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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물빛광장에서 지난달 30일 저녁 밤도깨비야시장이 열렸다. 개장을 기념해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고, 푸드트럭마다 손님이 몰려 긴 행렬을 이뤘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주말 토요일인 지난달 31일 저녁 7시,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 어둠이 깔린 공원 여기저기에 길게 늘어선 시민들이 흥미로운 광경을 연출한다. 45개의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는 대기 행렬이다. 푸드트럭마다 30~40명은 기본이고, 한 스테이크 푸드트럭에선 150여 명이 차례를 기다린다.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정희영(26)씨는 “먹고 싶은 음식은 있는데 줄이 너무 길어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오늘은 핸드메이드 제품 부스에서 산 도자기 술잔으로 만족해야겠다”며 이 광경에 놀라워했다.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는 지난달 30일 금요일 밤 밤도깨비야시장이 열려 밤을 밝혔다. 이곳에선 10월 말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45개의 푸드트럭이 영업한다. 핸드메이드 상품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상인 부스 60개도 운영된다.
푸드트럭은 스테이크·버거·초밥·쌀국수·타코 등 전 세계의 음식을 망라한다. 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맛과 독창성 등을 평가하는 품평회를 거쳐 선발됐다. 상인 부스에는 반지·팔찌·지갑·미술품 등 핸드메이드 제품이 다양하다. 하루에 세 차례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여의도 야시장의 최태원 운영감독은 “매주 금·토요일 합쳐 5만 명씩, 10월까지 모두 150만 명가량이 야시장을 찾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갈비덮밥과 들기름비빔밥이 주메뉴인 ‘그니식당’의 김재근(30)씨는 지난 1일 “야시장의 첫 금·토요일에 모두 900그릇 정도를 팔았다”며 “금요일에는 준비했던 300그릇이 일찍 동이 나 놀랐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밤도깨비야시장에서 멕시코 음식 타코를 판 ‘나이스챕’의 이요한(26)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틀 동안 600~700개를 팔아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며 “한강에서 바람을 쐬고, 핸드메이드 물품을 사고, 공연을 즐기고, 다양한 음식을 먹는 밤도깨비야시장이 하나의 문화로 확실히 자리잡은 느낌”이라고 했다.
‘6장6색’(6場6色)의 재미=서울에선 현재 여의도와 반포, DDP(동대문디지털플라자), 청계천, 문화비축기지 등 5곳에서 밤도깨비야시장이 열린다. 5, 8, 9, 10월에 시즌마켓이 열리는 청계광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6곳이다.(표 참조)
밤도깨비야시장은 지난해만 494만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지역별로 콘셉트를 정해 야시장마다 특색을 살렸다. 윤여민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주무관은 “지난해까지는 푸드트럭이나 부스 상인을 한꺼번에 뽑은 뒤 야시장을 순환하도록 했는데, 시장별로 특징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올해는 지역마다 다른 음식·상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푸드트럭 운영자와 상인을 따로 선발했다”고 했다. 6곳 시장에 푸드트럭이 모두 190대, 상인 부스가 모두 360개 운영된다. 여의도 야시장은 콘셉트가 ‘월드 나이트 마켓’으로, 한강에서 즐기는 하룻밤의 세계여행이 되도록 한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멕시코 대중음악인 ‘마리아치’와 브라질의 ‘삼바’ 등 다양한 세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연과 카포에이라(무예·음악·춤의 요소가 결합한 아프리카계 브라질인의 예술), 태권도 등 세계 무술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반포 야시장의 콘셉트는 ‘낭만달빛 마켓’이다. 야경과 분수, 낭만과 예술이 있는 시장이 되도록 클래식, 재즈, 인디밴드 공연이 이어진다. 청년의 감각과 아이디어를 만나는 디자인 마켓으로 꾸며지는 DDP 야시장에서는 매주 토요일, 청년 예술가들이 ‘청춘 버스킹'을 한다. 강태웅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야시장 문화를 만들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밤도깨비야시장의 지역별 참여 상인은 누리집(www.bamdokkaebi.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