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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원스톱 생산·판매
“우리가 오랫동안 꿈꾼 공간”
외국 새활용 전문가 한목소리
지하 2층, 지상 5층 5000평 규모
서울새활용플라자 지하1층의 소재은행
지난달 18일 서울 성동구 장한평역 근처에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 2층 ‘에코파티메아리’ 공방으로 청바지 100여벌이 올라왔다. 서울의 아름다운가게들이 기증받아 새활용플라자 지하 1층 되살림터에 보낸 헌 옷 가운데 일부다. 낡고 해져 재판매나 제3세계 수출이 불가능해 근처 광진자활센터에서 빨았다.
공방 작업자들은 신나리 디자이너와 함께 청바지 변신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 뒤 낡은 청바지는 토트백팩 등으로 재탄생해 공방 옆 매장에 번듯하게 걸렸다.
‘에코파티메아리’가 청바지로 만든 토트백팩
아름다운가게의 업사이클링(새활용) 디자인 상표인 에코파티메아리는 지난달 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한 뒤 이처럼 ‘재료 수거 → 분류·기초 손질 → 디자인 → 제품 생산 → 오프라인 판매’의 거의 모든 공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청바지, 남자 정장, 가죽옷, 어린이 티셔츠 등 기증품의 세탁 정도만 광진자활센터에 맡길 뿐이다. 신나리 디자이너는 “재활용센터에 오기 전엔 작업장이 분산돼 있었는데 이젠 한곳에서 처리해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공방 옆에 새로 널찍한 매장을 갖게 된 것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강병길 새활용플라자 총감독(숙명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은 이런 원스톱 생산·판매 시스템을 “세계 최초, 세계 최대”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새활용플라자 개관을 기념해 열린 국제회의에 참가한 외국의 새활용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우리가 수십년 동안 꿈꿔온 공간을 눈앞에 구현했다’며 부러워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5일 문을 연 이곳은 지하 2층, 지상 5층의 연면적 1만6530㎡(5009평) 규모다. 서울시를 자원순환도시로 만든다는 비전 아래 새활용을 널리 알리고 새활용 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세웠다. 1층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제작실험실 ‘꿈꾸는 공장’이 오는 12월 들어선다. 절단·연마·가공기, 3차원(3D) 프린터 등 10여종 50여개 장비가 갖춰지며, 일반 시민들도 사용료만 조금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의 모습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지하 1층에는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재사용 작업장’(되살림터)과 소재은행이 있다. 재사용 작업장은 기업 또는 개인이 버린 의류, 고철, 유리 같은 소재나 중고물품을 분류·세척·가공하는 곳으로, 연간 6만t 규모의 처리 능력을 갖췄다. 소재은행은 폐가구, 헌 옷, 폐지, 폐플라스틱, 폐전자제품, 폐타이어 등 재활용 소재 21가지를 소재별로 전시하고, 새활용 업체에게 이 소재들의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새활용플라자 3~4층엔 이미 창업했거나 창업을 꿈꾸는 새활용업체 32곳이 입주해 있다. 업체당 대개 10평 규모로, 파격적으로 싼 임대료를 낸다. 폐자전거를 새활용하는 ‘리브리스’의 장민수 대표는 “문래동에서 2013년 처음 창업했을 때와 사무실 크기가 비슷한데, 임대료는 거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자금력이 약한 초기 창업자에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들에겐 새활용을 배우고 협업을 이뤄내는 공간으로서 매력도 크다. 버려진 우산을 원단으로 잡화를 만드는 ‘큐클리프’의 이윤호 대표는 “다양한 업사이클 영역의 업체들이 함께 있어 교육, 홍보, 토론 등이 다채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업사이클이 산업 차원을 넘어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라이프 스타일이자 문화라는 인식을 심는 데 새활용플라자가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강병길 총감독은 “새활용은 환경과 자원의 순환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새활용플라자는 이런 삶의 방식을 시민들과 함께 연구해 만들고, 나누고, 실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