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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 근대사 뱃길 탐방’에 참여한 사람들이 갑판 위에서 절두산 순교자박물관을 바라보며 시민이야기꾼의 설명을 듣고 있다.
마포구가 4월 초부터 수요일마다 여는 행사 ‘양화진 근대사 뱃길 탐방, 돛을 달다’가 매번 참가 신청자가 넘쳐 순항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원하는 ‘생생문화재 사업’ 공모에 2년째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양화진 뱃길 탐방은 양화진 일대의 천주교 유적과 양화나루, 선유도 등 인근의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을 배를 이용해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총 24번 진행해 1178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올해는 요일을 바꿔 수요일에 한다.
양화진 뱃길 탐방 사업이 인기를 끄는 까닭은 한강 인근의 역사유적을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는 점과 시민이야기꾼의 구수한 입담이 한몫하는 데 있다. 시민이야기꾼은 지난해 마포구가 주최한 양화진 이야기꾼 양성 프로그램을 수료한 시민 15명 가운데서 선정했다. 3개월의 수업과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시민이야기꾼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해설하느라 짧은 연극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구경하는 아이들을 배려해 더 쉬운 말로 설명하기도 하며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선실 내부와 갑판 어디서든 잠두봉과 당인리발전소, 밤섬의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시민이야기꾼은 안전교육까지 받아 유사시 안전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질까지 갖췄다.
양화진 뱃길 탐방은 두 코스로 나뉘어 있고, 한 주는 A코스, 한 주는 B코스를 돌아본다. 돌아보는 데는 모두 약 2시간40분이 걸린다. A코스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8000명 이상 참수당한 절두산 순교 성지와 척화비를, B코스는 외국인선교사 묘역을 둘러보는 차이가 있다. 이후 코스는 두 코스 모두 양화나루, 밤섬, 선유도 등을 배와 도보로 둘러본다. 도보 코스는 천주교 성지에서 진행하지만 역사와 인물에 초점을 맞춰,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 근대사를 돌아보게 한다. A코스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동상과 쇄국정책의 상징인 척화비를 만날 수 있고,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서는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 추모비와 크리스마스 씰을 제작해 결핵 퇴치에 헌신한 셔우드 홀과 그의 가족 묘지를 만날 수 있다. 탐방 내내 시민이야기꾼의 상세한 설명이 함께해 근현대사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한강의 5대 나루 중 하나로, 상업과 교통·군사 요충지였던 양화진 나루터 인근인 잠두봉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시작하는 탐방은 안전교육 후에 출발한다. 배 위에서는 옛날 한강 모습과 풍습, 갈수기에 한강 수위가 낮아져 말이 배를 끌던 사연 같은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평소에 다가가기 어려운 밤섬을 둘러보는 것, 선유도를 선유도 후면 선착장을 이용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양화진 뱃길 탐방의 매력이다. 이야기꾼의 청산유수 같은 설명에 경치를 즐기던 사람들은 “어디서 오셨냐, 나도 낄 수 있느냐?”며 뱃길 탐방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양화진 근대사 뱃길 탐방, 돛을 달다’는 장마와 폭우가 오는 7, 8월을 빼고 10월까지 계속된다. 참여 신청은 ㈜컬처앤로드 문화유산활용연구소로 전화(02-719-1495)하거나 누리집(cafe.naver.com/sangsangyanghwa)에서 하면 된다. 참가비는 5000원이고, 탐방에 앞서 양화진 일대 지도가 그려진 에코백과 탐방 길을 상세하게 소개한 안내 책자를 받을 수 있다. 5~6월에는 겸재 정선이 즐겨 그렸던 한강 그림과 동일한 장소를 찾아 뱃길로 이동하는 ‘옛그림을 통해 본 한강의 풍경미’ 등 선상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8월에는 뱃길 탐방 대신 어린이가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근현대사에 관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놀이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글·사진 구슬이 인턴기자 s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