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어르신, 저예요” 이 한마디가 고독사를 줄인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홀몸노인’ 찾아뵙기 20여년 서울 25개 자치구로 확산

등록 : 2016-04-14 19:07 수정 : 2016-04-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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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야쿠르트 아줌마 강미숙(왼쪽)씨가 홀몸노인 김성호씨에게 야쿠르트를 전하며 웃고 있다.
지난 5일, 대낮에도 볕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한 주택가로 들어섰다. 처음 오는 사람은 쉽게 찾기 힘든 집을 익숙하게 찾는 이는 야쿠르트 아줌마 강미숙(49)씨. “어르신, 저예요!” 혼자 살고 있는 김성호(69)씨의 집을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김씨가 현관으로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 1월부터 강씨는 김씨에게 날마다 야쿠르트 한 병을 무료로 배달 중이다. 홀몸노인 고독사를 막고, 필요한 치료나 물품을 제공하고자 한국야쿠르트와 전국 지자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다. 홀몸노인 지정 업무와 야쿠르트 비용은 지자체가, 동네 네트워크를 이용한 배달과 돌봄은 한국야쿠르트가 맡는다.

1994년 광진구에서 처음 시작된 이 캠페인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자발적으로 시작하며 전국으로 퍼지게 됐다. 동네 곳곳 사정을 잘 아는 야쿠르트 아줌마라서 가능한 활동이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1천여명이 넘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서울 모든 자치구에서 이 활동을 진행중이다. 배달원 한명이 하루 1~3명의 홀몸노인을 찾는다고 한다.

강씨 역시 날마다 홀몸노인을 방문해 이들의 안부를 살핀다. 어제 배달한 야쿠르트가 오늘도 문 앞에 그대로 놓여 있으면 바로 동주민센터에 연락해 조처한다. “어르신을 못 뵙고 가는 날이면 하루 종일 마음이 쓰여요. 혹시나 편찮으셔서 쓰러지신 건 아닌지.” 강씨는 그런 날이면 몇번이고 배달이 끝날 때까지 다시 들러 홀몸노인을 뵙고 간다.

야쿠르트를 받는 김씨 역시 야쿠르트 아줌마가 올 시간이 기다려진다. “몸에 좋은 유산균을 날마다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말동무도 생기고.” 야쿠르트 뚜껑을 따며 김씨는 활짝 웃었다. 야쿠르트가 어르신에게 제격이란 말도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 우유나 두유는 소화가 잘 안 돼. 이 한병이면 부담도 안 되고, 달달하니 먹기 딱 좋아.”

한국야쿠르트의 사회공헌 활동을 주목할 만한 이유는 현장 직원들이 만드는 아이디어에 있다. ‘건강계단’ 역시 야쿠르트가 제안한 공간형 기부 시스템이다.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에 설치된 건강계단은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1회당 10원씩 적립되고 야쿠르트가 적립된 금액을 기부한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건강계단이 총 12개가 있으며 계단은 오를 때마다 가야금 소리가 흘러나와 이용하는 시민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디자인 역시 한국화, 훈민정음 등으로 장식돼 눈길을 끈다. 2014년부터 85만명의 시민이 건강계단을 오르며 기부도 하고 건강도 챙겼다.

한국야쿠르트는 또, 서울 시민 3천명이 3개월 동안 몸무게 3킬로그램을 줄이면 줄인 체중만큼 사회복지협의회에 쌀을 기부하는 ‘건강 체중 333’, 저소득 가정 아동 교육을 지원하는 희망 저금통, 매월 급여의 1%를 기부하는 ‘사랑의 손길 펴기회’ 등 필요가 있는 곳에 나눔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 시민과 함께 ‘참여와 나눔의 건강 사회’를 만들고 싶은 한국야쿠르트만의 기업 가치가 담긴 활동이다.


글·사진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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