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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무상의료에 감명” 정원오 구청장
건강이음터·성동형 의료 이은 실험
75살 이상 노인 모두 조사해 건강관리
2019년 재가 장애인까지 서비스 확대
지난달 21일 성동구 성수동2가1동 최종남 할머니 댁에서 권춘근 효사랑 주치의(오른쪽)가 진료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달 21일 오전 성동구 성수동2가1동 반지하 집에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섰다. 낯선 남자 의사의 등장에 최종남(83) 할머니가 어색해하자 최민숙(59) 간호사가 할머니 손을 잡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지금까지는 우리(간호사)만 왔지만, 이제 ‘효사랑 주치의’라고 의사 선생님도 필요하면 함께 올 거예요. 어르신 전담 주치의는 전국 최초래요. 성동구에 사시니까 참 좋죠?” 2013년부터 2~3개월마다 최 할머니를 방문하며 ‘자식보다 더 자주 보는’ 최 간호사가 설명하자 할머니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의자에 앉아 있던 권춘근(31) 주치의가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물었다. “무릎에 인공관절 넣으셨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불편한 거 없으세요? 다니실 때 무릎이랑 허리는 괜찮으세요?” 할머니는 “유모차 없이는 다니지 못하는 게 불편하다”며 “방에서는 앉지도 못해 침대에 누워 산다”고 답했다.
30분 가까이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진찰한 권 주치의는 “오기 전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약을 규칙적으로 먹고 관리를 잘하고 계셔서 다행”이라며 “연세가 많으니까 가급적 수술보다는 재활운동으로 통증을 줄이고, 통증이 심할 땐 약으로 조절해보자”고 제안했다. 앉아서 텔레비전을 볼 때 한쪽 다리를 들고 5초 정도 수평을 유지하면 대퇴사두근을 강화해 무릎 관절에 가는 무게를 줄여 통증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가 끝나자 최 간호사가 “다음주 화요일부터 독감 예방접종인데, 아셨어요? 신분증 챙겨가시는 거 잊지 마세요”라며 각종 파스와 영양제에다 허리·무릎 보호대까지 건넸다. 불편한 다리를 끌고 현관까지 배웅에 나선 최 할머니는 “의사 선생님께서 집까지 찾아와주시고… 참 좋은 나라”라며 고마워했다. 성동구는 지난달 15일 의사 1명과 간호사 17명을 새로 채용해 ‘효사랑 주치의 전담반’을 꾸렸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75살 이상 어르신을 전담하는 의료진을 둔 것이다. 지난 6월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총장 자격으로 코스타리카와 쿠바를 찾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두 나라의 무상의료 시스템에 깊은 감명을 받아 추진하게 됐다. 이미 건강이음터, 성동형 의료복지 등 성동구 특화사업을 펼쳐온 정 구청장이 자치구 차원의 공공의료 복지시스템 구축이라는 야심 찬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다. 전국 최초의 어르신 전담 의사가 된 권 주치의는 “오늘로 세번째 방문인데, 어르신 모두 혼자서 생활을 잘하고 계셔서 다행”이라며 “병원에서 진료하면 어르신 말씀만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생활환경이 어떤지, 약은 어떻게 드시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건강과 생활 관리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0분 넘게 어르신 앞에 무릎을 꿇고 진료한 것에 대해서는 “의자에 앉아 있으면 어르신이 저를 올려다보게 되고 불편하니까, 제가 조금 힘들더라도 되도록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친할아버지께서 저한테 참 잘해주셨는데 6살 때 돌아가셨어요. 지금도 어린 저한테 잘해주시던 모습이 생각나고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동구 어르신들을 친할아버지처럼 생각하며 돌봐드리고 싶은 마음에 효사랑 주치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 간호사는 “어르신 가운데 생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의사 선생님이 집까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진료를 하니, ‘대접도 이런 대접이 없다’며 좋아하신다. 자존감도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효사랑 주치의 전담반은 건강·질환 관리, 우울증 치료, 치매 예방 등을 한양대병원 등 지역의 106개 의료기관과 연계해 방문 진료에서 의료비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75살 이상 노인 1만6294명 모두에게 문진, 신체·구강 건강, 치매 선별 검사, 우울증 검사 등을 진행하고 상황별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에는 재가 장애인에게도 서비스할 계획이다. 최 간호사는 “방문하기 전에 전화나 우편으로 안내하는데, 사기꾼이라 오해해 오지 말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전화를 끊은 뒤 받은 전화번호로 확인차 다시 거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권 주치의는 “몸이 불편하면 가까운 병원을 가셔야 하는데, 귀찮아서 방치하는 어르신이 많다. 효사랑 주치의 사업이 많이 알려져 성동구 어르신 모두 혜택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진료가 끝나자 최 간호사가 “다음주 화요일부터 독감 예방접종인데, 아셨어요? 신분증 챙겨가시는 거 잊지 마세요”라며 각종 파스와 영양제에다 허리·무릎 보호대까지 건넸다. 불편한 다리를 끌고 현관까지 배웅에 나선 최 할머니는 “의사 선생님께서 집까지 찾아와주시고… 참 좋은 나라”라며 고마워했다. 성동구는 지난달 15일 의사 1명과 간호사 17명을 새로 채용해 ‘효사랑 주치의 전담반’을 꾸렸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75살 이상 어르신을 전담하는 의료진을 둔 것이다. 지난 6월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총장 자격으로 코스타리카와 쿠바를 찾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두 나라의 무상의료 시스템에 깊은 감명을 받아 추진하게 됐다. 이미 건강이음터, 성동형 의료복지 등 성동구 특화사업을 펼쳐온 정 구청장이 자치구 차원의 공공의료 복지시스템 구축이라는 야심 찬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다. 전국 최초의 어르신 전담 의사가 된 권 주치의는 “오늘로 세번째 방문인데, 어르신 모두 혼자서 생활을 잘하고 계셔서 다행”이라며 “병원에서 진료하면 어르신 말씀만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생활환경이 어떤지, 약은 어떻게 드시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건강과 생활 관리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0분 넘게 어르신 앞에 무릎을 꿇고 진료한 것에 대해서는 “의자에 앉아 있으면 어르신이 저를 올려다보게 되고 불편하니까, 제가 조금 힘들더라도 되도록 눈높이를 맞추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친할아버지께서 저한테 참 잘해주셨는데 6살 때 돌아가셨어요. 지금도 어린 저한테 잘해주시던 모습이 생각나고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동구 어르신들을 친할아버지처럼 생각하며 돌봐드리고 싶은 마음에 효사랑 주치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 간호사는 “어르신 가운데 생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의사 선생님이 집까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진료를 하니, ‘대접도 이런 대접이 없다’며 좋아하신다. 자존감도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효사랑 주치의 전담반은 건강·질환 관리, 우울증 치료, 치매 예방 등을 한양대병원 등 지역의 106개 의료기관과 연계해 방문 진료에서 의료비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75살 이상 노인 1만6294명 모두에게 문진, 신체·구강 건강, 치매 선별 검사, 우울증 검사 등을 진행하고 상황별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에는 재가 장애인에게도 서비스할 계획이다. 최 간호사는 “방문하기 전에 전화나 우편으로 안내하는데, 사기꾼이라 오해해 오지 말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전화를 끊은 뒤 받은 전화번호로 확인차 다시 거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권 주치의는 “몸이 불편하면 가까운 병원을 가셔야 하는데, 귀찮아서 방치하는 어르신이 많다. 효사랑 주치의 사업이 많이 알려져 성동구 어르신 모두 혜택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