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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카페의 거리’였던 강동구 성안로를 ‘젊음과 문화의 거리’로 바꾸고 있는 엔젤공방 대표들이 지난달 23일 엔젤공방 2·3·4호 점 앞에서 공방의 발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1호점 ‘코이로’ 최영남 교육실장, 6호점 ‘모리앤토’ 박경선 대표, 2호점 ‘사과나무’ 김상미 대표, 4호점 ‘시와저’ 유수혜 대표, 7호점 ‘메탈룸’ 이소라 대표, 8호점 ‘더오브센트 이은’ 이은진 대표, 5호점 ‘커피플라스크’ 유상연 대표, 3호점 ‘겨울과봄사이’ 이새봄 대표.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는 가게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성안로에 있는 7개의 새로운 가게인 ‘엔젤공방’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Angel Workshop’(엔젤공방)이라고 한쪽에 씌어 있는 세련된 간판에 ‘1~7’이라는 번호가 붙은 이 가게들은 강동구와 맞닿아 있는 올림픽공원 동문 쪽에서 시작하는 성안로를 쭉 따라오다 보면 만나게 된다.
예술성을 갖춘 이 공방형 가게들은 겨우 1년 반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곳들이었다. 1호점인 가죽 공방 ‘코이로’가 문을 연 것이 지난해 6월. 그 뒤 토털 수공예 공방인 ‘사과나무’와 빵(베이킹) 공방 ‘겨울과 봄 사이’(2호·3호점, 이상 2016년 10월), 젓가락 공방 ‘시와저’(4호점·2016년 12월)가 지난해 영업을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커피 공방 ‘커피플라스크’와 꽃집(플라워숍) ‘모리앤토’(5호·6호점, 이상 2017년 6월)가 뒤를 이었다. 마지막 7호점인 금속 공방 ‘메탈룸’은 지난 11월2일 개소식을 했다. 8호점인 ‘향기 공방’도 이달 안 개장을 목표로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주민들이 이 공방들을 사랑하는 까닭은 엔젤공방들이 ‘변종 카페가 난립하는 유해업소 거리’였던 성안로를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의 거리’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몇년 전만 해도 성안로는 밤에는 물론 낮에도 다니기 꺼려지는 거리였다. 강동구 사회적경제과에 따르면 “인근 천호동 텍사스촌 등의 술집들을 단속하면서 불법 유흥업소인 ‘변형 카페’들이 성안로로 몰려왔다.” 2000년대 중반에는 그 숫자가 90여개에 이를 정도였다.
엔젤공방 2·3·4호가 입주한 건물의 옛 모습. 강동구 제공
변종 카페가 밀집한 이 거리에 구립 성내도서관과 성내중학교·성일초등학교 등 문화·교육시설이 있는 것도 큰 문제였다. 주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8호점 향기 공방 ‘더오브센트 이은’ 대표 이은진(33)씨는 “중학생 때인 1990년대 말에도 이미 어두워지면 술 취한 어른들이 많아져 다른 길로 돌아서 가야만 했다”고 되돌아본다. 2000년부터 성내동에 살고 있는 2호점 ‘사과나무’ 김상미 대표도 “성안로로 지나가면 5분 만에 갈 수 있는 곳도 멀리 돌아다녔다. 특히 현재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변종 카페가 많은 컴컴한 이 골목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변종 카페’는 해당 업소의 불법성과 함께 그 오래되고 질긴 생명력을 표현하는 단어다. 서울시 식품정책과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카페’는 불법·퇴폐업소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하지만 커피 문화가 퍼지면서 ‘카페’는 ‘다방’과 차별화한 고급 커피숍을 가리키는 말로 변화해갔다. 이에 따라 예전부터 존재해온 접대부 고용 형태의 불법 업소들의 경우 ‘카페’ 앞에 ‘변종’이라는 말을 덧대어 그 불법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접대부를 고용해 불법 영업을 주로 하는데도 폐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째서일까? 폐업이 되려면 1년 안에 불법행위가 1차(영업정지 1개월), 2차(영업정지 2개월)로 적발된 뒤 다시 3차 적발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 식품정책과는 “한 자치구에 일반음식점이 평균 5000여 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1년에 세번 단속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적은 단속인력 탓이다. 더욱이 설혹 폐업을 시켜도 다른 사람 명의로 쉽게 업소를 다시 연다. 식품정책과는 “따라서 서울시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이런 변종 카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구청의 강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강한 의지’를 선도적으로 보인 곳이 강동구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2015년 10월 강동구보건소의 ‘2016년 주요업무계획 보고회’가 열린 자리에서 “성내도서관·성일초교 인근 변종 카페를 우선 정비할 것”을 지시했다. 그 이전에도 강동구는 변종 카페를 없애기 위해 단속을 강화해 50여개를 줄였지만, 변종 카페는 여전히 36개나 남아 있었다. 강동구에서는 곧바로 사회적경제과를 중심으로 변종 카페 정비를 위한 전담팀(태스크포스)을 구성했다. 전담팀은 우선 민원 관련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한 뒤 핵심 의제 발굴 과정에 들어갔다. 또 주민 대토론회를 여는 등 주민 의견을 청취한 끝에 2016년 초 ‘엔젤공방 특화 거리 조성 계획안’을 세웠다.
‘변종 카페’는 해당 업소의 불법성과 함께 그 오래되고 질긴 생명력을 표현하는 단어다. 서울시 식품정책과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카페’는 불법·퇴폐업소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하지만 커피 문화가 퍼지면서 ‘카페’는 ‘다방’과 차별화한 고급 커피숍을 가리키는 말로 변화해갔다. 이에 따라 예전부터 존재해온 접대부 고용 형태의 불법 업소들의 경우 ‘카페’ 앞에 ‘변종’이라는 말을 덧대어 그 불법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접대부를 고용해 불법 영업을 주로 하는데도 폐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째서일까? 폐업이 되려면 1년 안에 불법행위가 1차(영업정지 1개월), 2차(영업정지 2개월)로 적발된 뒤 다시 3차 적발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 식품정책과는 “한 자치구에 일반음식점이 평균 5000여 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1년에 세번 단속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적은 단속인력 탓이다. 더욱이 설혹 폐업을 시켜도 다른 사람 명의로 쉽게 업소를 다시 연다. 식품정책과는 “따라서 서울시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이런 변종 카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구청의 강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강한 의지’를 선도적으로 보인 곳이 강동구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2015년 10월 강동구보건소의 ‘2016년 주요업무계획 보고회’가 열린 자리에서 “성내도서관·성일초교 인근 변종 카페를 우선 정비할 것”을 지시했다. 그 이전에도 강동구는 변종 카페를 없애기 위해 단속을 강화해 50여개를 줄였지만, 변종 카페는 여전히 36개나 남아 있었다. 강동구에서는 곧바로 사회적경제과를 중심으로 변종 카페 정비를 위한 전담팀(태스크포스)을 구성했다. 전담팀은 우선 민원 관련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한 뒤 핵심 의제 발굴 과정에 들어갔다. 또 주민 대토론회를 여는 등 주민 의견을 청취한 끝에 2016년 초 ‘엔젤공방 특화 거리 조성 계획안’을 세웠다.
지난 10월23일 강동구 성안로 변종 카페 거리에 자리잡은 엔젤공방 7호점 메탈룸에서 공방 대표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핵심은 변종 카페를 청년 장인이 운영하는 공방들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동구는 건물주를 설득해 변종 카페 임대를 중단시키고, 변종 카페를 운영하던 영업주는 재교육과 대출 등으로 전업을 주선했다. 건물주들은 처음에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변종 카페 임대료가 다른 가게들보다 높은 것도 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구청이 강력한 정비 의지를 보이는데다, 엔젤공방이 늘어날 때 성안로 전체의 ‘부가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을 이해하면서 하나둘 변종 카페 임대계약이 만료되면 엔젤공방의 입주를 허락하기 시작했다.
강동구에서는 폐업하는 변종 카페가 생길 때마다 엔젤공방 입주자를 공모했다. 엔젤공방 입주자가 되면 2년간 800만~2000만원에 해당하는 보증금 지원 인테리어비 지원 1년간 임대료 절반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강동구는 구 자체 예산과 함께 서울시의회에서 2016년 11월 의결한 3억원의 특별교부금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엔젤공방 사업을 담당하는 강동구 사회적경제과 모수진 주무관은 “공방 운영자를 강동구민을 넘어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까닭에 경쟁률도 최고 14 대 1로 높고, 공방 주인들의 역량 또한 대단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여기에다 성내동을 비롯한 강동구 주민들의 ‘사랑’도 엔젤공방에는 큰 자산이다. 6호점 모리앤토의 박경선 대표는 “성안로와 조금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도 일부러 찾아와 엔젤공방의 물건을 사면서 ‘지역 변화에 기여하는 엔젤공방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응원해주신다”고 전한다. 이런 구청의 지원과 주민의 성원 덕에 지난해 문을 연 1~4호점은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공방 대표들도 이런 성원에 힘입어 지역 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4호 ‘시와저’는 오후에 퇴원하는 유치원생들의 놀이공간으로 공방을 개방해놓았다. 5호 ‘커피플라스크’는 강동구의 경력단절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바리스타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성내도서관과 연계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강좌를 여는 일엔 거의 모든 공방이 참여할 태세다. 엔젤공방 대표들은 “내년에는 공방 대표들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이익금 중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해 좀더 체계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 주무관은 “이런 공방의 노력과 구청의 지원이 합쳐지면 현재 남아 있는 25곳의 변종 카페도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 주무관은 오는 11월 말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엔젤공방 창업 교육’을 공방과 구청의 대표적인 협력사업으로 꼽았다. 이 사업은 구청이 사회적 배려 계층 등을 대상으로 30명의 교육생을 모집해 엔젤공방에 5명 정도씩 배치하는 것이다. 수료생들은 이후 또 다른 엔젤공방을 여는 주요한 후보군이 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중들의 커피에 대한 사랑이 ‘카페’라는 말에서 유해성을 제거하고 친근함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강동구청과 주민들의 엔젤공방에 대한 깊은 사랑도 몇년 뒤 ‘유해거리 성안로’가 ‘청년문화거리 성안로’로 바뀌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 짐작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