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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신기해했어요. ‘왜 외국인이 한국학을 가르치지?’ 교수들도 ‘국제한국학이 뭐냐?’ 묻고, ‘왜 영어로 한국학을 배워야 하느냐?’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강의를 시작하며 그 질문들이 점점 없어졌어요. 왜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알게 됐으니까요.”
웨인 드프레메리(사진·44)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는 6년 전 처음 강단에 섰을 때와 요즘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시인이 꿈이었던 그는 1995년 한국에 영어 강사로 왔다가 김소월 시인의 시 ‘진달래꽃’을 비롯한 한국의 시문학에 빠져, ‘죽기 전에 한국어로 시 한 편 읽고 싶다’는 꿈으로 한국어를 배웠다. 그 후 서울대에서 한국학 석사를, 하버드대 동아시아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에 터를 잡았다. 그가 내놓은 <1920년대 한국 시집>은 일제강점기 시절 발행된 시집 원본을 서지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연구집이다. 한국에서도 처음이다.
주변에선 드프레메리 교수를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대학원생 시절부터 소주 한병 들고, 시집 원본과 숨은 고서적상들을 찾아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해 전국을 돌며 발품 판 덕에 ‘한국 시에 빠진 외국인’이란 별칭도 붙었다.
드프레메리 교수가 설계한 ‘문(Mo文oN) 프로젝트'는 그 결과물이다. 문프로젝트는 한국 근현대 문학 자료와 고문서의 글자를 인식해 디지털화하는 작업으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누구나 한국 고문헌 자료를 쉽게 열람하고 검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공익을 위해 머신 러닝,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포 굿’(Cloud for good) 지원 대상(세계 9개)으로 선정됐다.
그는 3D 프린터로 한국의 시를 인쇄하기도 한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텍스트를 코드값으로 바꿔 출력했더니 형태가 나왔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된 시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적 체험을 하게 했다. 그는 여전히 고문서가 쌓인 연구실과 3D 프린터실을 번갈아가며 머문다.
“20년 전의 한국과 오늘의 한국은 많은 것이 바뀌었죠. 동시에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어요. ‘빨리빨리’ 문화와 도시와 집값이 바뀌는 속도는 지금도 놀랍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조용한 곳들도 많거든요. 소소하게 사는 재미들이 여전해요. 예를 들어 구파발 쪽으로만 가도 서울 공기가 좀 바뀌는데, 좀 복잡한 일이 있으면 주말마다 등산하며 쉴 수 있고….”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현재 북한산 아래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다.
“한국 문화는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과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이 달랐어요. 언어 문제도 있지만, 나라와 시대마다 관점이 다르고 한국 분들의 목소리가 작았던 이유도 있어요. 다양한 관점과 기술, 또 언어를 알면 앞으로는 더 큰 목소리로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일이 수월하리라 생각합니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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