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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사랑의 옷걸이 사업에 참여한 세탁소는 모두 15곳이다. 일진컴퓨터세탁소의 주인 부부 위성재(왼쪽), 양명례씨도 함께하고 있다
동작구 대방동 일진컴퓨터세탁소. 오래된 간판 아래 세탁비닐을 씌운 옷들이 줄줄이 걸려 있다. 이 가게 주인 위성재·양명례 부부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들 부부의 손길이 닿는 옷 사이사이로 노란색 메모지가 붙어 있다. 메모지에는 ‘옷에 날개를 달아 주세요’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동작구가 올 3월부터 시작한 ‘사랑의 옷걸이 사업’의 안내판이다.
‘사랑의 옷걸이’는 입지 않는 의류를 소외계층과 사회복지시설 등 필요한 곳에 보내는 사업이다. 의류 기부를 원하는 주민이 동별로 지정된 ‘사랑 나눔 세탁소’에 옷을 전달하면 세탁소는 세탁 후 동주민센터를 통해 홀몸어르신,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에 보낸다. 세탁소가 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다리인 셈이다. 동작구는 ‘사랑 나눔 세탁소’로 동별 1개소 모두 15곳을 지정하고 옷걸이 부착용 안내문을 배부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평소 자율방범대 등의 봉사활동을 해온 위성재(60)씨는 “이 동네에서 세탁소를 운영한 지 26년째인데, 사랑의 옷걸이 이야기를 듣고 동네 일이라는 생각에 참가하게 되었다”며 “요즘은 멀쩡한 옷을 버리는 경우도 많고, 세탁소에 맡긴 채 1년 넘게 찾아가지 않는 장기 보관 의류들도 골칫거리다. 이런 옷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참여 세탁소에 옷걸이 부착용 안내문과 세탁비와 ‘사랑 나눔 세탁소’ 현판을 지원했다. 예산은 지난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 공모를 통해 확보했다. 당시 구청 복지정책과에서 근무하던 김영주(31)씨가 이 사업의 제안자다. 김씨는 “복지에 관한 해외 사례를 조사하던 중 루마니아에서 했던 의류 기부 캠페인을 알게 되었다. 원래는 노숙자들을 위해 방한복을 모으는 사업이었는데 이를 지역 실정에 맞게 변경해 제안했다. 일회성 나눔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기부 체계”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주요 기부물품은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높고 수요가 많은 방한복과 유아복·아동복이다. 특히 아동복은 아이가 자라서 작아져 못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유휴 자원으로 꼽히지만 적당한 수혜자를 찾기 어렵고, 세탁과 전달 과정도 번거로워 기부로 연결되는 수가 많지 않다. 사랑의 옷걸이 사업은 기부자의 세탁 부담을 덜어 줘 더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이끈다. 불법 설치, 이익 사유화 등으로 논란이 된 의류수거함에 비해 기부 경로가 투명하다는 점도 이 사업의 강점이다. 아직 시행 초기이지만 다른 지자체의 견학과 문의가 쏟아지는 이유이다.
동작구는 기부 확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수혜자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찾아가는 동사무소 사업과 연계해 홀몸노인, 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이 필요한 옷들을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수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수혜자에게 필요한 의류를 수시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나눔의 날, 알뜰 바자회 등의 이벤트도 마련해 공유 문화 활성화에도 나선다. 구는 올해 안으로 사랑의 옷걸이 사업을 정착시켜 2017년부터는 자율적인 공유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