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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요금관리소 주차정산 종사자 김아무개(52)씨는 지난해부터 월급을 20만원쯤 더 받는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생활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월급이 오르면서 일할 맛이 난다는 동료들이 늘면서 일터 분위기도 밝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시행하는 생활임금제 덕분이다.
생활임금제는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부문에서 도입한 제도다.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이다. 주40시간 일하는 노동자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126만270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적용 기준인 ‘미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 155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한 사람의 기본생활조차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생활임금이다. 생활임금은 주거비·교육비 등과 물가상승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임금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 수준을 말한다.
2013년 일부 지자체가 생활임금제 시행에 나선 뒤 민선6기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도입 지자체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국 지자체 243개 중 53개(22%)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2017년 이전에 시행할 예정에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1월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해 광역지자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서울시의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약 20% 높다. 서울 자치구의 생활임금조례 제정은 90%를 넘어섰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성북구와 노원구가 2013년 1월 전국 최초로 직접고용 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강남구와 중랑구를 뺀 23개 자치구가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광역과 기초 지자체의 생활임금제 도입이 확산 추세에 있지만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이끄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생활임금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행정명령이나 조례로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법제처는 2014년 생활임금조례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법제처의 이런 의견은 지자체장들이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거나 용역업체 등으로 확대하는 데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부산에서는 지난해 4월 시의회가 생활임금조례를 발의했지만 부산시가 법적 문제 등을 내세워 보류되기도 했다.
생활임금에 대한 국회의 문턱도 높다. 19대 국회에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명 ‘생활임금법’(최저임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여당의 반대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생활임금에 처음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용역·위탁업체 근로자에게까지 생활임금을 확대 적용하도록 규정했지만 법제화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4월27일 박원순 시장은 ‘노동존중도시 서울’ 정책을 발표하면서 “20대 국회에서 생활임금제의 보편적 적용의 근거로 최저임금법과 지방계약법이 꼭 개정되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법제처와 국회의 상황을 염두에 둔 말이다.
서울시는 7월부터 전국 최초로 민간 위탁기관에 생활임금 지급을 의무화하고 시 용역근로자에게도 생활임금을 보장한다. 시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복지관이나 체육시설, 문화시설 280여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1480명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다. 시는 위탁기관 등과 계약에 생활임금 실행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등의 촉진 정책을 마련하려 하지만 안전행정부 협의에 법적 근거 문제로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생활임금제 도입에는 풀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생활임금제가 취지에 맞게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생활임금조례를 만들었다 해도 상황에 따라 형식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올 3월 생활임금 실태보고서를 낸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이남신 소장은 “생활임금 시급, 소요 예산, 대상자 규모 등에서 자치단체 간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생활임금 결정 방식, 조례상 대상자 범위, 자치단체 예산 여건, 단체장의 의지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 언급했다.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서울 자치구 간에도 생활임금 시급이 가장 높은 성동구(7600원)와 가장 낮은 강서구(6934원)는 약 10% 차이가 난다. 소요 예산과 대상자 규모도 가장 많은 성북구(4억4000만, 293명)와 가장 적은 강북구(4300만원, 33명)간 차이도 꽤 크다. 이러한 현실은 비슷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지자체에 따라 달라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소장은 “생활임금은 지역의 특성과 다양성을 반영해 결정해야겠지만 지역 간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며 “생활임금 결정 방식, 적용 대상 등에 있어 일정한 제한선을 마련해 제도를 시행한다며 불필요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