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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제안 사업으로 시작
20명 ‘동료 돌봄활동가’로 지정
1명당 5명 돌보고 월 66만원 급여
행안부 공공일자리 우수 사례
지난 5일 서대문구의 홀몸노인 돌봄이 박정자(왼쪽)씨가 홍제3동 개미마을에 사는 유희숙씨를 찾아가 안부를 살피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인왕산 북쪽 사면인 서대문구 홍제3동의 ‘개미마을’.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만든 무허가 판잣집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서울의 몇 안 되는 달동네다. 산비탈에 자리한 낡은 집들이 1970년대 이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5일 오후 지체장애 5급인 박정자(62)씨는 홍제3동주민센터에서 오르막길을 400m가량 올라 유희숙(71)씨의 무허가 전셋집으로 향했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이었지만, 기온이 아주 낮지 않았고 햇볕도 따뜻했다. 박씨는 “날씨가 다행이야. 아주 춥거나 눈이 많이 오면 찾아갈 엄두를 못 내. 다리가 불편해 오래 걷지도 못하거든”이라고 말했다.
미리 방문 연락을 받고 대문 앞에서 서성이던 유씨는 덥석 박씨의 손을 잡고 2평이 채 안 돼 보이는 방으로 이끌었다. 25년째 개미마을에서 사는 유씨는 양 무릎이 성치 않아 지팡이에 의지한다. 생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나오는 한 달 65만원가량의 지원금으로 꾸린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 겨울이라 걱정이 많네. 봄이면 더 자주 올 텐데.”(박정자) “아냐. 이렇게 와주니 얼마나 고마워. 가족이 없어서 그동안은 찾아주는 사람도 없었어. 동생이 외로움, 쓸쓸함을 달래주잖아.”(유희숙) 두 사람은 자매마냥 친숙해 보였지만, 6개월 전만 해도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젠 스스럼없이 서로를 언니, 동생이라 부른다. 서대문구가 지난해 6월 시작한 ‘장애노인을 통한 홀몸노인 돌봄서비스’가 맺어준 인연 덕분이다. 흔히 ‘노노(老老)케어 프로젝트’라 하는 이 서비스는 활동과 근로를 할 수 있는 50대 이상 장년층 장애인이 전화와 방문으로 홀몸노인의 말벗이 되고 마음을 위로해주는 사업이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홀몸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기획했다. 서대문구에는 장애인이 약 1만2000명, 홀몸노인이 1만 명 살고 있다. 서대문구는 프로젝트에 응모한 박정자씨 등 20명을 ‘동료 돌봄활동가’로 정하고 워크숍을 열어 홀몸노인의 특성과 상담 기법 등을 교육했다. 그리고 거주지 등을 고려해 돌봄이 한 사람당 5명씩 모두 100명의 홀몸노인을 연결했다. 돌봄이는 하루에 2명 이상의 홀몸노인과 통화를 하고, 주 1회 방문 상담을 한다. ‘월급’으로 한 달에 66만원을 받는다. 박씨는 “홍제3동 4명, 남가좌동 1명 등 5명의 어르신을 월·화·수·목·금요일별로 나눠 찾아뵈어왔다”며 “외롭고 장애가 있는 어르신을 돕는 보람은 물론이고, 생활에 적지 않은 보탬도 되니 좋다”고 말했다. 돌봄서비스가 홀몸노인들의 ‘공동체’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돌봄이 정아무개(62)씨는 북가좌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홀몸노인 5명과 인연을 맺었다. 한 달쯤 지난 뒤 정씨의 제안으로 홀몸노인들은 집집마다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정씨는 “제가 한분 한분을 살피는 돌봄이 역할을 넘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홀몸노인과 돌봄이까지 100여 명이 경기 여주시 금모래강변공원으로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아 노노케어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공공부문 일자리 우수 사례’ 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노노케어 프로젝트는 장애인과 어르신을 아우르며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사업으로, 전국 어디서든 적용 가능하다”며 “주민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한 사업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 겨울이라 걱정이 많네. 봄이면 더 자주 올 텐데.”(박정자) “아냐. 이렇게 와주니 얼마나 고마워. 가족이 없어서 그동안은 찾아주는 사람도 없었어. 동생이 외로움, 쓸쓸함을 달래주잖아.”(유희숙) 두 사람은 자매마냥 친숙해 보였지만, 6개월 전만 해도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젠 스스럼없이 서로를 언니, 동생이라 부른다. 서대문구가 지난해 6월 시작한 ‘장애노인을 통한 홀몸노인 돌봄서비스’가 맺어준 인연 덕분이다. 흔히 ‘노노(老老)케어 프로젝트’라 하는 이 서비스는 활동과 근로를 할 수 있는 50대 이상 장년층 장애인이 전화와 방문으로 홀몸노인의 말벗이 되고 마음을 위로해주는 사업이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홀몸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기획했다. 서대문구에는 장애인이 약 1만2000명, 홀몸노인이 1만 명 살고 있다. 서대문구는 프로젝트에 응모한 박정자씨 등 20명을 ‘동료 돌봄활동가’로 정하고 워크숍을 열어 홀몸노인의 특성과 상담 기법 등을 교육했다. 그리고 거주지 등을 고려해 돌봄이 한 사람당 5명씩 모두 100명의 홀몸노인을 연결했다. 돌봄이는 하루에 2명 이상의 홀몸노인과 통화를 하고, 주 1회 방문 상담을 한다. ‘월급’으로 한 달에 66만원을 받는다. 박씨는 “홍제3동 4명, 남가좌동 1명 등 5명의 어르신을 월·화·수·목·금요일별로 나눠 찾아뵈어왔다”며 “외롭고 장애가 있는 어르신을 돕는 보람은 물론이고, 생활에 적지 않은 보탬도 되니 좋다”고 말했다. 돌봄서비스가 홀몸노인들의 ‘공동체’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돌봄이 정아무개(62)씨는 북가좌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홀몸노인 5명과 인연을 맺었다. 한 달쯤 지난 뒤 정씨의 제안으로 홀몸노인들은 집집마다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정씨는 “제가 한분 한분을 살피는 돌봄이 역할을 넘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홀몸노인과 돌봄이까지 100여 명이 경기 여주시 금모래강변공원으로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아 노노케어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공공부문 일자리 우수 사례’ 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노노케어 프로젝트는 장애인과 어르신을 아우르며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사업으로, 전국 어디서든 적용 가능하다”며 “주민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한 사업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