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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 탄 따릉이의 견고함에 깜짝
‘마의 구간’ 소조령~이화령도 넘어
출퇴근 때 일부 대여소 편중 문제
너무 짧은 안장 높이는 개선 필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지난 10월6일 인천시 서구 아라서해갑문 인증센터를 출발한 김동겸씨가 일주일 만인 12일 낙동강 하굿둑에 도착해 590㎞ 국토 종주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대학생 김동겸(25)씨는 자전거로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출발해 뉴욕까지 가는 6000㎞ 대장정이었다. 한낮 46도까지 오르는 모하비 사막에서 길을 잃어 911을 불러 겨우 탈출했고, 워싱턴디시(DC)에서는 자전거를 도난당하는 바람에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400㎞만 남겨둔 게 아쉬워 3만원짜리 중고 자전거를 사 70일 만에 뉴욕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김씨는 자전거 없이 지내다 집 앞 신길역에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생긴 걸 보게 됐다. “정부가 만든 인터넷 사이트나 서비스는 절차가 많이 복잡하잖아요. 따릉이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5~10초 만에 간단히 빌릴 수 있었고 반납도 바로 가능해서 무척 편리하더라고요. 학교나 여의도에 갈 때 자주 쓰게 됐죠.”
그러다 뉴욕시의 공공자전거인 ‘시티바이크’로 미국을 횡단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따릉이로 부산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뉴욕, 베이징 등에서 공공자전거를 타봤지만, 따릉이의 상태가 월등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위해 한국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12만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던 김씨는 따릉이 국토 종주 계획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은 의외로 부정적이었다. ‘따릉이를 며칠씩 타는 건 불법’이라는 조언에서 ‘기어 3단밖에 안 되는 따릉이로는 미친 짓’ ‘자기소개서에 경력 한 줄 넣으려고 별짓 다 한다’는 댓글까지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서울시 담당자를 찾아가 협조를 구했고, 다행히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따릉이 관리소에 갔어요. 6시간 넘게 타면 도난이나 분실로 간주해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단말기를 제거해야 했거든요. 정비소도 있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따릉이를 수리하고 기름칠하고,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더군요.” 지난 10월6일 인천시 서구에 있는 아라서해갑문 인증센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감기몸살에 걸려 계획만큼 달리지 못해 일정은 계속 늘어났다. 안장은 장거리를 가기엔 너무 푹신해 엉덩이도 아팠다. 다행히 3일차부터 몸 상태가 나아져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경북 문경 근처 소조령~이화령 구간은 오르막길이 8㎞나 이어져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의 구간으로 통한다. “긴 언덕은 처음이라 한번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끝까지 탔습니다. 겨우 통과하긴 했는데 그 여파로 무릎이 아프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경사가 더 가파른 언덕은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갔어요.”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위해 한국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12만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던 김씨는 따릉이 국토 종주 계획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은 의외로 부정적이었다. ‘따릉이를 며칠씩 타는 건 불법’이라는 조언에서 ‘기어 3단밖에 안 되는 따릉이로는 미친 짓’ ‘자기소개서에 경력 한 줄 넣으려고 별짓 다 한다’는 댓글까지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서울시 담당자를 찾아가 협조를 구했고, 다행히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따릉이 관리소에 갔어요. 6시간 넘게 타면 도난이나 분실로 간주해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단말기를 제거해야 했거든요. 정비소도 있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따릉이를 수리하고 기름칠하고,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더군요.” 지난 10월6일 인천시 서구에 있는 아라서해갑문 인증센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감기몸살에 걸려 계획만큼 달리지 못해 일정은 계속 늘어났다. 안장은 장거리를 가기엔 너무 푹신해 엉덩이도 아팠다. 다행히 3일차부터 몸 상태가 나아져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경북 문경 근처 소조령~이화령 구간은 오르막길이 8㎞나 이어져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의 구간으로 통한다. “긴 언덕은 처음이라 한번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끝까지 탔습니다. 겨우 통과하긴 했는데 그 여파로 무릎이 아프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경사가 더 가파른 언덕은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갔어요.”
김동겸씨의 ‘따릉이’가 10월7일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자전거다리에서 잠깐 쉬고 있다. 김동겸씨 제공
마지막 날인 10월 12일에는 비가 쏟아졌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우비 등을 준비했지만, 따릉이만으로도 무거워 중간에 짐의 절반을 버린 뒤였다. 마지막 50㎞는 온몸이 젖은 채 페달을 굴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나 싶어 눈물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오후 6시쯤 낙동강 하굿둑에 도착했는데, 따릉이를 본 사람들이 ‘이걸 타고 서울에서 어떻게 왔느냐’며 신기해하더군요.”
일주일 만에 590㎞ 국토 종주를 마친 김씨는 따릉이의 견고함에 놀랐다고 했다. “그 정도 타면 대개 타이어 펑크가 두세 번은 나는데, 한 번 안 났어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정비 도구도 다 가져갔는데, 쓸 일이 전혀 없었죠. 미국 횡단할 때는 날마다 타이어에 공기를 넣어줬는데, 따릉이 타이어는 마지막까지 빵빵해서 한 번도 안 넣고 종주했습니다. 따릉이가 튼튼한 건 확실해요.”
기어가 3단밖에 안 되는 따릉이로 언덕을 넘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실제로 해보니 힘들긴 했지만, 웬만한 데는 넘을 수 있었다. 대신 무릎은 아프더라”며 “서울에서 못 넘을 언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릉이로 남산을 넘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도전이지만, 나라면 굳이 하진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종주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따릉이의 안장 높이였다. “키가 174~175㎝ 정도인데, 따릉이 안장을 끝까지 뽑아도 조금 짧았어요. 단거리에서는 별로 못 느꼈지만 100㎞ 이상 달린 날은 무릎이 매우 아프더군요. 이 점을 보완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신길과 여의도를 오갈 때 따릉이를 자주 이용하는 김씨는 출퇴근 시간에 몇몇 대여소에 이용이 편중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오전에 신길역 대여소에 가보면 따릉이가 하나도 없어요. 아침에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이미 다 타고 가버린 거죠. 여의도에 가보면 따릉이가 많은데, 퇴근 시간 지나면 또 하나도 없어요. 관리자분들이 힘드시겠지만 몇몇 몰리는 대여소에는 자전거를 더 자주 재배치했으면 좋겠어요.”
지난 10월28일부터 유튜브(www.youtube.com/dkdktv)에서 따릉이 국토 종주 영상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 있는 김씨는 자전거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어가서 터키 이스탄불이나 영국 런던까지 가는 여정을 생각하고 있는데, 당장은 아니고 몇 년 뒤 1년 정도 시간이 날 때 가려고요. 또 따릉이로 가냐고요? 아뇨, 따릉이는 이번에 충분히 탔으니까 그때는 다른 자전거로 가야죠. 하하.”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