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성평등 선도 서울시, 한발 더 나갔다

‘시정 전반 성인지 강화 종합계획’ 발표

등록 : 2017-04-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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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 날’인 지난달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성평등 도시’ 구현을 목표로 모든 부서에 젠더담당자를 두기로 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내놨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시가 ‘성평등 도시' 구현을 위해 조직과 정책 등을 확 바꾼다. 시의 모든 부서에 젠더(성)담당자를 두고, 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의 여성 비상임이사 비율도 4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부서별 성인지 예산목표제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런 계획을 하나로 묶어낸 ‘시정 전반 성인지 강화 종합계획'을 지난달 29일 내놨다. 서울 시민의 삶에서 성평등이 실현되려면 정책 주체인 공무원의 인식과 태도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시는 먼저 5월 중으로 시의 모든 부서와 3개 사업본부, 44개 사업소에 모두 270명의 젠더책임관·젠더담당관을 두기로 했다. 본청에만 책임관과 담당관이 176명이다. 젠더담당관은 각 과에서 정책의 성별 균형성 검토, 성인지 예산 등과 같은 젠더 업무를 담당한다. 젠더책임관은 국·실 단위에서 산하 과의 젠더담당관을 총괄하는 일을 한다.

다만, 서울시는 젠더담당자를 별도로 두지는 않고 기존 직원이 젠더 업무를 겸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방침 때문에 ‘기대만큼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전체의 젠더 업무를 총괄하는 김연주 젠더자문관은 “젠더담당자들이 정해지면 곧바로 교육과 워크숍 등을 통해 담당 업무 수행 능력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라며 “시 업무에 능숙한 공무원이 시정 전반에서 성인지 정책을 추진할 때 오히려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는 직원들이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한 ‘젠더 10계명’을 10월까지 개발해 활용하도록 하고, 연 1회 우수정책 발표회를 열어 성인지 관점이 반영된 우수 사례를 포상할 계획이다.

시는 이와 함께 주요 정책을 심의·결정하는 서울시 160개 위원회의 여성 위원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여성 위원 비율이 40% 미만인 위원회는 68곳이다. 여성 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여성 위원 신규 위촉을 의무화하고, 여성 위원을 위촉하지 못할 경우 여성 위원 위촉 때까지 빈자리로 두기로 했다. 시 산하 21개 투자출연기관에서 현재 22% 수준인 여성 비상임이사의 비율 또한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 성인지 예산이 시의 모든 부서에 고르게 운영될 수 있도록 ‘부서별 성인지 예산목표제’도 추진한다. 부서 전체 예산에서 일정 비율은 성인지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성인지 예산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2009년부터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5 회계연도 성인지 결산서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5년에 343개의 성인지 사업(지출 규모 26조4348억원)을 집행했지만, 애초 계획한 성과목표 달성률은 70.9%에 그쳤다.

서울시는 그동안 성평등 도시를 위해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지자체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었고, 2015년엔 젠더전문관(현 젠더자문관) 제도를 도입했다. 성인지 예산도 2015년 7855억원에서 2016년 1조2876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이런 노력에 더해 올해는 시 공무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시는 그동안 선도적으로 성인지 정책을 추진해 다른 지자체로 확산을 해왔지만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데까지는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 조직, 제도, 교육 등 시 전반에 걸친 성인지 강화를 통해 직원들은 물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평등 도시 서울을 구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성인지(gender-sensitive):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법령, 정책, 관습과 각종 제도 등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18조). 정책 집행자가 성인지 감수성이 있으면 특정 정책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제거해 시민에게 성평등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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