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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남북 태권도 시범 공연
4월 만월대 공동 발굴 평창전
100회 전국체전, 공동 개최 검토
남북교류협력기금 175억원 남아
오는 12일 서울시청에서 북한 태권도선수단의 시범 공연이 열린다.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개최된 ‘2017 WT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범 공연을 하는 북한 태권도선수단.
오는 4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개최된다. 평창겨울올림픽을 기념해 오는 10일부터 3월18일까지 평창군 상지대관령고등학교 전시장에서 열리는 <고려 건국 1100년, 고려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평창특별전>의 후속 전시다. 특별전은 지난 10년 동안 남북이 공동 발굴한 개성 만월대의 주요 출토 유적·유물을 정보기술(IT)로 구현해, 올림픽 관람객들이 ‘코리아’로 알려진 고려의 500년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평창특별전에서 인기가 높았던 전시회를 골라 시민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특별전을 주관하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신준영 사무국장은 “3디(D)로 복원한 고려 황궁의 정전인 회경전의 영상, 만월대에서 발굴한 고려 금속활자의 도장 체험, 가상현실 체험기기를 이용한 만월대 3차원 산책 체험 등이 서울에서 전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3D로 복원한 고려황궁 회경전.
이번 전시는 서울시가 평창특별전에 5억원을 지원한 것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정부가 특별전 개최에 남북협력기금 14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에 발맞춰 시의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5억원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평창올림픽 기간인 12일 오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선 북한 태권도 선수들이 참여하는 태권도 시범 공연이 열린다. 이 시범 공연은 남쪽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쪽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이 뜻을 모은 행사로, 남북 선수들이 함께 출연하는 합동 무대도 10분 동안 펼쳐질 예정이다. 김규룡 서울시 대외협력과장은 “남북 태권도 선수들의 합동공연이 서울시청 공간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의 계기를 맞으면서 서울시의 남북교류 움직임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영역이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서울시는 평양과 교류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서울이 앞장서서 남북교류와 도시 외교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서울시의 구상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선을 끄는 것은 2019년 서울시가 개최하는 제100회 전국체전이다. 서울시는 이 행사에 평양시선수단을 초청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신고를 한 뒤 평양시체육협회장에게 참석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낼 예정이다. 서울시는 평양시선수단이 참가하는 차원을 넘어 전국체전을 두 도시가 공동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과 평양에서 전국체전이 열린다면 체전 100년의 의미는 한층 커질 것”이라며 “공동개최를 위한 양쪽의 활발한 접촉과 준비도 남북교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과 평양의 축구단이 경기를 벌이는 ‘경평축구' 행사도 부활시키는 방안을 북쪽과 논의할 계획이다. 경평축구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양대 도시인 경성과 평양을 대표하는 축구단이 장소를 번갈아가며 벌인 친선 축구경기로, 1929년 시작해 20차례 열린 뒤 1946년 중단됐다. 하지만 그 교류의 정신은 2002년 서울에서 양쪽 축구대표팀이 참가한 ‘남북통일축구경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경평축구 재개를 위해 북한 전문가, 체육인 등 10명가량이 참여하는 ‘경평축구 부활 자문회의’를 결성할 방침이다. 서울시의 이런 남북교류 움직임에서 두드러진 대목은 스포츠·문화 영역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북쪽의 핵·미사일 실험 이후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경제나 인프라 영역의 교류·지원은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제재와는 별개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내려진 ‘5·24 대북제재’ 조처 또한 남북교류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현실적 제약 탓에 서울시가 2016년 통일을 준비하는 ‘거대한 전략’으로 발표한 ‘서울-평양 도시협력 구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구상은 인프라 협력, 경제협력, 시민 교류의 3대 분야에서 △대동강 수질 개선과 평양 상하수도 개량 사업 △대중교통 운영체계 협력 △애니메이션 산업단지 설립 △평양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 △100회 전국체전 평양시 초청 등 10대 과제 추진을 뼈대로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이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제3세계 나라의 도시들과도 협력하고 있는 사업들을 과제로 정한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풀리면 시범사업 추진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대신 서울시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인 2004년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 사고를 계기로 조성된 200억원 규모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사용해 통일 기반 조성 사업과 통일 관련 행사를 지원하는 일을 벌여왔다. 이 기금은 5·24 조처 이전엔 북한 수해 지원, 의약품 지원 등에 쓰였으나, 5·24 조처 이후엔 사실상 직접 지원에 쓰이지 못했다. 지난해는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평화통일 교육사업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 행사 남북경협 서울시민 한마당 통일박람회 등에 19억원을 썼다. 이 기금은 지난해 말 현재 175억원 정도가 남아 있다.
지난해 5월 광화문광장에서 ‘남북경협 서울시민 한마당’이 열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제공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