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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청 박수진 계장 아이디어
3인 “절묘한 타이밍”
이광종 광복회 지회장 첫 주자로 나서
“범국민운동 된 것 같아 기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활동이 잇따르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가 화제다. 이번 캠페인의 첫 주자인 이광종 광복회 성북구지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캠페인을 기획한 성북문화원의 (왼쪽부터) 백외준 성북학연구팀장, 강성봉 사무국장, 박수진 운영과장이 7일 오후 성북문화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베껴 쓰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3·1운동 100주년 기념일이 지난 뒤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참여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가 화제다. 이 캠페인은 ‘3·1 독립선언서’를 38개 구절로 나눠 한 구절씩 베껴 쓰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뒤, 다음 참여자 3명을 지정해 이어가는 방식이다.
참여자는 이틀 안에 페이스북 등에 자기가 쓴 구절을 찍은 사진과 독립선언서·참여 방식 이미지, 다음 대상자 3명을 지정하는 글을 올린다. 캠페인은 2월13일 대한광복회 성북구지회에서 시작되어 100년 전 만세운동이 번져가듯 전국 곳곳에 퍼지고 있다. 2월28일엔 포털 실시간 검색어 2위로도 올랐다.
이번 캠페인은 성북구청 언론팀에서 비롯됐다. 100주년 기념으로 ‘독립선언서를 손글씨로 베껴 써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언론팀의 박수진 계장은 지난 1월 말 성북문화원 ‘3인’(강성봉 사무국장, 백외준 성북학연구팀장, 박수진 운영과장)을 찾았다. 마침 ‘지역 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카드뉴스 제작’ 등의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고 강성봉 사무국장은 말한다.
먼저 독립선언서를 쉽고 바르게 쓸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백외준 성북학연구팀장이 38개 구절로 나누어 이미지 파일로 만들었다. 최근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한글문화연대에서 내놓은 한글 번역본을 사용해 청소년, 노인 등 시민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했다. 백 팀장은 “개인적으로도 독립선언서를 제대로 끝까지 읽는 뜻깊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행사명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다. 독립운동을 기리는 행사인데, ‘챌린지’라는 영어를 쓰는 게 마음에 걸렸다. 박수진 운영과장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도 있고 해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한다. 첫 주자는 이광종(77) 광복회 성북구지회장이 맡아 줬다. 이 지회장은 독립유공자 이주현 선생의 후손이다. 2013년부터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고 후손들을 위한 사업을 성북문화원과 함께해왔다. 그는 “평소 문화원 세 사람의 애정과 노력에 감탄해왔다”며 이번 캠페인에 대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배우고 글쓰기 연습도 여러 차례 했다. 지난달 13일 이 지회장은 독립선언서 첫 구절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를 직접 써 사진을 찍어 올렸다.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적으면서 고귀한 뜻이 손끝으로 전해지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며 이 지회장은 다음 주자로 이승로 성북구청장, 종암동에서 ‘절정’ ‘청포도’ 등을 발표한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 안동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한 김병우 선생의 후손인 김능진 충남대 명예교수를 지목했다. “세 분 모두 흔쾌히 받아주시며, 선언서 쓰기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랐다”고 이 지회장은 전한다. 지난 한 달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참여가 이어졌다. 광복회 회원, 지방자치단체장 중심으로 시작되어, 정계, 학계, 언론계로 퍼졌다. 학생과 일반 시민의 참여도 늘었다. 대개는 종이에 필사하지만 칠판이나 고무신에 쓰기도 하고 캘리그라피 작품 등 개성을 살린 참여도 있었다. 박 과장은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거라 챙겨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애초 20번 문구쯤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곧 38번까지 갈 것 같다”며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캠페인 참여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가장 놀란 사람은 이 지회장이다. 캠페인을 시작하자마자 하루 수십 통의 문의 전화가 온단다. 이 지회장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추천은 얼마든지 더 하라, 캠페인은 끝나는 날에 끝나는 거다”라고 기쁘게 답하고 있단다. 이 지회장은 “범국민운동이 된 것 같아 기쁘고, 독립유공자 유족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한다. 성북문화원 3인은 성북구청 언론팀과 함께 또 다른 캠페인 기획을 이어가려 한다. 조만간 살아 있는 독립운동가 32명의 이름과 공적을 손글씨로 쓰는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다. 강 사무국장은 “독립운동 정신 기리기가 100주년 기념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풀뿌리 문화운동의 새로운 시작이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먼저 독립선언서를 쉽고 바르게 쓸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백외준 성북학연구팀장이 38개 구절로 나누어 이미지 파일로 만들었다. 최근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한글문화연대에서 내놓은 한글 번역본을 사용해 청소년, 노인 등 시민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했다. 백 팀장은 “개인적으로도 독립선언서를 제대로 끝까지 읽는 뜻깊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행사명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다. 독립운동을 기리는 행사인데, ‘챌린지’라는 영어를 쓰는 게 마음에 걸렸다. 박수진 운영과장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도 있고 해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한다. 첫 주자는 이광종(77) 광복회 성북구지회장이 맡아 줬다. 이 지회장은 독립유공자 이주현 선생의 후손이다. 2013년부터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고 후손들을 위한 사업을 성북문화원과 함께해왔다. 그는 “평소 문화원 세 사람의 애정과 노력에 감탄해왔다”며 이번 캠페인에 대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배우고 글쓰기 연습도 여러 차례 했다. 지난달 13일 이 지회장은 독립선언서 첫 구절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를 직접 써 사진을 찍어 올렸다.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적으면서 고귀한 뜻이 손끝으로 전해지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며 이 지회장은 다음 주자로 이승로 성북구청장, 종암동에서 ‘절정’ ‘청포도’ 등을 발표한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 안동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한 김병우 선생의 후손인 김능진 충남대 명예교수를 지목했다. “세 분 모두 흔쾌히 받아주시며, 선언서 쓰기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랐다”고 이 지회장은 전한다. 지난 한 달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참여가 이어졌다. 광복회 회원, 지방자치단체장 중심으로 시작되어, 정계, 학계, 언론계로 퍼졌다. 학생과 일반 시민의 참여도 늘었다. 대개는 종이에 필사하지만 칠판이나 고무신에 쓰기도 하고 캘리그라피 작품 등 개성을 살린 참여도 있었다. 박 과장은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거라 챙겨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애초 20번 문구쯤에서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곧 38번까지 갈 것 같다”며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캠페인 참여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가장 놀란 사람은 이 지회장이다. 캠페인을 시작하자마자 하루 수십 통의 문의 전화가 온단다. 이 지회장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추천은 얼마든지 더 하라, 캠페인은 끝나는 날에 끝나는 거다”라고 기쁘게 답하고 있단다. 이 지회장은 “범국민운동이 된 것 같아 기쁘고, 독립유공자 유족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한다. 성북문화원 3인은 성북구청 언론팀과 함께 또 다른 캠페인 기획을 이어가려 한다. 조만간 살아 있는 독립운동가 32명의 이름과 공적을 손글씨로 쓰는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다. 강 사무국장은 “독립운동 정신 기리기가 100주년 기념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풀뿌리 문화운동의 새로운 시작이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