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지병 고치고 쪽방 탈출 50대 독거남 구청 사례관리사 도움 ‘자립’

용산구 통합사례관리 우수 사례 ‘가슴으로 전하는 희망 이야기’에 수록

등록 : 2018-01-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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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임대주택 입주하는

고아 출신 58살 이영봉씨

채윤지 사례관리사 1등공신

“나처럼 어려운 사람 돕고 싶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이영봉(58)씨가 지난 5일 오후 용산구청사 지하 5층에서 사회적 기업 ‘회오리 세차’에 소속돼 세차를 하고 있다.

월 25만원짜리 용산구 쪽방촌에 사는 이영봉(58)씨는 요즘 꿈에 부풀어 있다. 이달 22일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해 평생 꿈에 그리던 ‘내 집 같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이 6000만원이지만 본인부담금은 300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엘에이치 부담이어서 이씨처럼 기초생활보장수급자도 주거비(관리비 매달 5만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비록 온전한 ‘내 집’은 아니지만 현재 살고 있는 쪽방의 두배 크기인데다, 화장실과 욕실도 번듯하게 갖추고 있다. 이씨는 “내 집 마련이 평생소원이었는데 올해 소원을 이룬 것 같다”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해 5월부터 세차장 일을 하면서 20만원씩 저축해 200만원가량 모아, 본인부담금 300만원에는 좀 부족하지만 이씨는 큰 걱정은 안 하는 눈치이다.


이씨의 보금자리 마련에는 용산구 복지정책과 채윤지 통합사례관리사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2016년 1월 이후 이씨에게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온 채 관리사는 평소 잘 알던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소개해 이씨에게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 선생님이 일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니까 저도 기분이 좋아요. 오히려 제가 더 뿌듯하지요.”

이씨는 채 관리사가 아니었으면 방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이영봉씨가 지난 5일 자신을 도와준 용산구 복지정책과 통합사례관리사 채윤지씨와 만났다.

그러나 2년 전만 해도 이씨는 쪽방에 갇혀 세상과 단절하다시피 하며 살아왔다. 용산구의 어려운 사람들 통합사례를 발굴해 관리하는 채 관리사는 2016년 1월 이씨와 만나기로 하던 날, 1시간 넘게 기다렸으나 끝내 이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전화를 받지 않자 이씨의 쪽방을 찾아갔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집 문틈에 “보시면 연락을 달라”며 연락처를 쓴 쪽지를 남겼는데, 이씨의 전화는 며칠 동안 없었다.

“쪽방이 지저분하잖아요. 저는 그걸 보여주기 싫었어요. 그리고 그때 지병(전정기능 장애로 평형감각이 사라져 자꾸 어지럼증을 느끼고 쓰러지는 현상)을 앓고 있어 채 주무관님을 만나러 가다가 쓰러져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러다 며칠 뒤 채 관리사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채 관리사는 곧바로 보라매병원에 초기 진료비 신청을 해서 진료를 받게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이씨의 집을 방문했다.

“저는 처음 한 번 방문에 그칠 줄 알았는데, 계속 오는 거예요. 물품도 전달하고 안부도 묻고 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채 관리사가 국민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권유해 안정적 수입 기반을 만들었고, 기력을 회복한 이씨는 1년여 전부터 세차장 등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고아로 자란 이씨는 1983년 홀로 상경해 다방 디제이 등으로 모은 4000만원을 1991년 같이 살던 여성에게 맡겼다가 동거 여성이 이 돈을 갖고 달아나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리는 아픔을 겪었다. 그 뒤 막노동과 신문 배달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왔다. 채 관리사의 도움으로 부모 찾기에 나섰지만 주민등록이 없어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제 외톨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린 듯하다.

“저도 도움을 받아 이만큼 왔으니 저같이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게 새로운 소원이에요. 그동안 동주민센터나 구청은 무서운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외로운 저 같은 사람을 찾아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지난해 말 용산구 복지정책과에서 펴낸 <가슴으로 전하는 희망 이야기>에는 이영봉씨처럼 구청의 복지지원을 받은 어려운 이웃들의 훈훈한 사례가 가득 담겨 있다. 사례집에는 사례 대상자와의 만남 과정을 비롯해 다양한 복지지원 사례가 빼곡이 수록돼 있다. 이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1년4개월 동안 용산구 희망복지팀에서만 서비스 연계와 상담을 136차례 실시했다고 사례집은 기록했다.

글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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