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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제로주택, 2023년부터 서울 모든 신축 건물에 적용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 정책 시행 3년의 성과와 과제

등록 : 2017-08-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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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력자립도 1.69%로 꼴찌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 정책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자는 취지

에너지 절감량 162만TOE 101% 달성

지난해 5월20일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2016년 행복한 불끄기 마을영화제’에 참가한 주민들이 아파트 실내 전등을 끈 채 영화를 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에너지 시민’들이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을 성공시키는 주된 동력이라고 한다. 서울시 제공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결국 국민들이 결정한다.’

지난 7월24일 출범한 ‘원전 공론화위원회’ 얘기를 꺼내려는 게 아니다. 이는 올해 8월로 3돌을 맞은 서울시의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 정책의 핵심을 담은 말이다. 이 정책의 성공 여부가 바로 능동적인 ‘에너지 시민들’의 적극적 활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14년 8월20일 시작한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은 2012년 4월 시작한 ‘원전 하나 줄이기’를 계승한 정책이다. ‘원전 하나 줄이기’는 후쿠시마 원전(원자력발전소) 사고(2011년 3월11일)와 대규모 정전(2011년 9월15일)을 겪은 뒤 서울시민이 주도적으로 원전 1기의 전력생산량에 맞먹는 200만TOE(석유환산톤)을 2014년 말까지 줄이자는 정책이었다. 서울시는 예정보다 6개월 앞선 2014년 6월 목표를 달성했다.


두달 뒤인 그해 8월 서울시는 이보다 업그레이드된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을 발표했다. 여기엔 전력자립률 20% 달성 원전 2기에 해당한 400만TOE 절감 온실가스 1000만톤 감축이라는 좀 더 과감한 목표가 담겨 있다.

서울시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면, 국가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가령 에너지 중 전력 문제를 보자. 2016년 서울시의 전력자립률은 시설용량 기준으로 5.0%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6 지역에너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생산과 소비를 기준으로 할 때 1.69%로 광역 시도 중 꼴찌다. 전력자립도란 해당 지역에서 소비된 총 전력 중 생산된 총 전력이 몇 %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원전이 있는 부산(157.51%)과 경남(219.78%), 경북(188.20%), 전남(240.40%)은 남는 전기를 서울 등 대도시에 보낸다.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은 이런 현실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은 서울의 에너지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하겠다는 의미와 함께, 이를 통해 ‘다른 지역 주민들과도 함께 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크게 3가지 방향의 실천 방안을 내놓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 서울시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양을 늘리는 것 절약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첫번째,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 정책이 새로 건축물을 지을 때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5년 9월 신축 대형건물 신재생에너지 의무사용 비율을 12%에서 14%로 높였고, 1년 뒤인 2016년 9월에는 다시 15%로 끌어올렸다. 서울시는 더 나아가 2023년부터는 모든 신축 건물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다. 쉽게 말해 그때가 되면 모든 건물을 현재 서울 노원구에 건설 중인 에너지제로주택 ‘이지하우스’와 같은 콘셉트로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첫번째 방법이 기술과 관련된 문제라면 나머지 두 가지 방식은 ‘시민 참여’가 성공 여부의 핵심이다. 에너지 발전의 경우 1단계 격인 ‘원전 하나 줄이기’ 때, 큰 터가 필요한 태양광·연료전지의 대규모 발전이 진행됐다. 서울시에 유휴지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이제 몇몇 곳에 큰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어서 발전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에너지 발전이 성공하려면 대규모 발전이 아닌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게 필수다. 아파트단지에 늘고 있는 ‘미니태양광’ 설치는 시민 참여의 좋은 사례다.

셋째 방법인 에너지 절약이야말로 시민들의 관심이 꼭 필요한 영역이다. 서울시는 자발적 에너지 절약으로 온실가스를 절감하는 프로그램인 ‘에코 마일리지’,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 가게’, 학교에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에너지 수호천사’, 에너지 절약을 대학 캠퍼스에 알리는 ‘그린 캠퍼스 홍보대사’ 등의 확대를 통해 에너지 절약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가령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에코 마일리지 회원을 2020년까지는 230만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서울시는 그때까지 에코 마일리지 활동을 통한 누적 에너지 절약분이 150만TOE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 진행 이후 2016년 말까지 에너지 절감량이 162만TOE로 목표를 101%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훈 서울시 환경정책과장은 “‘절약하는 당신이 원전 하나 줄이는 발전소’라는 슬로건처럼 시민들이 능동적인 역할을 한 덕분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활동이 국가 에너지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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