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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올 4월부터 최저임금제를 대체, 보완하는 법정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25살 이상 노동자에게 임금을 시간당 최저 7.2 파운드(1만1898원)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영국 정부가 예상하는 대상 노동자는 600만명이다. 런던처럼 물가가 높은 대도시 노동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제가 실시되면 일자리 6만개가 줄어들 것이란 부정적인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해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가 있는 생활임금이 일자리 축소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런던의 음식점 사장 조디 메디나씨도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생활임금제 도입에 대한 런던 시민의 긍정적인 생각을 대변한다. 늘어난 소득만큼 소비도 늘어 결국 기업에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다.
영국의 생활임금제 도입에는 시민 주도의 생활임금 운동이 큰 몫을 했다. 최근 ‘생활임금 현황과 사례 연구’를 하고 있는 최봉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은 시민운동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시민 주도의 움직임이 생활임금제도에 대한 인식 변화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생활임금제도를 위한 시민운동은 2001년 동부 런던의 시민단체인 텔코(TELCO, The East London Communities Organisation)가 시작했다. 텔코는 지역 내 빈곤층에 대한 문제를 토론하면서 생활임금제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텔코는 지역주민 1000여명과 함께 지자체와 지역의 민간기업에 생활임금 도입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을 2004년 런던시장 선거에서 후보들이 받아들이면서 런던시가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2008년 런던시장 선거에서는 보수당 역시 생활임금에 대한 지지를 선언해 생활임금제가 정파와 관계없이 공공의 지지를 받는 제도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 영국의 생활임금제도 확산 운동은 ‘생활임금재단’이 이끌고 있다. 생활임금재단은 ‘런던시티즌스’와 같은 시민단체,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력해 이끌고 있다. 버버리, 아비바, 내이션와이드, 케이피엠지 등 대기업들도 설립 초기부터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금융 지원, 자문, 보고서 발간 지원, 성공 사례 분석 같은 일을 한다.
생활임금재단은 생활임금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증제도도 도입했다. 인증제도 운영 후 생활임금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다. 런던 내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기업 수는 2015년 현재 724개에 이른다. 재단은 시민들의 인식 확산과 지지를 위해 런던시와 함께 해마다 11월 첫째주 생활임금 주간 행사를 펼친다. 생활임금 도입에 앞장서거나 힘쓴 개인이나 기업에게는 ‘생활임금 상’을 준다. 이현숙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