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중학생들이 주도해서 만든 학교 앞 금연거리

은평구 갈현동 대성중학교 앞 5월부터 금연거리 선포

등록 : 2018-02-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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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 주택가여서 간접흡연 걱정

학생들이 금연이 필요한 장소 선정

‘학교 금연거리’ 시범사업이 토대

전체 학교로 확대하는 방안 검토

마포구 서강초등학교 통학길 바닥에 금연거리를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곳은 학교 주변 금연거리입니다’.

지난 5일 은평구 갈현동 갈현메카아파트 앞. 아파트 담벼락에 금연거리 안내 펼침막이 크게 걸려 있다. 아파트에서 100여m 오르막길 위에 자리한 대성중학교 정문에도 겨울방학 동안 똑같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학교 앞 오르막길과 메카아파트, 청구주택 옆 도로 300m에서 담배를 피우면 오는 5월1일부터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안내문이다. 펼침막엔 상세한 금연거리 지도가 붙어 있다.

대성중학교 정문에 걸린 금연거리 안내 펼침막. 정재권 선임기자


이 통학로를 금연거리로 지정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곽효길 대성중 교감은 “학교 통학로 주변이 빌라가 많은 주택가여서 학생들이 간접흡연 피해를 볼까 걱정이었고, 학생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주민 신고도 가끔 있었다. 마침 은평구청이 학교 통학로 금연거리 조성 사업을 공모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정 과정은 독특했다. 구청의 일방통행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금연이 필요한 장소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금연구역을 선정했고,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학생은 647명 가운데 622명이 동의(찬성률 96.1%)했고, 학부모도 629명 중 616명이 찬성(97.9%)의 뜻을 밝혔다.

그다음 절차는 주민들의 의사 확인이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흡연제로네트워크’가 11월에 이틀 동안 통학로에 찬반 의견을 표시하는 조사판을 설치하고 주민들을 상대로 의견을 물었다. 모두 1145명이 참여했는데, 금연거리 지정 찬성률이 94%였다.

은평구는 이런 여론을 반영해 해당 지역의 타당성을 검토한 뒤 지난 5일 대성중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정했다. 은평구보건소 장은영 주무관은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면 계도 기간인 4월30일까지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학생과 지역주민에게 금연거리를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연거리 지정은 서울시와 자치구, 서울시교육청이 함께 추진한 ‘학교 주변 금연거리’ 지정 시범사업이 토대가 됐다. 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소년이 참여하는 금연거리를 25개 자치구에서 한 곳씩 정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이렇게 자치단체와 학교, 학생, 학부모, 주민이 뜻을 모아 금연거리를 만든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서울시 건강증진과는 “학생들이 흡연 유해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에 직접 참여해 간접흡연의 피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동시에 비흡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교육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선 지난달 말까지 대성중 등 17개 구의 학교 통학로에 금연거리가 조성됐다.(표 참조) 종로구의 효제초등학교 등 나머지 8개 구의 학교는 이달 안으로 금연거리를 지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금연거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을 통해 주민 의견 수렴에 도움을 받았다. 또 도시공간개선단을 통해 인지도가 높은 금연거리 바닥 안내표지판을 만들어 통학로에 설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25개 자치구에 한 곳씩 시범 조성된 금연거리의 효과를 평가한 뒤 전체 학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금연도시를 실현하기 위해선 일방적인 금연구역 지정과 단속보다 자발적인 금연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며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금연구역을 정하고 운영해 ‘사람이 있는 곳은 금연’이라는 시민의식이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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