느냐에 따라 편리함이 배가 됩니다.” 디자인은 무엇이냐는 추상적인 질문에 장 단장이 내놓은 명쾌한 대답이다.


올해는 서초구 공공디자인 기본계획을 완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제정된 공공디자인진흥법을 바탕으로 서초구만의 공공디자인 지침서를 만들려고 한다. 재활용수거함 하나에도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담았듯, 주민들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겠다는 목표로 서초구 곳곳을 디자인을 하고 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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