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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기로 좌절과 절망 이겨내
편견 이기며 휠체어 여행길 개척
방송 출연, 무장애 여행 정보 공유
“같은 장애 딸도 쉽게 여행 즐기길”
지난 18일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무장애 서울여행 토크콘서트’에서 휠체어 여행작가 하석미(왼쪽)·전윤선(오른쪽)씨가 ‘휠체어 서울여행 코스’를 추천한다.
여행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지만,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턱이 높은 출입구 진입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화장실 같은 문제에 부닥친 장애인들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는 서울 여행을 계획하는 장애인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행사가 열렸다. 모아스토리와 한국장애인관광협회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한 ‘무장애 서울여행 토크콘서트’였다. 여행 전문가들이 휠체어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서울 여행 콘텐츠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8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휠체어를 탔다. 무대에선 전윤선(50)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와 하석미(41) 한국장애인힐링여행센터 대표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라디오 방송에서 ‘휠체어 여행’ 이야기를 전하고, 인터넷뉴스 등에 여행 칼럼을 기고하는 휠체어 여행작가다.
무장애 서울 여행 코스로 남산 일대를 추천한 전 대표는 “경사형 엘리베이터인 남산 오르미나 케이블카는 휠체어 탑승이 되고, 장애인 콜택시 등 장애인 차량으로 남산엔타워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서울대공원·여의도·잠실 코스를 추천한 하 대표는 “서울대공원 안 셔틀버스가 저상버스라 휠체어 타는 분들이 이용하기 수월하다. 잠실역에서 지하상가로 가려면 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는데 최근 엘리베이터가 생겨 훨씬 편해졌다”고 한다.
30대 전까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전 대표는 서른 즈음부터 자주 넘어지고 혼자 일어나기 힘들어졌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찾아간 병원에서 희귀·난치 진행성 질환인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한동안 절망에 빠져 살던 그는 2005년 휠체어를 타고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떠난 인도 여행에서 다시 희망을 찾았다. 땅을 기어다니거나 엉성한 나무지팡이에 기댄 장애인을 인도인들은 특별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저 몸이 불편한 사람으로 바라봤다. 오롯이 자신과 직면하며 낯선 세상과 만나는 동안 다시 행복을 느낀 전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장애인 여행 카페를 만들고 다른 장애인과 함께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서점이나 인터넷에 여행책이나 정보가 많지만 대부분 비장애인이 쓴 것이라 장애인의 동선과 맞지 않아 참고해서 여행하기 힘들다. 내가 경험한 정보를 나누면 다른 장애인들이 여행을 준비하고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방송에도 출연하고 여행서도 냈다.” 그러나 1급 지체장애인인 전 대표가 여행하는 길은 순탄치 않다. 전동휠체어 건전지(배터리)가 방전돼 길에 서버린 일도, 장애인 화장실을 기껏 찾아갔더니 문이 잠겨 있어 난감했던 적도, 심지어 장애인이라고 받아주는 숙소가 없어 노숙한 적도 있다. “여행은 인생과 같거든요. 날마다 하는 출퇴근도 일종의 여행인데, 힘들다고 출근 안 하진 않잖아요. 우리 삶이 힘들다고 멈출 수 없듯이 여행도 그래요. 힘들다고 피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부딪쳐서 힘든 점을 이겨내거나 장벽을 없애는 게 옳은 거죠.” 하석미 대표는 3년 전 일본으로 외국여행을 떠났다. 혼자 가는 외국여행은 처음이었다. 유전질환인 골이형성증을 앓아 성장판이 닫히는 바람에 아이 같은 몸과 손발을 가졌지만, 비장애인도 떠나기 쉽지 않은 ‘나 홀로 외국여행’을 감행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주위의 만류가 컸지만, 철저히 준비한 끝에 2박3일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는 “휠체어 외국여행은 따로 마음 써야 할 것이 많다. 전동휠체어 건전지가 습식(리튬)이면 항공기 탑승이 안 될 수 있으니 미리 꼭 확인하고, 건전지 분리 방법까지 알고 가야 한다”고 한다. 또 휠체어 바퀴가 통타이어가 아니라면 사고에 대비해 여분의 튜브를, 전압이 우리와 다른 나라로 갈 때는 전동휠체어 충전용 멀티콘센트를 준비하라고 한다. 하 대표에게는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딸이 있다. 편견의 벽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세상을 조금씩 넓혀가다보면 ‘딸도 편안하게 여행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우리 모두 삶이라는 여행을 하며 살아가잖아요. 비장애인에게는 늘 당연했던 것을 우리 장애인은 특별한 행사로만 여기고, 여행이라는 단어도 사치로만 생각했어요. 이제 장애인과 교통약자들도 그 사치를 쉽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30대 전까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전 대표는 서른 즈음부터 자주 넘어지고 혼자 일어나기 힘들어졌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찾아간 병원에서 희귀·난치 진행성 질환인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한동안 절망에 빠져 살던 그는 2005년 휠체어를 타고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떠난 인도 여행에서 다시 희망을 찾았다. 땅을 기어다니거나 엉성한 나무지팡이에 기댄 장애인을 인도인들은 특별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저 몸이 불편한 사람으로 바라봤다. 오롯이 자신과 직면하며 낯선 세상과 만나는 동안 다시 행복을 느낀 전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장애인 여행 카페를 만들고 다른 장애인과 함께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서점이나 인터넷에 여행책이나 정보가 많지만 대부분 비장애인이 쓴 것이라 장애인의 동선과 맞지 않아 참고해서 여행하기 힘들다. 내가 경험한 정보를 나누면 다른 장애인들이 여행을 준비하고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방송에도 출연하고 여행서도 냈다.” 그러나 1급 지체장애인인 전 대표가 여행하는 길은 순탄치 않다. 전동휠체어 건전지(배터리)가 방전돼 길에 서버린 일도, 장애인 화장실을 기껏 찾아갔더니 문이 잠겨 있어 난감했던 적도, 심지어 장애인이라고 받아주는 숙소가 없어 노숙한 적도 있다. “여행은 인생과 같거든요. 날마다 하는 출퇴근도 일종의 여행인데, 힘들다고 출근 안 하진 않잖아요. 우리 삶이 힘들다고 멈출 수 없듯이 여행도 그래요. 힘들다고 피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부딪쳐서 힘든 점을 이겨내거나 장벽을 없애는 게 옳은 거죠.” 하석미 대표는 3년 전 일본으로 외국여행을 떠났다. 혼자 가는 외국여행은 처음이었다. 유전질환인 골이형성증을 앓아 성장판이 닫히는 바람에 아이 같은 몸과 손발을 가졌지만, 비장애인도 떠나기 쉽지 않은 ‘나 홀로 외국여행’을 감행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주위의 만류가 컸지만, 철저히 준비한 끝에 2박3일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는 “휠체어 외국여행은 따로 마음 써야 할 것이 많다. 전동휠체어 건전지가 습식(리튬)이면 항공기 탑승이 안 될 수 있으니 미리 꼭 확인하고, 건전지 분리 방법까지 알고 가야 한다”고 한다. 또 휠체어 바퀴가 통타이어가 아니라면 사고에 대비해 여분의 튜브를, 전압이 우리와 다른 나라로 갈 때는 전동휠체어 충전용 멀티콘센트를 준비하라고 한다. 하 대표에게는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딸이 있다. 편견의 벽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세상을 조금씩 넓혀가다보면 ‘딸도 편안하게 여행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우리 모두 삶이라는 여행을 하며 살아가잖아요. 비장애인에게는 늘 당연했던 것을 우리 장애인은 특별한 행사로만 여기고, 여행이라는 단어도 사치로만 생각했어요. 이제 장애인과 교통약자들도 그 사치를 쉽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모아스토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