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중랑구 재정자립도 25개구 중 21위
2016년 초 외부재원확보팀 신설
군부대 돌며 전화 부스 모으고
취약계층 환자 위해 지역병원 설득
지난 10일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공원의 ‘꿈꾸는 작은 책방‘에서 김원정 외부재원확보팀 주무관이 책을 읽고 있다. 중랑구 제공
2016년 7월 중랑구에 있는 공원과 어린이놀이터 20여 곳에 전화 부스 41개가 들어섰다. 중랑구는 낡은 공중전화 부스를 빨갛게 새로 칠했고, 안에는 공중전화 대신 네 칸짜리 책꽂이를 두었다. 어린이 책부터 소설과 에세이 등 300여 권의 책이 가득 찬 ‘꿈꾸는 작은 책방’이었다.
지난 10일 찾은 봉화산공원 입구에는 빨간 전화부스가 여전히 서 있었다. 지키는 사람은커녕 도서 출납일지도 없지만 책과 부스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제일 아래 칸은 주민이 기증한 책들이 있었다. 중랑구 외부재원확보팀의 김원정 주무관은 “지금은 구민들의 쉼터이자 사진 찍기 좋은 지역 명물이 됐지만, 2년 전 버려진 전화 부스를 찾아 경기도 남양주, 파주, 연천까지 군부대를 전전하던 고생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처음 ‘꿈꾸는 작은 책방’을 준비하면서 알아보니 하나 제작하는 데 250만원이 넘게 들더라고요. 예산이 부족한 우리 구 실정에 억 단위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해서 대기업에 사업 제안을 했지만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일단 전화 부스라도 구해보자는 생각에 케이티(KT)링커스를 몇 번이나 찾아갔는데, 마침 군부대에서 대량으로 교체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운이 좋았죠.”
전화 부스 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은 아주그룹에서 후원받고, 책은 주민센터와 함께 기증받은 마을문고로 해결했다. 그런데 군부대가 내놓은 전화 부스를 실어오는 게 문제였다. 지게차와 트럭을 불러 3명의 팀원이 직접 옮겨야 했다. 파주에서는 도롯가에 놓인 부스들이 철거되기 전에 급히 옮기려다 팀장과 김 주무관이 살갗이 긁히기도 했다. 외부재원확보팀은 2016년 1월 나진구 구청장이 지시해 만들었다. 25개 서울 자치구 가운데 21번째일 정도로 열악한 재정자립도(20.6%)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 외부재원을 확보해 극복하자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신설된 외부재원확보팀에 모인 3명은 막막했다.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많이 헤맸어요. 사회공헌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려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복지협의회, 다른 자치구도 다녔는데 ‘이 바닥이 만만치 않다’ ‘뭘 알고나 하는 거냐’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마음이 더 무거워졌어요. 실적을 못 내 팀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첫 번째 사업은 지역아동센터 시설 개선으로 정했다. 조사해보니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업을 지원했던 기업들을 찾아 일일이 전화해 전자우편으로 사업제안서를 보냈다. 수많은 업체 가운데 연락이 온 곳이 한전과 한샘이었다. 한샘은 중랑구에 새 매장을 막 열던 때여서 시기가 딱 맞아떨어졌다. 두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지역아동센터 4곳의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고 화장실, 주방 환풍기, 싱크대 등을 고쳤다. 6곳의 책걸상, 책꽂이, 수납장, 신발장 등 가구도 교체했다. “한 지역아동센터의 화장실에서 악취가 심하게 올라와 아이들이 불편해했는데, 장마 전에 고치게 돼 선생님과 학생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또 학교를 마치고 지역아동센터에 온 아이들이 가구가 바뀐 걸 보고 탄성을 지르며 기뻐해 제 업무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김원정 주무관은 최근 취약계층 유방 절제술 환자들에게 의료보정용품을 지원하도록 지역에 있는 ‘88병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유방을 한쪽만 절제하면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깨가 처지는 등 근골계에 합병증이 올 수 있어 인조 유방과 전용 속옷 등이 필요하다. 이들 의료보정용품은 환자의 심리와 신체 치유를 위해 필요한 제품이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사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많다. 지난달 2000만원 상당의 의료보정용품을 전달한 88병원은 3년 동안 계속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지금까지 외부재원확보팀은 복지, 문화, 교육,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26억여원, 100여 건의 사회공헌사업을 유치했다.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과 끈질긴 기업체 방문으로 새로운 사업을 적극 발굴한 결과다. “처음에는 ‘갑에서 을이 된 줄 알았는데, 을도 아니고 병인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했어요. ‘사업제안서 좀 읽어봐주세요’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등 항상 부탁을 드려야 했으니까요. 다른 부서 직원들도 우리를 만나면 ‘앵벌이팀 뭐하냐’며 놀렸죠.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외부 관계자들도 많이 알게 되고, 저한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법령에 딱 맞춰 일해야 하는 공무원식 업무는 아니잖아요. 14년 동안 공무원 생활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 같습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전화 부스 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은 아주그룹에서 후원받고, 책은 주민센터와 함께 기증받은 마을문고로 해결했다. 그런데 군부대가 내놓은 전화 부스를 실어오는 게 문제였다. 지게차와 트럭을 불러 3명의 팀원이 직접 옮겨야 했다. 파주에서는 도롯가에 놓인 부스들이 철거되기 전에 급히 옮기려다 팀장과 김 주무관이 살갗이 긁히기도 했다. 외부재원확보팀은 2016년 1월 나진구 구청장이 지시해 만들었다. 25개 서울 자치구 가운데 21번째일 정도로 열악한 재정자립도(20.6%)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 외부재원을 확보해 극복하자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신설된 외부재원확보팀에 모인 3명은 막막했다.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많이 헤맸어요. 사회공헌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려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복지협의회, 다른 자치구도 다녔는데 ‘이 바닥이 만만치 않다’ ‘뭘 알고나 하는 거냐’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마음이 더 무거워졌어요. 실적을 못 내 팀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어요.” 첫 번째 사업은 지역아동센터 시설 개선으로 정했다. 조사해보니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업을 지원했던 기업들을 찾아 일일이 전화해 전자우편으로 사업제안서를 보냈다. 수많은 업체 가운데 연락이 온 곳이 한전과 한샘이었다. 한샘은 중랑구에 새 매장을 막 열던 때여서 시기가 딱 맞아떨어졌다. 두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지역아동센터 4곳의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고 화장실, 주방 환풍기, 싱크대 등을 고쳤다. 6곳의 책걸상, 책꽂이, 수납장, 신발장 등 가구도 교체했다. “한 지역아동센터의 화장실에서 악취가 심하게 올라와 아이들이 불편해했는데, 장마 전에 고치게 돼 선생님과 학생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또 학교를 마치고 지역아동센터에 온 아이들이 가구가 바뀐 걸 보고 탄성을 지르며 기뻐해 제 업무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김원정 주무관은 최근 취약계층 유방 절제술 환자들에게 의료보정용품을 지원하도록 지역에 있는 ‘88병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유방을 한쪽만 절제하면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어깨가 처지는 등 근골계에 합병증이 올 수 있어 인조 유방과 전용 속옷 등이 필요하다. 이들 의료보정용품은 환자의 심리와 신체 치유를 위해 필요한 제품이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사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많다. 지난달 2000만원 상당의 의료보정용품을 전달한 88병원은 3년 동안 계속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지금까지 외부재원확보팀은 복지, 문화, 교육,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26억여원, 100여 건의 사회공헌사업을 유치했다.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과 끈질긴 기업체 방문으로 새로운 사업을 적극 발굴한 결과다. “처음에는 ‘갑에서 을이 된 줄 알았는데, 을도 아니고 병인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했어요. ‘사업제안서 좀 읽어봐주세요’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등 항상 부탁을 드려야 했으니까요. 다른 부서 직원들도 우리를 만나면 ‘앵벌이팀 뭐하냐’며 놀렸죠.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외부 관계자들도 많이 알게 되고, 저한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법령에 딱 맞춰 일해야 하는 공무원식 업무는 아니잖아요. 14년 동안 공무원 생활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 같습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