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광진구의 ‘자녀 동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엄마를 아이가 신기한 듯 지켜보고 있다. 광진구 제공
광진구가 구청 직원들이 자녀를 데리고 출근해 일할 수 있는 ‘자녀 동반 근무시스템’을 도입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가운데 첫 사례다.
광진구는 지난 7월24일 구청 별관 3층에 직원들이 일하면서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자녀 동반 사무실’을 만들었다. 사무실에는 아이를 위한 동화책, 장난감과 고무공이 가득한 풀장 등을 갖췄다. 직원을 위한 업무용 컴퓨터와 전화기도 들여놨다. 냉장고, 식탁 등이 있어 자녀의 간식도 챙겨줄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을 둔 모든 직원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녀 동반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하원 시간 전후나 방학 때 자녀를 맡길 곳이 없다면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용하면 된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요즘,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아이 키우기 좋은 직장문화를 만들면 사기업까지 확대돼 결국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상사와 동료의 이해 속에 별도 공간이 아닌 현재 사무실에서 아이 노는 모습을 보며 부모가 안심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자녀 동반 사무실을 활성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8살 딸과 4살 아들을 둔 유진숙(41) 광진구 자치행정과 주무관은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녀 동반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보육교사와 안전요원 배치, 시간선택제 등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요구했다. 취학 자녀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하지만 자녀 동반 근무에 대해 내부적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살과 6살 두 딸을 키우는 김미승(37) 광진구 안전치수과 주무관은 “자녀 동반 사무실에서 아이를 직접 돌보며 근무해야 하는데, 일에 집중하느라 계속 돌볼 수 없다”며 “보육이나 안전을 담당하는 분이 상주해야 하고, 위생도 철저히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광진구는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자녀 동반 근무 말고도 어린이대공원을 활용한 서울동화축제, 교통약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교통 특구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앞으로 직원들이 자녀 동반 사무실을 많이 이용해 출산장려와 육아 직원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되기 바란다”며 “장소가 협소하다면 구청장실 일부를 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