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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도급택시 잡는 일 맡아
서울 법인택시 중 1100대가 도급택시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된 기사 많고
세금 회피까지…“뿌리 뽑는 데 노력”
3월28일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5동 1층 교통사법경찰반 사무실에서 수사관들이 수사에 열중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도급택시는 회사-도급 업자-기사 3자의 공생 관계로 굴러가죠.”
3월28일,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5동 1층에서 만난 정규영(52) 서울시 교통사법경찰반 수사관은 불법 도급택시를 적발하기 어려운 이유를 3자 공생 관계에서 찾았다.
서울시 법인택시 가동률은 51%로 100대 중 49대는 운행하지 않는다. 택시회사는 놀고 있는 택시를 도급 업자에게 임대료를 받고 빌려준다. 택시 사업 자격이 없는 도급 업자는 적은 비용으로 택시를 운행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택시 기사도 일반 법인택시를 운전할 때보다 사납금을 적게 내기 때문에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또 택시회사에서는 26일 만근을 채워야 월급을 받을 수 있지만, 도급택시는 월급을 받지 않는 대신 일하고 싶은 날 일하면 된다. 정 수사관은 “택시회사와 도급 업자, 택시 기사들 사이에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져 불법의 방식은 획일적이지 않다”면서도 “결국 공식적으로는 운행하지 않는 택시를 불법으로 운행해 얻은 이익을 3자가 나눠 갖는 ‘3자 공생 관계’를 이룬다”고 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가 다른 운송사업자나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에게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급택시는 ‘명의 이용 금지’(제12조) 조항을 위반한 택시로, 택시 운전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택시회사에 정식으로 고용된 기사가 아닌 자에게 택시를 빌려주고 영업을 하게 하는 행위로, 불법이다. 도급택시는 1대당 주간과 야간, 예비 기사로 나눠 3명의 택시 기사가 있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택시 기사 10명이면 도급택시 3대를 운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급택시 30대를 운행하려면 100명의 택시 기사가 필요한 셈이다. 정규영 수사관은 “도급택시는 한 업자당 3대에서 최대 30대가량 운행되는데, 수십 명씩 조직을 만들어 움직이면서 여러 회사에 걸쳐 택시를 불법으로 도급받아 운행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도급 업자는 택시회사에서 대당 월 200만~300만원에 택시를 빌려, 기사에게 주간 5만원, 야간 7만원씩 사납금을 받아도 월 60만~16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도급 업자가 택시회사에 대당 월 임대료 3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월 5대를 운행하면 300만원, 10대면 600만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교통사법경찰반을 신설했다. 올해 2월 경찰청, 금융·아이티(IT) 분야 출신 전문가를 보강해 수사 인력을 8명으로 늘렸다. 현재 경찰 출신 3명, 금융 출신 4명, 아이티 출신 1명으로 팀이 구성돼 있다. 지난해에는 세 차례에 걸쳐 5개 업체와 차량 2대를 압수수색해 택시 30대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 수사관은 2018년 3월부터 교통사법경찰반에서 불법 도급택시를 잡고 있다. 그는 원래 은행원이었다. 2015년 말 KEB(케이이비)하나은행 지점장급을 끝으로 24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했다.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해 교통사법경찰이 됐다. 정 수사관은 “처음에는 수사 업무인 줄 모르고 들어왔다가 수사 업무를 하라고 해 과연 수사 업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고 했다. 다행히 수사관 중에서 4명이 경찰 출신이라서 ‘4명의 사부’들을 쫓아다니며 수사 업무를 많이 배웠다. 교통사법경찰반 수사관은 ‘시간선택임기제공무원’(마급, 주 35시간 이하 근무)으로 연령 제한이 없고, 반원들의 평균연령은 60살이 넘는다. 대부분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한 뒤 교통사법경찰이 됐다. 정 수사관은 “내가 제일 젊었다”며 웃었다. 정 수사관은 난생처음 새벽에 잠복근무도 나가봤다. 그는 이렇게 압수해온 통장이나 회계장부, 그리고 차를 누가 얼마나 탔는지 등을 분석해 불법 소득액을 확인한다. “정상 회계면 수입과 지출을 대조했을 때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불법이 개입되면 안 맞는 구석이 있다. 이런 경우는 착오거나 고의로 이중장부를 만들었거나, 둘 중 하나다.” 도급 업자와 기사들은 학교 선후배, 동향인 등등으로 아주 긴밀한 인간관계에 있는 사람들로 팀을 이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도급택시를 운행한다. 기사들 중에는 도박,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도 있다. 일반 택시회사에 취직을 못하고 관리가 소홀한 도급택시를 운전하기도 하는데, 무리하게 택시를 운전해 사고를 낼 위험이 크다. 정 수사관은 “도급택시는 사고를 내고 뺑소니치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 리스크를 높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도급 업자를 ‘실장’이라고 한다. 실제 경영하는 사장이지만 적발됐을 때를 대비해 책임 회피 수단으로 직급을 낮춰 이르는 것이다. 정 수사관은 “법망을 피해가는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도급택시는 겉으로 보는 것 외 실질적 이익이 생기는데, 과표가 잡히지 않아 세금을 안 내기 때문에 비자금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법인택시 2만2천 대 중 5%인 1100대 정도를 도급택시로 파악하는데, 교통사법경찰반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 정 수사관은 “이번에도 3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수사 데이터와 경험이 쌓이면 사전 예방과 뿌리를 뽑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가 다른 운송사업자나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에게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급택시는 ‘명의 이용 금지’(제12조) 조항을 위반한 택시로, 택시 운전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택시회사에 정식으로 고용된 기사가 아닌 자에게 택시를 빌려주고 영업을 하게 하는 행위로, 불법이다. 도급택시는 1대당 주간과 야간, 예비 기사로 나눠 3명의 택시 기사가 있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택시 기사 10명이면 도급택시 3대를 운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급택시 30대를 운행하려면 100명의 택시 기사가 필요한 셈이다. 정규영 수사관은 “도급택시는 한 업자당 3대에서 최대 30대가량 운행되는데, 수십 명씩 조직을 만들어 움직이면서 여러 회사에 걸쳐 택시를 불법으로 도급받아 운행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도급 업자는 택시회사에서 대당 월 200만~300만원에 택시를 빌려, 기사에게 주간 5만원, 야간 7만원씩 사납금을 받아도 월 60만~16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도급 업자가 택시회사에 대당 월 임대료 3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월 5대를 운행하면 300만원, 10대면 600만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교통사법경찰반을 신설했다. 올해 2월 경찰청, 금융·아이티(IT) 분야 출신 전문가를 보강해 수사 인력을 8명으로 늘렸다. 현재 경찰 출신 3명, 금융 출신 4명, 아이티 출신 1명으로 팀이 구성돼 있다. 지난해에는 세 차례에 걸쳐 5개 업체와 차량 2대를 압수수색해 택시 30대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 수사관은 2018년 3월부터 교통사법경찰반에서 불법 도급택시를 잡고 있다. 그는 원래 은행원이었다. 2015년 말 KEB(케이이비)하나은행 지점장급을 끝으로 24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했다.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해 교통사법경찰이 됐다. 정 수사관은 “처음에는 수사 업무인 줄 모르고 들어왔다가 수사 업무를 하라고 해 과연 수사 업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고 했다. 다행히 수사관 중에서 4명이 경찰 출신이라서 ‘4명의 사부’들을 쫓아다니며 수사 업무를 많이 배웠다. 교통사법경찰반 수사관은 ‘시간선택임기제공무원’(마급, 주 35시간 이하 근무)으로 연령 제한이 없고, 반원들의 평균연령은 60살이 넘는다. 대부분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한 뒤 교통사법경찰이 됐다. 정 수사관은 “내가 제일 젊었다”며 웃었다. 정 수사관은 난생처음 새벽에 잠복근무도 나가봤다. 그는 이렇게 압수해온 통장이나 회계장부, 그리고 차를 누가 얼마나 탔는지 등을 분석해 불법 소득액을 확인한다. “정상 회계면 수입과 지출을 대조했을 때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불법이 개입되면 안 맞는 구석이 있다. 이런 경우는 착오거나 고의로 이중장부를 만들었거나, 둘 중 하나다.” 도급 업자와 기사들은 학교 선후배, 동향인 등등으로 아주 긴밀한 인간관계에 있는 사람들로 팀을 이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도급택시를 운행한다. 기사들 중에는 도박,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도 있다. 일반 택시회사에 취직을 못하고 관리가 소홀한 도급택시를 운전하기도 하는데, 무리하게 택시를 운전해 사고를 낼 위험이 크다. 정 수사관은 “도급택시는 사고를 내고 뺑소니치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 리스크를 높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도급 업자를 ‘실장’이라고 한다. 실제 경영하는 사장이지만 적발됐을 때를 대비해 책임 회피 수단으로 직급을 낮춰 이르는 것이다. 정 수사관은 “법망을 피해가는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도급택시는 겉으로 보는 것 외 실질적 이익이 생기는데, 과표가 잡히지 않아 세금을 안 내기 때문에 비자금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법인택시 2만2천 대 중 5%인 1100대 정도를 도급택시로 파악하는데, 교통사법경찰반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 정 수사관은 “이번에도 3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수사 데이터와 경험이 쌓이면 사전 예방과 뿌리를 뽑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