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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원 건립·새우젓 축제 등 향토문화 지킴이 8년

지역 문화 살리기에 열성인 마포문화원 최병길 원장

등록 : 2017-08-24 16:18 수정 : 2017-08-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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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임기 채우고 세번째 선임 앞둬

서민 체취 마포 문화 진흥 이바지

40여개 문화프로그램 운영 중

10월 새우젓 축제 열번째 개최

최병길 마포문화원장이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공민왕사당(등록문화재 제231호)의 유래와 문화사적 가치를 들려주고 있다. 마포구 제공
최병길(62) 마포문화원장은 8년째 마포의 향토문화 지킴이를 자임하고 있는 마포 출신의 사업가이자 문화예술인이다. 2009년 “주변의 권유로” 마포문화원장 직을 맡았다가 스스로 문화원 활동에 푹 빠져 4년 임기를 두번 채우고, 최근 세번째 선임이 예상된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에서도 문화원 활동에 열성적인 그의 연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마포구청 김미숙 문화진흥과장은 “최 원장은 취임 후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역사문화유적지 탐방, 문화학교 운영, 시낭송회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활발히 펼쳤을 뿐 아니라, 문화원 운영 활성화와 지역 문화 진흥에도 기여한 바가 남다르다”고 평가한다.

소탈하면서도 문화적 소양이 넘치는 그가 기자를 초대한 곳은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광흥당. 광흥당은 전통문화 활동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2013년 마포구가 건립해, 마포문화원에 운영을 맡긴 6칸짜리 전통 한옥이다. 이곳에 있던 광흥창(조선 시대 관리들의 녹봉을 지급하는 창고)에서 이름을 따왔다. 광흥당 바로 옆에는 조선 시대 초에 처음 세웠던 공민왕 사당이 있다.

“광흥당은 공민왕 사당 제례를 지원하는 명목이지만, 보통 때는 마포 지역의 각종 문화 행사는 물론, 전국의 예술 전공 학생들의 발표 무대로도 제공됩니다. 활동 공간이 필요한 문화원 편에서는 날개를 단 것이나 다름없지요.” 지난해에는 22개 사업에 총 1만여명이 참여했다. 올해에도 초·중등학생의 예절 교육, 다문화 가정 전통 혼례, 전통 성년식, 공민왕 사당제 등 행사와 향토문화해설사 양성교육을 했다. 가을에는 국악음악회(10월), 공민왕 사당제(11월) 등이 열릴 예정이다.


“올해 기억에 남는 문화제는 망원정에서 한 기우제였지요. 정자에 오른 참석자 모두 한복을 갖춰 입고 제사는 물론 흥겨운 민요와 시조창 등을 즐겼습니다. 행사의 주체도 직업 예술인보다는 지역 애호가, 전공 학생, 문화 강좌 수강생 등이 주로 맡아 향토문화제로서 더욱 뜻이 깊었습니다.”

백범로에 있는 문화원에서도 시 낭송회, 글짓기 대회, 마포나루 굿 재현 행사 등이 열리고, 40여개의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된 문화학교도 운영 중이다. 해마다 봄가을에 마포구의 22개 초등학교 3학년생 전원이 참가하는 ‘내 고장 탐방’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에게 마포에 대한 긍지와 정체성을 심어주고 있다.

마포는 한강을 건너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 물길을 따라 황포돛배들이 쌀 등 곡식과 새우젓 같은 해산물을 서울 도성에 풀어놓는 포구였다. “서민 생활문화 흔적이 많은 지역인 만큼 서울의 여느 지역 문화원보다 향토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어요. 10월 열리는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는 벌써 10번째가 될 만큼 서울의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 원장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목재 사업을 하던 마포로 전학을 와 중·고교까지 모두 마포에서 마쳤다. 대학 졸업 뒤 곧바로 아버지의 목재회사에 들어가 사업을 배웠다. 부친 타계 뒤엔 한국종합목재(주) 대표로 회사를 이끌었다. 목재 사업을 해서인지 건축에도 관심이 많다. 마포구에서는 최 원장의 최고 업적으로 마포문화원을 새롭게 지은 일을 꼽기도 한다.

“처음에 마포문화원은 아현동의 지하도로 가에 있어서 문화 활동 공간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는데, 박홍섭 마포구청장의 도움으로 새로 건물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마포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 문화 강좌 장소를 만드는 데 저도 미력하나마 힘을 보탰다는 것이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 원장이 마포에서 꼭 실현해보고 싶은 것은 지역 문화의 특성과 스토리를 담은 한옥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 한 사람부터라도 자꾸 이런 생각을 키워가고 추진하다 보면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 어쨌든 제 몫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니까요.”

최 원장은 앞으로의 세번째 임기는 문화원에 더욱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해온 목재 사업도 어느 정도 정리돼 시간 여유도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마포는 서울의 가장 크고 가까운 포구라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마포의 역사, 문화를 잘 조명해 후손들과 외국인들에게 널리 자랑하고 싶지요. 원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 뒤를 이어 문화원을 이끌어갈 좋은 후임자를 찾는 일도 저의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조, 서예 등 전통예술에 조예가 깊은 최 원장은 2008년 <창조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생각이 많던” 대학 시절 종종 머물던 산사에서 사색과 단상 쓰기를 즐기던 것이 중년 이후 본격적인 시 쓰기로 이어졌다. 경영자로서 자주 여행을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진 것도 시상을 풍부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첫 시집 <새벽꽃>에 이은 두번째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첫 시집은 겁 없이 낸 것 같아요. 두번째 시집은 작품 고르는 일조차 쉽지 않군요.”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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