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정책아이디어 발로 모으는 중구

등록 : 2017-08-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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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직원들이 지난 5월 열린 ‘중구민 한가족 걷기 대회’에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받고 있다. 중구 제공
“중구는 축제가 많은데 그 일정을 일일이 알기 어렵네요. 온라인에 축제달력을 만들어 언제든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요?”(동국대생 임아무개씨)

“집에 입지 않는 옷이나 안 보는 책 같은 것을 나눌 수 있는 물건공유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동화동 주민 최아무개씨)

서울 중구가 올해 초부터 주민, 직원들에게 정책 아이디어를 모집한 결과 상반기에 쏟아져나온 제안들 가운데 일부다. 모두 290건이 제안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두 제안은 대학 교수들이 중심이 된 심사위원회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돼 상장과 함께 상금 20만원을 받았다.

30만원이 수여되는 최우수상의 주인공은 특이하게 노원구 주민 장아무개씨다. 장씨는 정부에 민원이나 제안 등을 신청할 수 있는 인터넷 소통 창구인 국민신문고에 ‘폐지, 고철 등 고물가격 표시제’를 제안했고, 중구의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도록 고물상이 폐지, 빈병, 깡통 등의 정당한 가격을 표시하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서희숙 중구 혁신평가팀장은 “중구 주민의 아이디어는 물론 국민신문고 등의 제안까지 검토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제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중구는 특히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관내 문화·체육 행사나 소모임, 대학교 현장을 찾아다니며 정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모았다.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아이디어를 내도록 캘리그라피 엽서를 만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우수상을 받은 두 제안도 관내 행사에서 엽서로 제안됐다. 서 팀장은 “심사한 아이디어 중에서 70건이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것이었고, 나머지 220건이 주민·직원의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제안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것이 주를 이뤘지만, 톡톡 튀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적지 않았다고 중구는 설명했다. 불편사항 개선과 관련된 제안으로는 정화조 청소 때 청소차량 주변에 안내판 설치 화장실 우산 거치대 설치 버스 노선표에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 가능 장소 표시 등이 나왔다. 이색적인 제안으로 거리에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식물 심기 유모차를 끌며 돌 수 있는 문화탐방 코스 개발 등이 눈길을 끌었다.

중구는 구정에 반영할 수 있는 정책으로 뽑힌 16건을 조만간 실현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에도 현장 중심의 아이디어 모집을 지속하는 한편, 10월에 정책 제안 콘테스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채택된 제안은 조속히 정책화하고 채택되지 않은 제안들도 지속적으로 관리해 구정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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