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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이다. 일본의 모리기념재단이 2015년에 발표한 국제경쟁력도시지수(GPCI)에 의하면 서울은 세계 6위의 도시이다. 서울은 2008년에 세계 13위로 시작해서 2009년에는 9위, 2011년에는 7위에 올랐고, 2012년에 6위에 오른 후에 그 순위를 지켜가고 있다. 국제경쟁력도시지수 1위는 런던이고, 2위는 뉴욕, 3위는 파리로 서구의 대표적인 도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이 아시아의 도시로 도쿄가 4위를, 싱가폴이 5위를 차지하고 서울이 이어진다.
국제경쟁력도시지수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연구개발분야는 6위, 경제분야는 8위, 접근성은 9위로 비교적 높지만, 문화활동은 14위, 주거는 24위 그리고 환경은 25위로 상당히 낮다. 이 경향은 행위자별 평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국제경쟁력도시지수를 행위자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경영인에게는 9위, 연구자들에게는 10위의 경쟁력 높은 도시지만, 예술가들에게는 35위, 거주민에게는 24위를 차지하는 경쟁력 낮은 도시다. 서울이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프라가 준비 되어 있지만, 서울서 거주하면서 일상 생활을 하고, 예술 활동하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는 문화적 분위기, 예술가와 예술시장의 축적, 그리고 스튜디오와 같은 창작공간, 일상생활의 편의성 등인데, 이러한 부문이 서울에서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높게 평가한 도시는 바로 종합적 평가지수가 높은 파리, 뉴욕, 런던으로 1,2,3위를 차지하고, 이어서 베를린, 비엔나, 베이징이 4,5,6위를 차지한다. 베이징이 국제경쟁력도시지수의 종합순위가 18위인 것에 비하면 예술가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베이징은 예술가들이 활동하기 좋은 공간으로 평가받는데,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은 그런 평가를 못 받는 것이 문제이다.
국제경쟁력도시지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예술부문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직도 문화예술은 서울시의 주요정책에서 후순위 정책으로 남아있고, 도시기반시설등의 예산에 비하면 문화예술의 예산 비중도 높지 않다. 때로는 서울시의 중요 정책을 집행하는 데 문화예술사업은 그저 장식적인 역할 밖에는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문화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25개 자치구에 423개의 행정동 즉 마을이 있다. 이러한 마을마다 마을 예술가를 고용하여 마을예술공작소를 운영하도록 한다면, 서울시에는 4백개가 넘는 새로운 예술공간이 생겨나게 될 것이며 청년예술가의 사회적 기여를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화가 중요정책 집행을 위한 장식일 수 없으며, 문화 그 자체가 도시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요한 조건임을 잘 알았으면 한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