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한파를 뚫고 광화문에 나온 ‘감성사진’

15~17일 종로구 주최 ‘종로감성사진관’ 입상작 등 광화문광장 전시

등록 : 2017-12-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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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할머니 도움 받으며

창경궁 둘러보는 사진 대상 받아

SNS 등을 통해 2400여점 응모

종로구가 개최한 사진공모전인 ‘종로감성사진관’의 주요 수상작들. 1 신승희씨의 ‘황혼의 봄길’(대상)

형형색색의 봄꽃이 활짝 핀 창경궁.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산책에 나섰다. 노부부가 젊은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려는 걸까?

사진이 취미인 신승희씨는 봄 풍경을 찍으러 창경궁에 갔다가 우연히 노부부에게 도움을 줬다. 그리고 부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신씨는 “지방에 사는 80대 부부가 신혼여행 때 들렀던 창경궁을 다시 와보고 싶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한데도 할머니와 다정하고 행복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사진에 <황혼의 봄길>이라 이름을 붙였다.

신씨가 사진 한 컷에 담아내고 싶었던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많은 서울 시민들이 15~17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이 종로구가 11~12월 진행한 ‘종로감성사진관’ 공모전에서 1등상인 대상을 받았다. 신씨는 상금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종로구는 종로의 감성과 빛, 온도, 추억을 주제로 한 공모전의 수상작과 참여작들을 모아 ‘골목길과 함께하는 종로감성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광화문광장에서 전시회를 연다.

2 강현서씨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최우수상)


사진전은 2400여장의 사진이 응모돼 성황을 이뤘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활용해 쉽게 응모할 수 있는 ‘내 손 안의 공모전’ 방식으로 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 걸맞은 공모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수우상을 받은 강현서(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2)씨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작품을 통해 서촌 골목길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았다. 강씨는 “재단하지 않은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 종로는 유적이나 문화 콘텐츠가 많은 곳이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느낌, 사람의 체온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 정홍주씨의 ‘무제’(종로의 추억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서영걸 사진가는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도심 한복판에서 두 작품이 바라본 것은 어쩌면 평범한 풍경일지 모르나, 수상작으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마을이 해체되고 공동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요즘 상황에서 아직 여전히 그곳에 사람들이, 따뜻한 감성이 남아 있음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종로의 감성’상은 강만석씨의 작품 <사랑의 벽>이, ‘종로의 추억’상은 정홍주씨의 사진(무제)이 각각 받았다. ‘종로의 온도’상은 이정우씨의 작품 <시계수리공의 웃음>이, ‘종로의 빛’상은 권도형씨의 사진(무제)이 받았다.

4 강만석씨의 ‘사랑의 벽’(종로의 감성상). 종로구 제공

전시회는 공모전 수상작과 참여작 전시와 함께 1970~80년대의 종로 골목길을 재현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추억의 먹거리를 먹어보는 부대행사도 마련해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도 제공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이번 공모전으로 종로의 알려진 곳 외에도 숨어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송년을 맞아 많은 시민이 광화문광장에서 2017년 겨울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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